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두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무민을 탄생시킨 토베 얀손이라지만, 고백하건데 무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정강자, 국제 여성 아방가르드의 대표 화가. 사실 이 분 그림도 직접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화가의 그림보다 책을 먼저 접하는 건 좀 앞뒤가 바뀐 감이 없지 않다.
책만으로 얘기를 하자면, <토베 얀손~>은 토베 얀손의 일대기라서 그녀에 대한 내용이 시시콜콜하게 자세하게 나와있다.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 막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 습관을 형성해 온 나같은 얼치기 독자에게는 약간 무리가 되는 책이다. 꼼꼼한 내용을 도저히 꼼꼼하게 읽을 수 없다. 숨이 막혀온다. 무민이라는 캐릭터에 미칠듯이 빠져있다면 모를까, 무민이 등장하는 만화 한편이라도 보고나면 그런 의욕이 생길라나, 대강 읽었는데도 눈이 몹시 피곤하다.
<화가 정강자~>는 한마디로 하면 병상일기쯤 되는 책이다. 글은 '수술 10일째'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소멸되는 시간을 붙잡아두려는 안타까움은 느껴지지만 독자에게는 그 절실함이 잘 와닿지 않는다. 그림으로 그려진 병상의 모습은 이해는 가능하나 너무나 낯설고 이질감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 그림이 도식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의 두 화가는 한 시대를 풍미한 분들로 열정적으로 생을 불태웠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이분들을 좋아하지 못하는 건 그저 나의 무식과 게으름 탓. 좀 더 공을 들여서 이 분들의 작품을 접하는 게 먼저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