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천재 이제석 - 세계를 놀래킨 간판쟁이의 필살 아이디어
이제석 지음 / 학고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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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나면 뭐랄까, 배포가 커진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종다양한 사건,사고에 눈코 뜰새없는 학교 생활. 오늘도 한 건 터졌다. 수업시간에 시작된 가운데 손가락질 놀림이 발단이 되어 두 녀석이 급기야 싸우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주먹질이 오갔다. 일명 가해자 녀석을 수업 도중에 불러 교무실서 호되고 독하게 나무랐다.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그간에 참아왔던 여러 이야기도 왕창 쏟아붇으니 녀석은 녀석대로 억울함을 토해내지만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법. 아, 그런데 그 넓은 교무실이 순간 조용해진다. 다들 숨죽이고 내가 하는 꼴을 관람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거기까지 신경써가며 녀석을 나무랄 상황도 아니었다. 얼마 전에도 이 비슷한 사건으로 한 녀석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 사이에서 나는 한동안 시달림을 당했었다.  

녀석을 대충(?) 혼내고 교실에 돌려보내고난 후, 등 뒤에서 들려오는 교감의 볼멘소리. 교감이 교무실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큰소리를 내고 험한 말로 지도했다며 투덜대는 소리였다. 평소에 목소리 큰 교감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목청껏 하면서 다른 사람이 소리 높여 하는 말은 참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난 절대로 기질상 목청 돋우어 싸움질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나마 교감과는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으며 교무실의 평교사 중 내 나이가 제일 많기에 그 정도로나마 싫은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그리고 나중에 서로 기분을 풀기도 했지만, 그 기분을 푸는 와중에도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다음에도 이런 상활이라면 오늘과 똑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제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랬더니 교감 웃으면서 왈, "다음엔 내가 교무실을 나갈게" 이렇게해서 서로 불편하지 않게 종료가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먹다만 막걸리를 마시며 조금전 읽은 <광고천재 이제석>에 대해서 한마디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석의 성공은 부럽지 않다. 그의 뛰어난 아이디어에 감탄하고. 상업성에 휘둘리거나 매몰되지 않는 그의 진정성이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이제석의 천재적인 감각을 한번쯤 흉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현장에서 말이다. 예를 들면, 휴지버리지 않기, 인사 잘하기, 고운말 쓰기, 남 배려하기, 점심 급식시간에 욕심내서 먹지 않기...등을 효과적이고 압축적으로 나타낼 천재적인 그림 한 컷 없을까를 말이다. 

글쎄, 이 책과 내 배포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허나 이 책을 읽고는 나도 모르게 용기가 생겼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내가 몸담은 학교부터라도...
 

책 말미에 있는 글을 옮겨본다. 

p208...이제석 광고연구소는 거창하게 대한민국 4대 악질 사회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뼛골 빼먹는 가장 악질적인 것을 개혁하자는 취지다. 4대 악질은 집값, 차값, 대학 등록금, 결혼 비용이다. 나는 일차적으로 4대 악질이 왜 생겼는지 따져봤다. 그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니까. 내가 보기엔 대학 안 가면 루저 되고, 큰 차 안 타면 기 죽고, 결혼식 뻑적지근하게 하지 않으면 불행하고, 고층 아파트에서 안 살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한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이런 인식을 개는 작없이 내 첫 임무가 될 것이다....나는 그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고 본다. 

이런 멋진 생각을 하고 실천하고 있는 이제석은 진정한 천재이리라. 동참하는 마음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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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디자인
안애경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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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맘대로 리뷰, 참 오랜만에 써본다. 선생이라는 일이 얼마나 고달픈지 올들어 착실하게 체험하다보니 도무지 여유가 없는거다. 평소 휴대전화 요금이 2만원 내외로 평탄(?)하게 지내왔는데 이달에는 거금 5만원이 넘게 나왔다. 내 생애 처음이다. 학부형들도 내 전화질에 꽤나 시달린 셈이다. 위염이 도졌는지 속이 쓰려서 내과에 갔더니 단골 의사 왈, 신경정신과에도 가보라고 한다. 그래선지 처방 내린 내과 약을 먹으면 잠이 마구 쏟아진다. 잠오는 위장약을 일주일 복용했더니 이제사 책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여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쓴 안애경씨의 책인 이 책을 역시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빌려왔다. 내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은 책을 읽으면 좀 죄송한 생각이 든다. 특히 정성이 들어간 책일 경우에 말이다. 

안애경씨의 책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인간적이고 자연스럽게(사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말하고 있음) 설명하고 있다. 가령 다음의 구절을 보자. 

p.99 ...북유럽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자연 그 자체를 관조하는 자연인으로서의 생활 태도가, 디자인에서는 자연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더욱 기능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p.118...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는 예술적 감성을 지닌 디자이너가 자유로운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해 준다. 디자인의 본질이 인생을 즐겁게 하고 더욱 편한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면 다양한 이웃 사람들 모두를 배려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북유럽 디자이너들은 이 같은 사회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책임감 있는 디자인 영역에서 겸허하게 일을 하게 된다. 디자이너가 사회적 책임을 직시하는 일은 당연하다. 

