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을 주제로 쓴 두꺼운 책. 무례한 얘기가 되겠지만 이 책의 내용과 부피를 1/2이나 1/3로 줄였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자신도 통증으로 고통스럽다면서 이렇게나 두꺼운 책을 쓰다니...서점에서 읽는 거라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면서 보자니 더욱 이런 거친 생각이 들었다.

 

낚시에 걸린 월척 같은 구절에 오늘 하루치의 웃음을 터트렸으니...

 

통증 민감도는 사회적 지위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생각되었기에 신분의 증거로 간주되었다. 이런 생각은 안데르센 동화 <공주님과 완두콩>에 노골적으로 표현되었으며 고대 인도와 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 이야기는 형식이 일정하기 때문에, 신화와 민담을 분류하는 표준 체계에서는 '공주님과 완두콩' 유형으로 부른다. 이탈리아 판인 <가장 민감한 여인>에서는 민감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세 여인이 왕자를 차지하려 다툰다. 첫 번째 여인은 구겨진 요에서 잘 때 통증을 느끼고, 두 번째 여인은 빗질하다 머리카락이 뽑히면 아파하지만, 가장 민감한 세 번째 여인은 재스민 꽃잎이 가녀린 발에 떨어지면 상처가 난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동화가 바로 <공주님과 완두콩>이다. 매트리스 스무 장과 오리털 요 스무 장 밑에 있는 완두콩 때문에 잠을 설친다는 이 대단한 공주님 얘기는 재미는 있지만 뒷맛이 개운한 얘기는 결코 아니다. 생각이 덜 여문 아이들에게 읽혀야 할 책도 아닌 듯싶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가 여러 문화권에 존재한다는 것도 재밌다. 사람 사는 얘기야 비슷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과연  <가장 민감한 여인>에 나오는 왕자는 세 여인 중 누구랑 짝이 되었을까? 세 번째 여인?

 

키득키득 웃다보니 내 몸 아픈 걸 잊어버렸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아픈 여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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