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 배열이 독특한 서점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거의 영구적으로 각인된다. 1994년도 겨울, 런던의 어떤 동네 서점. 당당하게 한 구석에 자리잡은 게이와 레즈비언 코너는 쇼킹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성소수자'라는 점잖은 표현은 싹트기도 전이었고, 그쪽으로는 무지 자체였던 나는 그 단어를 공적인 장소에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자리에서 책을 펼쳐보았던가? 기억에 없다.
작년 6월. 난생 처음 가본 뉴욕의 진보성향 북카페, 블루스타킹. 규모는 작지만 굵직한 주제별 서가배열은 확실하게 눈을 사로잡았다. 무정부주의, 계급과 노동문제, 페미니즘, 반제국주의....단어 하나하나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카페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 품은 내용만큼은 세상살이의 한가운데를 아우르고 있었다.
속초의 동아서점이 유명하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3대째 내려오는 서점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지만,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느 서점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넓고 쾌적한 분위기, 아기자기하면서 적절하게 짜맞춘 다양한 모양의 책장, 독특한 주제별 배열 등이 눈에 들어왔다. 교보나 영풍문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떤 취향을 느낄 수 있었다.





아트 같은 느낌.







기념으로 구입한 책. 자체 제작한 책갈피와 메모지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다.
동아서점이 있는 속초가 순간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속초에서 살아도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