p.261...북유럽 디자인에서 고향의 전통이 많이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향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의 발전에 더욱 매진한다. 각자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 환경을 통해서 유행에 민감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주장을 더욱 확실하게 표현한다. 따라서 북유럽 디자인의 특성 중 하나인 창의성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재된 감각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경쟁이 아닌 디자인의 본성을 즐기는 일이라면, 디자이너는 그 어떤 곳에서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전 30대 후반의 동료교사와 나눈 이야기 중에, 우리나라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매뉴얼대로 움직일 뿐이라는 말에 서로 동감을 나타냈다. 지도서에 나와있는대로 가르치고 타학급과 타교사와의 균형을 맞추기위해 일정한 내용으로 지도하고 시험 출제를 해야하는 일이 매뉴얼을 따르는 일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위 인용글에서, "경쟁이 아닌 디자인의 본성을 즐기는 일이라면, 디자이너는 그 어떤 곳에서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바꾸어보면, "경쟁이 아닌 인간의 본성을 즐기는 일이라면, 교사는(또는 학생은) 그 어떤 곳에서든 즐겁게 가르칠 수(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쯤 될 것이다. 

즐겁게 가르치고 즐겁게 배우는 곳이 되어야할 학교, 이건 너무나 과도한 꿈이 되어 버렸다. 북유럽의 디자인 책을 읽으며 내가 있는 곳을 돌이켜보니 가슴만 답답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들은 어떨까? 그들도 매뉴얼대로 움직일까,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며 자신의 발전에 더욱 매진하고 있을까? 매뉴얼에 길들여진 좁은 시야의 내 안목으로는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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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 Guzaarish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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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적인 매력이 넘치는 눈요기 만점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도영화. 일주일이 행복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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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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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치 냉장고가 펑 소리와 함께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새 것을 구입했다. 전자제품 박스에 늘 들어있는 사용설명서라는 게 물론 있었다. 허나 그걸 누가 그걸 꼼꼼히 들여다보나, 하고 생각하며 사용설명서를 따로 모아두는 곳에 처박아버렸다. 언젠가를 위해서다. A/S를 신청하기 전에 필요할 지도 모르니까.

이 <소설 읽는 방법>을 읽다보니 자꾸 전자제품 사용설명서가 떠올라서 하는 얘기다. 굳이 소설 읽는 방법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소설 한 편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 책에서는 동물행동학의 '네 가지 질문'으로 소설 깊이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1)메커니즘: 작가 편에 서서 구조를 파악하기  2)발달: 작가의 인생에서 작품의 발표 시기와  테마의 발전 추적하기  3)기능: 작품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 생각하기  4)진화:사회, 역사, 문화사적 맥락에서 소설의 위치에 접근하기

소설 읽기 방법에 대한 어떤 주장이건 그건 읽는 사람의 방법이고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쓰는 사람의 방법과 생각이 다르듯이 읽는 것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그런데 굳이 이런 책을 써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읽었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행간에 흐르는 재미있는 문장을 건지리라는 의도에. 

p.92 ..작가 와타야 리사의 인물 조형이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라는 집단이 무너지는 일 없이 유지되는 까닭은 하츠가 생각하듯이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강한 결속 때문이 아니라, 실은 기누요처럴 어중간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p.194 쓰고 쓰고 또 쓴 끝에 덜어낼 것은 모두 덜어내고 단지 문장만 남은 글이라는 게 작가로서 이상적인 문체가 아닐까. 

이와 같은 소설 읽기의 '깨달음' 을 얻기 위해 독자는 소설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게 말하자면 이 책의 요지이리라. 그 방법으로 저자는 동물행동학을 빌어와 소설 깊이 읽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기 보다는, 흠,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의 접근법을 좀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동물행동학을 빌려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로서의 책 읽기의 한 방법일 뿐이다. 다른 게 있다면 소설가이며 독자인 저자의 깨달음 내지는 읽기 방법이 좀 더 섬세하고 세밀하다는 점이다. 마치 시 한 편을 요리조리 분석해가며 섬세하게 읽듯 소설 읽기를 시 처럼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소설가로서의 소설 읽기는 분명 '깨달음'의 농도가 다를 터이다.

이 책을 읽으며 괴로웠던 점 두 가지. 

하나, 도대체 에세이의 세계는 그 끝이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이 에세이라면 소설 작법 같은 책도 에세이에 포함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  

둘,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이 책에 인용된 소설을 어느 정도 읽어야 할 텐데 낯선 작품들이 많다보니 건성건성 소홀하게 읽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대로 혹은 나름의 방법론으로 소설 한 편을 선정해서 제대로 읽어야만 이 책을 읽은 보람이 느껴질 텐데, 새삼 공부처럼 하는 소설 읽기가 과연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소설을 정말 제대로 읽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흠, 너무나 벅찬 책 읽기다.  

혹 나중을 위해서 각종 사용 설명서 코너에 이 책을 얌전히 모셔놓을까 어쩔까 살짝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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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세월이 빨리 흘러가버리길 간절히 기다리는 요즈음, 신간 서적 추천을 쓰는 이 글이 몹시 사랑스럽다. 글 한 편에 한 달이라는 시간이 다가오고 지나가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을 빨리 보내고 싶은 마음에 12월치 추천글까지 마저 쓰고 싶다. 거친 시간을 힘겹게 보내며 늘 떠날 궁리를 한다. 떠나봐야 책 뿐이지만. 이 중에서 한 권만이라도 걸리길 바라며...

 

    산 위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헌책방에 파묻혀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그러다 남미로 떠나고 

 

 

 

 

 이탈리아도 가보고

 

 

   

그것도 아니면 오래된 옛친구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에나 빠져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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