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말들 - 엑소포니, 모어 바깥으로 떠나는 여행
다와다 요코 지음, 유라주 옮김 / 돌베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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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가 두려운 사람에게는 부럽기 그지없는 언어여행자의 세계. 모어 바깥으로 떠나는 정신적 모험.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언어 사이의 여행, 대리만족이란 이럴 때 사용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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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3-23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어,,,는 그녀가 사는 곳을 이야기 하는 건가요?
다른 언어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가 더 확장된다는 의미 같아요.
저는 잘 할 줄 아는 언어가 몇 안 되지만 그정도로도 가끔 그런 느낌을 받거든요.
나마 님의 글 즐겨 읽고 있는데 인사가 늦었네요.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nama 2020-03-23 14:2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책에 따르면,
모어(native language): 태어나서 처음 익힌 말. 모국어(mother language) 또는 제1언어(first language)라고도 한다. 학문적으로 엄밀하게 구분하기 위해 다나카 가쓰히코 같은 사회언어학자는 모어와 달리 모국어는 국민으로 태어난 나라의 국어라고 정의한다. 인문학자 서경식은 재일조선인에게는 일본어가 모어이고 조선어가 모국어에 해당한다며 소수자는 모어와 모국어가 불일치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할 말이 많아서 처음에는 리뷰를 쓰려고 1시간 동안 끄적거렸는데 도저히 못쓰겠어서 짧게 쓰고 말았어요. 깜냥이 안되더라구요.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며 세계를 누비는 저자를 그저 부러워하는 걸로 만족했어요.^^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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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길을 잃어 여행갑니다>의 김비, 박조건형 커플의 책이다. 그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구입해서 읽었다.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서로 힘이 되어주며 아웅다웅 살아가는 이분들의 솔직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위안을 얻는다. 김비의 글에서는 차분한 품격 같은 게 느껴지고, 박조견형의 드로잉에서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관찰자의 성실한 기록을 볼 수 있다. 그림과 글이 서로 보완하면서 한 권의 책이 완성, 마치 이분들의 삶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다음에는 김비가 쓴 책을 읽어야겠다. 담담한 관조와 초연한 분위기를 기대하면서.

 

 

-36~37쪽

 

신랑은 정기적으로 한 번씩 할머니를 만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선다. (중략)

그런데 최근에 신랑의 동생이 할머니에게 내 이야기를 해 버렸다고 했다. 궁금했던 할머니께서 신랑에게는 묻지 못하고 동생에게 물었는데, 그냥 사실대료 말해 버렸다고.

큰 충격이셨을 텐데 신랑의 손을 붙들고 "잘 살어야 한다"고 말해 주셨다고 한다. 힘들게 살아왔을 사람이니 버리지 말고 위해주며 잘 살아야 한다고.

너무도 죄송하고 감사해서, 좀 많이 울었다. 벽 쪽으로 돌아서서 신랑 몰래 한참 울었다.

 

 

박조건형: 1977년생. 일상 드로잉 작가

김비: 1971년생. 소설가. (설명을 덧붙이면, 이분은 트랜스젠더)

 

 

짠한 그림이다. 힘 내시길....

 

 

 

연륜 같은 게 느껴지는 얼굴 표정.

 

 

 

 

좋은 글과 그림, 계속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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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나에게) 상처 주고도 아닌 척했던 날들에 대해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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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가 수정된 적도 없는데요‘라는 말에 혹함. 유쾌하고 명쾌한 이야기를 기대했으나...그 이상이다. ‘상처받은 사람은 축복받은 자이다. 상처는 새로운 시각을, 타인을 향한 문을 열어준다.‘ 와 같은 문장들은 경험에서 길어올린 것. 인용한 책을 읽고 싶게 하는 자극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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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배열이 독특한 서점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거의 영구적으로 각인된다. 1994년도 겨울, 런던의 어떤 동네 서점. 당당하게 한 구석에 자리잡은 게이와 레즈비언 코너는 쇼킹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성소수자'라는 점잖은 표현은 싹트기도 전이었고, 그쪽으로는 무지 자체였던 나는 그 단어를 공적인 장소에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자리에서 책을 펼쳐보았던가? 기억에 없다.

 

작년 6월. 난생 처음 가본 뉴욕의 진보성향 북카페, 블루스타킹. 규모는 작지만 굵직한 주제별 서가배열은 확실하게 눈을 사로잡았다. 무정부주의, 계급과 노동문제, 페미니즘, 반제국주의....단어 하나하나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카페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 품은 내용만큼은 세상살이의 한가운데를 아우르고 있었다.

 

 

속초의 동아서점이 유명하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3대째 내려오는 서점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지만,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느 서점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넓고 쾌적한 분위기, 아기자기하면서 적절하게 짜맞춘 다양한 모양의 책장, 독특한 주제별 배열 등이 눈에 들어왔다. 교보나 영풍문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떤 취향을 느낄 수 있었다.

 

 

 

 

 

 

 

 

 

 

 

 

 

 

 

아트 같은 느낌.

 

 

 

 

 

 

 

 

 

 

 

 

 

 

 

 

 

 

 

기념으로 구입한 책. 자체 제작한 책갈피와 메모지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다.

