사진가 이상엽의 책.

 

이런저런 단상은 여러 생각거리를 준다. 그러나 카메라 얘기가 나오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카메라가 존재하며 다양한 사진가들이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느긋하게 읽으며 주말을 만끽하리라 생각하며 도서관에서 빌려왔지만 책이라고 모두 이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만 확인할 뿐이다. 머리를 쥐어 뜯는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의 몇 문장 덕에 그래도 끝까지 읽은 보람이 있었다.

 

내게 가장 좋은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손에 잡았을 때 그것이 손의 연장으로 느껴지며 파인더를 눈에 대는 순간 그것이 내 눈이라고 생각되는 카메라다. 그런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어떤 카메라든 꾸준히 3년만 사용하면 그렇게 된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니콘에 대한 얘기를 읽으면서 뜨끔했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세 개의 카메라가 모두 니콘이었다.ㅠㅠ

 

니콘은 전범기업이다. 모회사가 바로 제2차세계대전 당시 제로기를 만들던 대표적인 군산복합체 미쓰비시인 것이다. 미쓰비시는 군부를 등에 업고 군수장비를 만들면서 식민지에서 노동자를 강제 동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강제징용 당해 그곳에서 일한 사람들이 많다. 임금체불과 폭력적인 노동착취로 지금도 법정 소송 중이다. 이들은 우익정치를 후원하고, 극우 매체인 <산케이신문>을 지원하며, 역사왜곡을 일삼는 극우 집단인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후원하고 있다. 결국 자회사 니콘은 이사회를 통해 안세홍 사진전(위안부할머니 사진 전시회)을 불허했고 우익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전시회가 열리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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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lna 2014-11-08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진기하면, 아주 오래전 도둑맞은 캐논 사진기가 생각납니다. (이것도 일본것이네요)
결혼전 친정 아버님의 선물이었는데 신혼초 우리집을 온통 뒤집어 놓은 도둑이
가져갔지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카메라를 잊지 못하는 것은 젊은날의 추억을 담는
눈으로, 3년이상 써왔기 때문인가 보네요. 나쁜 도둑... 나쁜 일본의 우익단체...

nama 2014-11-09 18:48   좋아요 0 | URL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사진을 찍고 계신지요...

sabina 2014-11-0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 뒤로 세 번을 더 샀는데 하나는 또 도둑맞고 하나는 장농 어딘가에 퇴물로
물러나 있고 마지막에 산 디지털 카메라가 요즘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나마도 사용할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사무실

번호키를 누른다

다시 누른다

다시 누른다

매일 하는 일

손이 아는 일인데

내 마음이 안 열리는가

 

컴퓨터

비번을 누른다

인도사랑

인도사랑

인도사랑

비번이 아니라네

인도갈래

열린다

마음이 인도에 가 있나보다

인도갈래가 간절할까

인도사랑이 간절할까

 

비번과 싸우는 아침

너희들과도 싸워야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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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1-06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비밀 번호.
이 글 좋습니다 ^^
(전 어제 밤 쓰레기 버리고 들어오는데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한 열번 이리 저기 눌러보다가 겨우 맞춰서 집으로 들어왔답니다. 슬펐어요 ㅠㅠ)

nama 2014-11-06 10:00   좋아요 0 | URL
오늘은 아침부터 비번과 싸웠는데 역시 하루가 고약하네요.
주번학급이라 아이들 데리고 구석구석 낙엽을 쓸어담는데 뺀질이들이 신경을 몹시 자극하고, 좀 전 한 녀석으로부터 `좆나`라는 말을 듣질 않나...중2...우리의 국토를 지켜주는 녀석들...웃어야겠지요.

nama 2014-11-0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뭔 검찰청하는 보이싱피싱 전화까지 받았다. 싸워야 할 상대가 너무 많다.
 

 

 

 

 

 

 

 

 

 

 

 

 

 

책에는 꼼꼼하게 읽게 되는 책과 대충 읽게 되는 책이 있다. 한 줄로 요약하면 되는 말을 엇비슷한 표현과 반복되는 말로 길게 늘려 설명하는 대학교수들의 강의를 듣는 일은 지루하고 곤욕스러울 따름인데, 이 책이 그렇다. 말이 너무 많아서 대충 넘겼는데 다음 표가 눈에 들어왔다.

