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인천공항에서 오는 길. 2g폰 보다 훨씬 비싼 일반 카메라는 저렇게 대놓고 태양을 찍으려면 촛점이 단번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2g폰은 어떤 피사체도 거부하지 않는다. 단도직입의 단순함.

 

 

 

생태공원의 소금 창고. 어느 날 보니 지붕이 다 벗겨져버렸다. 마치 탈모가 심한 내 머리처럼. 이럴 줄 알았으면 스러져가는 모습을 촘촘히 카메라로 잡아놓을 걸...뒤늦은 후회.

 

 

 

 

 

 

생태공원의 물길. 밀물과 썰물이 있으니 분명 바닷물이다. 물 위에 있는 검은 점 같은 건 물오리들. 너희는 도저히 가까이서 못 찍겠구나.

 

 

 

생태공원에 새로 생긴 해수족욕탕.

 

스마트폰이 지구촌을 접수한 요즘, 2g폰을 꺼내는 행위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종종 스마트폰에 식상한 아이들이 2g폰을 '간지난다'라며 신기해하지만, 이것도 용기라면 용기라고 할까, 폰을 꺼내며 남을 의식하게 된다. 당당함으로 위장하지만 소심한 마음이 살짝 살짝 드러난다. 작은 떨림 같은 것, 사진에도 드러날까?

 

 

해수족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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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8-02-18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도직입과 스러져가는 소금창고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머물러요.

nama 2018-02-18 20:23   좋아요 0 | URL
저 소금창고처럼 스러져가는 2g폰이 아쉬워요. 지금은 시대에 뒤뗠어지지만 누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일 텐데요....
 
시베리아 시간여행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횡단 열차에 탄 사람들
박흥수 지음 / 후마니타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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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모는 철도 기관사가 쓴 책. 기차에 미치지 않고서는, 책에 미치지 않고서는, 글쓰기에 미치지 않고서는, 여행에 미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책. 기차, 책, 글쓰기, 여행이 결합된 밀도 높은 여행기. 자세한 행선지 소개는 후발 여행자를 위한 팁. 놓치기 아까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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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두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무민을 탄생시킨 토베 얀손이라지만, 고백하건데 무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정강자, 국제 여성 아방가르드의 대표 화가. 사실 이 분 그림도 직접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화가의 그림보다 책을 먼저 접하는 건 좀 앞뒤가 바뀐 감이 없지 않다. 

 

책만으로 얘기를 하자면, <토베 얀손~>은 토베 얀손의 일대기라서 그녀에 대한 내용이 시시콜콜하게 자세하게 나와있다.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 막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 습관을 형성해 온 나같은 얼치기 독자에게는 약간 무리가 되는 책이다. 꼼꼼한 내용을 도저히 꼼꼼하게 읽을 수 없다. 숨이 막혀온다. 무민이라는 캐릭터에 미칠듯이 빠져있다면 모를까, 무민이 등장하는 만화 한편이라도 보고나면 그런 의욕이 생길라나, 대강 읽었는데도 눈이 몹시 피곤하다.

 

<화가 정강자~>는 한마디로 하면 병상일기쯤 되는 책이다. 글은 '수술 10일째'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소멸되는 시간을 붙잡아두려는 안타까움은 느껴지지만 독자에게는 그 절실함이 잘 와닿지 않는다. 그림으로 그려진 병상의 모습은 이해는 가능하나 너무나 낯설고 이질감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 그림이 도식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의 두 화가는 한 시대를 풍미한 분들로 열정적으로 생을 불태웠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이분들을 좋아하지 못하는 건 그저 나의 무식과 게으름 탓. 좀 더 공을 들여서 이 분들의 작품을 접하는 게 먼저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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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nama 2018-02-15 19:03   좋아요 1 | URL
우리에겐 구정이 있어 새해 복도 두 배로 받네요.
서니데이님도 새해에는 뜻하는 바를 이루시기 기원합니다.
 

 

 

 

 

 

 

 

 

 

 

 

 

 

 

 

 

 통증을 주제로 쓴 두꺼운 책. 무례한 얘기가 되겠지만 이 책의 내용과 부피를 1/2이나 1/3로 줄였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자신도 통증으로 고통스럽다면서 이렇게나 두꺼운 책을 쓰다니...서점에서 읽는 거라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면서 보자니 더욱 이런 거친 생각이 들었다.

 

낚시에 걸린 월척 같은 구절에 오늘 하루치의 웃음을 터트렸으니...

 

통증 민감도는 사회적 지위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생각되었기에 신분의 증거로 간주되었다. 이런 생각은 안데르센 동화 <공주님과 완두콩>에 노골적으로 표현되었으며 고대 인도와 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 이야기는 형식이 일정하기 때문에, 신화와 민담을 분류하는 표준 체계에서는 '공주님과 완두콩' 유형으로 부른다. 이탈리아 판인 <가장 민감한 여인>에서는 민감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세 여인이 왕자를 차지하려 다툰다. 첫 번째 여인은 구겨진 요에서 잘 때 통증을 느끼고, 두 번째 여인은 빗질하다 머리카락이 뽑히면 아파하지만, 가장 민감한 세 번째 여인은 재스민 꽃잎이 가녀린 발에 떨어지면 상처가 난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동화가 바로 <공주님과 완두콩>이다. 매트리스 스무 장과 오리털 요 스무 장 밑에 있는 완두콩 때문에 잠을 설친다는 이 대단한 공주님 얘기는 재미는 있지만 뒷맛이 개운한 얘기는 결코 아니다. 생각이 덜 여문 아이들에게 읽혀야 할 책도 아닌 듯싶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가 여러 문화권에 존재한다는 것도 재밌다. 사람 사는 얘기야 비슷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과연  <가장 민감한 여인>에 나오는 왕자는 세 여인 중 누구랑 짝이 되었을까? 세 번째 여인?

 

키득키득 웃다보니 내 몸 아픈 걸 잊어버렸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아픈 여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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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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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행을 돋보이게 하는 글발. 가장 강렬한 문장 ‘한국 어머니들은 며느리를 질투한다. 우리 어머니의 경우에는, 내가 사귄 여자들을 모두 싫어했다.‘ 그건 자기 아들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우. 아니, 그런가? (별 클릭은 무의미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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