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두 남자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하나는 책으로, 또 하나는 영화로. 바로 미국의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와 팝 가수 에릭 크랩튼이다.

 

 

 

 

 

 

 

 

 

 

 

 

 

 

 

 

(출처: daum)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랄까. 뭐 그런 게 눈에 띄었다.

에릭 크랩튼 .... 1945년 생(생존)

레이먼드 카버.....1938년 생(1988년 사망)

 

동시대를 살았고, 둘 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고,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못하기도 했고, 생활고에 찌들어 먹고 살기 바빴거나(레이먼드 카버) 외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성장하는(에릭 크랩튼) 흔치 않은 인생사를 겪기도 했으나....... 이 두 사람을 끝까지 지켜준 것이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끝까지 버리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레이먼드 카버에게는 소설이 있었고, 에릭 크랩튼에게는 음악이 있었다. 소설이나 음악은 그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끈이자 삶의 동력이 되었으며 그들을 비범한 존재로 우뚝 설 수 있게 해주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끈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과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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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7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8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홍규. 이 분 칼럼을 신문에서 읽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살아있는 정신이야, 하고. 그래서 읽게 된 책이다.

 

고독에 대한 통찰을 읽어보는데 loneliness 와 solitude를 이렇게 구분했다.

 

loneliness는 비자발적이고, 공간적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속한 사회, 자신이 살아가야할 세상에서 속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온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solitude는 다릅니다. (중략) 모든 것을 불신하고 깨뜨리며 오직 자신을 신뢰하는 적극적이고 강인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186 

 

물론 이 분이 강조하는 건 solitude이다. 주장은 계속 이어진다.

 

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의미에서의 고독이 우리 사회에도 훨씬 더 주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사회의 쏠림이나 대세, 흐름에서 벗어나서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과 입장과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자세, 이것이 제가 집중하는 '고독'의 의미입니다. 바로 그런 고독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참으로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187

 

결국, 고독하다는 건 주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개인성의 확보와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개인성은 사회나 국가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요. 혼자서 사고하고, 혼자서 행동하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힘을 갖는 게 고독입니다. 그런데 사회와 국가는 그런 개인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기본적으로 흡수하고 동화하려는 경향을 띠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저는 고독을 기본적으로 저항이라고 생각해요. 저항을 위해서 고독하는 것이지, 저항의 의미없이 그냥 고립된 삶을 산다는 것은 다소 무의미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95

 

 

읽다보면 '그래, 맞는 말씀이야.'하고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지당한 말씀이라 그저 밑줄만 긋는다.

 

 

그런 체면 문화는 한국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 체면 차림에서 과시욕이 생겨난다고 봐요.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자기가 시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나친 자기 존대랄까요. 자기 스스로 자기를 높이고 내세우는 그런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217

 

 

이 책에서 딱 한 문장을 고른다면 바로 이 문장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자기가 시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다가도, 무슨 생각을 하다가도 나는 이 '시시하다'라는 표현에 사로잡히곤 했다. 누군가에게 섭섭한 생각을 하다가도 이 말을 떠올렸고, 내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게 될 때도 이 말을 떠올렸다. '내가 시시하구나.'하고. 딱히 내 자존심이나 자긍심 따위를 거론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여지없이 이 말이 떠오르곤 했다. 일거수일투족 마저 심히 시시해졌다고나 할까. 모처럼 겸손하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loneliness로 보내는 명절 연휴이다보니 그 시시함의 깊이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시시함의 바닥을 치고 진정한 solitude 를 향해야겠다. 더 시시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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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먹는엔지니어 2020-01-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참 잘 쓰시는것 같아요. 제목이 눈에 들어와 글을 읽었는데 다시책으로 님의 필력에 반하고 갑니다. ^^

nama 2020-01-28 11:39   좋아요 0 | URL
혹 박홍규 교수님의 글을 제 글로 오독하신 건 아니지요? 필력이라니....언감생심입니다.^^
 



2020년은 여행으로 시작합니다. 무릎 시려오면 책이랑 더 친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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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별 것 아니지만, 모친의 태중에 내가 잉태되어 별 탈 없이 출산된 날이었다.   -434쪽

 

 

어제는 생일이었다. 여덟 글자면 될 말을 서른두 개의 글자를 써서 표현했다. 일부러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닌데 이런 표현을 읽다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지면서 긴장감도 스르르 소멸되는 것 같은 기분에 젖는다. 재밌다는 말을 이렇게 하게 된다. 평소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키득거리며 끝까지 읽게 되었다는, 그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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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히피 로드 - 800일간의 남미 방랑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이제야 잘 쓴 여행기를 고르는 기준이 생긴 것 같다. 경험담이 많이 들어갔느냐, 아니면 가긴 갔으나 책으로 공부한 내용으로 꽉 차 있느냐, 를 기준으로 삼고 싶다. 이렇게 가를 때 경험담 위주로 쓴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내가 지금까지 여행기를 읽고 내린 결론이다. 한비야, 김남희, 이지상, 박훈규, 태원준,. . 이런 분들이 우선 떠오른다. 류시화는 이들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분이다. 그리고 요즘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작가로는 노동효가 있다. 이건 순전히 내 시야에서 하는 얘기니 시비따위는 건너뛰시길......노동효의 <남미 히피 로드>를 읽고 들었던 생각이다.