 

 자국에 있는 것  해외여행을 하는 것
 일이다  놀이이다
 강제적이다  자발적이다
 엄정하다  너그럽다
 형식적이다  비형식적이다
 주의를 기울인다  긴장을 푼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꼭 해야 할 일이 없다
 정확하게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시간 엄수가 엄격하지 않아도 된다
 타인 본위다  자기 본위다
 당연시한다  당연시하지 않는다
 위험을 회피한다  위험을 감수한다
 같은 상태에 머물 수 있다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지루하다  흥미진진하다
 세속적인 것과 비슷하다  성스러운 것과 비슷하다

 

넬슨 그래번(Nelso Graburn)이라는 인류학자의 생각이라고 하는데 새삼 새로운 것은 없다. 나도 이렇게 생각해왔으니까.

 

그러나 이어지는 다음 글을 읽어보면,

 

(p.132)...관광에 대한 많은 연구가 관광이 문턱성을 가졌다는 걸 보여 주었다. 우선 관광을 할 때는 서로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입증하듯이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다. 또 술을 과하게 마신다. 더 솔직한 사회적 행동을 하며, 때로는 고국에서 하는 "정상적인" 행동과 정반대로 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이런 일시 휴지상태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삶의 모순에서 벗어나며, 그런 면에서 이런 상태는 사회의 현상 유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사람들이 활력을 되찾고 돌아와서 자신을 소외시키는 따분한 업무로 복귀할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 도전하거나 변화를 가져오려는 대신에 말이다.

 

따끔한 말이다. 여행이 결국은 사회의 현상 유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말이. 현상 유지 강화에 기여하는 또 다른 것이 있다면, 이런 것도 포함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각종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먹거리 프로그램. 오로지 내 몸에 신경을 쏟다보면 각종 사회 현상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날 터이니까.

 

이 책에 푹 빠지기에 나는 이미 영악한 여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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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촬영한 영화, <보이후드>를 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에 잘 나와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660177.html

 

18년 동안 3편의 비포시리즈를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예사로운 양반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다달이 월급 받으며 하는 일도 지겹고 괴로운데 12년 동안 오로지 투자만 해야 하는 작업을 어떻게 해낼 생각을 했을까,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6살짜리 주인공이 18살이 되기까지 변화되는 모습의 사진이다. 적당히 우울한 분위기가 나는 외모인데 이런 표정과는 전혀 다른 밝고 외향적인 얼굴이었다면 어떤 다른 영화가 탄생되었을까? 이런 주인공을 선택한 걸 혜안이라고 해야 할까?  멋있다.

 

내용은...삶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에 사고쳐서 애를 낳으면 인생이 꼬이기 십상이고, 싱글맘으로 애를 키우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결국 친정부모에 기대는 수밖에 없고, 폭력적인 남편과는 살 수 없고, 의붓자식은 의붓자식일 수 밖에 없고, 둥지를 떠나 보내는 엄마의 심정은 동서양이 다를 리 없고...그저 우리네 삶의 풍경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인데 특별하게 다가오는 영화. 기억하고자 몇 자 썼다.

 

다만 이 영화는 남편이나 나 보다는 10대 후반인 딸아이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 수능 끝나면 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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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토요판에는<정희진의 어떤 메모>라는 칼럼이 있다. 이 칼럼을 읽기 위해 토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 날짜 칼럼을 읽고는 오늘의 해야 할 일을 다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2428.html

 

특히 다음 구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인 동시에 두려울 것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 ‘희망찬 인생’은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인간은 무엇인가의 볼모가 된다. 희망은 욕망의 포로를 부드럽고 아름답게 조종하는 벗어나기 어려운 권력이다.'

 

그리고 위의 사진은 아이들 데리고 체험학습으로 인천대공원에 갔을 때 찍었다. 높지 않은 관모산에 오르는 길이었는데 울창한 숲 속 큰 나무 그늘에 있는 풀 한 포기가 햇빛을 받고 찬란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을 보고 더 이상 산에 오르지 않았다. 올 가을 단풍 구경은 이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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