 

 

 

동아서점이 있는 속초가 순간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속초에서 살아도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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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8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8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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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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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읽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레이먼드 카버의 저 유명한 단편 <대성당>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몇 년 전에도 이 단편을 읽긴했는데 바쁜 와중에 대충 읽느라 미처 음미해볼 틈도 없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다. 잘 쓰인 단편은 한 편의 시와 같아서 곱씹어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이번에 택한 방법은 원서 읽기와 오디오북으로 듣기.

 

 

 

굳이 원서를 구입하지 않고도 구글에서 간단하게 다운로드하면 된다. 오디오북은 유튜브로.

 

 

 

여러 개의 영상이 있는데 그중에서 청중을 앞에 두고 낭독하는 게 더 흥미롭다. 잠들기 전 자장가삼아 듣다보면 중간중간에 웃음을 터뜨리는 대목이 나오는데, 웃음은커녕 약만 오른다. 이 장면에서 왜 웃는거야?

 

<대성당>은 쉬운 단어로 쉽게 쓴 글이다. 문장만 보면 밋밋하고 멋진 표현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꼼꼼히 읽다보면 이 자체로 완벽하다는 걸 알게 된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문장들이다. 긴 문장보다 짧은 문장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으나 그것 또한 톡 쏘는 맛이 있다. 여러번 읽어도 뜻이 명확하지 않을 땐 김연수가 번역한 위의 책을 참고하면 역시 김연수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되는데 그건 덤으로 얻는 기쁨이다. 이미 유명할대로 유명한 소설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느낀 감흥은 남겨두고 싶다.

 

화자로 나오는 '나'는 속 좁고 찌질한 남자다. 십 년 동안이나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내는 아내와 친구(the blind man)에 대한 질투심, 그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조급함, 장애인과 흑인에 대한 편견, 꾸준히 시를 쓰는 아내에 대한 몰이해 등 도무지 잘난 구석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먼저 시각장애인에 대한 못마땅함.

And his being blind bothered me. My idea of blindness came from the movies. In the movies, the blind moved slowly and never laughed. Sometimes they were led by seeing-eye dogs. A blind man in my house was not something I look forward to.

 

 

시를 쓰는 아내를 두고 있지만 시에는 관심이 없음.

I admit it's not the first thing I reach for when I pick up something to read.

(뭘 읽으려고 할 때 내가 시집을 펼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만은 인정한다.)

 

집으로 오는 친구를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아내에게 하는 말.

"I don't have any blind friends," I said.

"You don't have any friends," she said. "Period. Besides," she said. "goddamn it, his wife's just died! Don't  you understand that? The man's lost his wife!"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Was his wife a Negro?" I asked.

"Are you crazy?" my wife said.

 

장애인 남편과 함께 사는 부인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연민.

....what a pitiful life this woman must have led.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며 즐거워하는 아내에 대한 질투심.

I saw my wife laughing as she parked the car. I saw her get out of the car and shut the door. She was still wearing a smile. Just amazing.

 

앞을 못 보는 사람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물어보는 찌질함.

"Did you have a good train ride?" I said. "Which side of the train did you sit on, by the way?"

"What a question, which side!" my wife said. "What's it matter which side?" she said.

"I just asked," I said.

 

저녁식사 전 올리는 감사기도는 이런 식으로.

"Now let us pray," I said, and the blind man lowered his head. My wife looked at me, her mouth agape. "Pray the phone won't ring and the food doesn't get cold," I said.

 

그들 사이의 대화에서 자기얘기도 좀 나왔으면 하는 기대.

They talked of things that had happened to them - to them! - these past ten years. I waited in vain to hear my name on my wife's sweet lips: "And then my dear husband came into my life" - something like that. But I heard nothing of the sort. More talk of Rober.

 

이와 대조적으로 the blind man 는 한층 여유있고 유머감각도 있으며 마음도 열려 있다.

"It's fine me. Whatever you want to watch is okay. I'm always learning something. Learning never ends. It won't hurt me to learn something tonight. I got ears," he said.

(난 좋아, 자네가 뭘 보는지 상관없어. 나는 항상 뭔가를 배우니까.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오늘 밤에도 뭘 좀 배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지. 내겐 귀가 있으니까.)

 

마침내 TV에 나오는 대성당을 the blind man 에게 설명하기 위해 그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나'. 눈을 감고 있다.

My eyes were still closed. I was in my house. I knew that.

But I didn't feel like I was inside anything.(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It's really something,"(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I said.

 

눈을 뜨고 있다고 다 보는 것도 아니고, 앞을 못 본다고 못 보는 것도 아니다. 앞을 못 보는 the blind man은 이미 마음이 열려있어서 보지 못하는 것도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지만 육체적인 눈만이 전부라고 믿는 '나'는 눈에 보이는 것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야 이 만남을 통해서 눈 뜬 장님이었던 '나'는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 '나'는 비로소 마음의 눈을 뜬다.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고, 알지 못하던 세상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놀라움을 나타내는 단 한 문장, "It's really something,"

 

쉬운 문장으로 쓰여진, 소설가 카버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단편이다. It's really some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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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2 1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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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2 1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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