 

 

사람들은 내가 여행을 좋아할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내가 진정 사랑하는 건 언제나 '다른 곳에서의 삶'이었다. 그리고 여행을 하든, 관광을 하든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은 늘 존재하지만 '다른 곳에서의 삶'이 늘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중략) 내게 여행이란 단 한 번의 인생에서 여러 겹의 생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154쪽

 

 

엄격하게 따진다면 대부분의 짧은 여행은 '다른 곳으로 가는 길'에 해당된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여러 겹의 생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방법은....결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체험하는데 가족만한 게 없지 않을까. 그것도 인생이 다하는 날까지. 인생 자체가 여행이다. 그러니 여행에 대한 정의는 십인십색이다.

 

내가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되도록 값싼 숙소를 찾는 이유가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대도시의 호텔에서 묵기도 했고, 북미인이나 유럽인들이 모이는 호스텔에서도 묵었지만 늘 최고의 숙박업소는 그 도시나 마을에서 가장 값싼 여인숙이었다. 그곳엔 땀 냄새 나는 사람들과 진짜 파티가 있었으니까. 가진 게 적을수록 사람들은 경계심이 적었고, 덕분에 마음 따뜻한 벗들을 사귈 수 있었다.   -169

 

 

공감하지만 소심한 여행자들에겐 언감생심. 동행자 없이 혼자하는 여행이라면 해볼만할 터.

 

 

"당신은 뭔가를 살 때 돈을 주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당신이 지불하는 것은 그 돈을 벌기 위해 쓴 당신의 인생이다." . . .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172

 

 

우루과이 여행기가 특히 읽을 만했다.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없지만.

 

지금껏 수많은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인간관계에서 위아래를 구분 짓고 윗사람(?)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는 나라일수록 약자(연소자, 여성, 아동,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심했다. '예의'를 강조하는 나라일수록 어린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등 약자를 착취하는 광경을 숱하게 볼 수 있었다. 약자에 대한 착취가 경제 수준과 관련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가령 한국의 경우, 세계경제대국 20위권에 든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약자에 대한 착취가 일상화되어 있지 않은가? 그 원인을 '일상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아래, 위를 구분 짓는 관습과 언어'에서 찾는다면 억지일까?  -215

 

 

억지 아닙니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시댁 식구와 친정 식구에 대한 호칭은 충분히 왈가왈부할 만하지 않은가. 결혼 후 윗동서가 아랫동서한테 반말하는 것이 이상해서 나는 윗동서한테 반말을 들을지언정 아랫동서한테는 말을 놓지 못했다. 하여튼 결혼은 여러 겹의 생을 체험하는 일종의....여행 같은 것. 그러니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다른 곳으로 가는 길'로 가는 것만 해도 해방이 될 수 있다.

 

 

내 인생의 원칙- 로컬 식당을 이용하고, 남아메리카 출신 히피로 가득한 숙소에서 지내고, 현지인들의 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일반버스를 타는 것 - 을 고수할 수가 없었다.  -330

 

 

남미를 여행한다면 이 원칙을 고민해보고 싶다. 대부분 남미는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가봤어?

 

 

캄피스코Campismo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쿠바 여행이 어떻게 끝났을까? ....알아보니 쿠바인의 여가생활을 위해 설립된 국영 휴양지로 쿠바 전역에 결쳐 80여 개소가 있었다....쿠바인에게만 제공하던 캄피스모를 외국인에게 허용한 건 최근의 일이었고, 그래서 아무도 다녀온 사람이 없었다.   -332

 

 

캄피스코를 발견하기 전까지 쿠바 여행이 그저그런 관광지에 불과했다는 말인데, 좀 의아했다. 아니 다행이었다. 쿠바, 하면 대단한 여행지일 줄 알았는데 미리 귀띔해줘서.

 

 

나는 평범하다. 낯도 많이 가리고 용감하지도 않다. 그러나 내 안에는 위험이 닥치면 상황을 받아들인 후, 그것을 즐기려는 무엇이 있다. '삶이란, 태어난 그 자체로 손해 볼 게 전혀 없다'는 생각에 이른 다음부터였을 것이다. 행복, 불행, 기쁨, 슬픔, 쾌감, 아픔 등 우리가 삶에서 겪는 모든 상황과 감정은 살아 있기에 체험할 수 있는 게 아닌다. 그런 이유로 나는 삶, 그 자체를 찬양한다.   -365

 

 

 

한 대륙에서 2~3년씩 세월을 보내는 여행가 노동효가 오랜 여행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 '삶이란, 태어난 그 자체로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되도록 여행하는 사람들이 쓴 책은 직접 구입하자는 게 나의 작은 다짐인데 이것도 참으로 지키기 어렵다. 책 값 몇 푼 든다고 손해 볼 건 전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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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6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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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1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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