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사진 이야기 - 보이지 않아도 희망은 있다 나를 위로하는 시리즈 1
이요셉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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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작은 책. 책을 내기 위한 글이나 사진이 아니어서 진정 마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주말, 혼잡한 전철에서 이 책을 손에 들고 한 장씩 책장을 넘기고 있으니 주변의 혼잡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해맑은 기분이 되었다. 작지만 울림이 있는 책.

 

시선을 오래 잡는 사진들. 마음으로 찍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사진들이 참 많이 실렸다. 이 책의 지은이는 고독한 시간을 오래 보내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진 만큼이나 마음을 잡는 한 구절.

 

'두려움은 씨앗과 같아서 관심을 받으면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그 잎이 아무리 무성해도 본 모습은 작은 씨앗일 뿐이다.'

 

두려움에 떨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지 싶다. 조심스럽고 두렵고, 낮은 마음새가 사진에 잘 나타나 있다. 만만치 않은 내공이랄까.

 

짧은 글로 소개하기엔 무척이나 아쉬운 책이다. 이런 책은 직접 구입해야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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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자의 꿈, 실크로드 - 봉인된 과거와 열린 미래로의 황홀한 시간 여행
문윤정 글.사진 / 바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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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닐곱 권의 책을 아무렇게나 읽다가 팽개쳐버리는 난독의 나날을 보내다 드디어 이 책 한권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완독했다는 얘기다.

 

여행이 아니라면 여행서에서라도 허기를 달래야하니 지인의 말처럼 전생에 유랑객승 아니면 캬라반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겨우 24일 간의 여행 후에 여행서를 내다니...처음에는 좀 시큰둥하게 생각했다. 사진은 또 모양새없이 배열되어 있을 뿐 사진에 대한 설명 한줄 들어가 있지 않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꽝이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름대로의 매력이 한줄 한줄 다가오기 시작하여 끝내는 모든 일 작파하고 책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여행도 여행이지만 특히 실크로드를 둘러싼 중국역사에 대한 지은이의 적절한 설명이 읽을 만하다. 실크로드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그 역사에 관한 것일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따금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해 여행을 한 건지, 여행을 하기 위해 역사를 끌어온 건지, 말장난 같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아무래도 여행 기간이 짧다보니 여행담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을 터. 이해는 가지만 지은이의 책 출간 욕심이 읽히는 부분이다.

 

여행기에서 너무 많은 걸 기대했나보다. 풍부한 현장감, 해박한 지식, 저자의 문학성 등을 여행서의 요소로 따진다면 그래도 '풍부한 현장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내 기준이니까.

 

다소 '풍부한 현장감'이 아쉽고, 저자의 센티멘탈리즘이 좀 생뚱맞고 낯설지만, 몰입의 한순간이 주는 행복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자~알 읽었다,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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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09-3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에 담긴 사진에 '설명글'이 없는 책도 다 있군요. ㅎㅎ

저는 2011년에 실크로드를 '걷는 일'과는 너무 거리가 멀게 다녀왔습니다만, 그 때 가져간 책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전3권에서도 '사진 한 장' 없는 걸 보고 좀 놀란 기억이 떠오르네요. http://blog.aladin.co.kr/oren/4833099
 

사람들은 찡그리거나 궁금해하거나 단정짓는다.

내 염색하지 않은 하얀 머리카락을 두고.

 

팔순이신 우리 이모 같은 분들은 찡그리며 나무란다.

젊은 것이 멋도 낼지 모른다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흰머리는 염색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빨강색으로 물들여보면 어떻겠느냐고.

 

산책 중에 만나는 이름 모를 이웃들은

아무도 나를 선생으로 생각지 않는다, 고맙게도.

학교에 근무하다고 하면 으레 급식실이나 청소아줌마로 단정짓는다.

매일 점심을 맛있게 만들어주시는 급식실 아주머니와

늘 화장실을 깨끗하게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시는 청소아주머니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다.

 

한 신입생이 나를 사이에 두고

제 친구에게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샘이 머리염색하지 않는 이유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래."

 

염색의 폐해를 논하며 잠시 환경을 보호하는 척했는데

아이들은 이런 말을 참 잘도 기억한다.

 

이제는 싫건 좋건 환경보호론자로 남는 수밖에.

 

염색을 할까, 말까, 하는 쓰잘데 없는 고민보다

아이들에게 궁금증을 품게 하는 게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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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에 꽂힌 여러 권의 시집 중 백무산의 <그 모든 가장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백무산의 시는, 솔직히 불편하다. 속물근성 내지는 적당주의, 타협, 소시민성 같은 것들을 마구 지적해내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한권의 시집을 읽는다고 달라질 리도 없으니 더욱 한심하긴한데, 그래도 시 한편 읽는 동안만큼은 깨어있고 싶다.

 

 

 

 

 

 

  < 감  수  성 >     

                                 백 무 산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전재산

십억이 넘는 돈을 모교인 국립서울대학교에 기부하고 갔습니다

살아 계실 때 온화한 모습 그대로

 

얼마 뒤 부산 사는 진순자(73) 할머니는 군밤장사 야채장사

파출부 일을 하며 평생 모은 일억 팔백만원을 아프리카 최빈국

우간다  굶주려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에게 보냈습니다

"우리도 옛날에 원조 받아 공부도 하고 학용품도 사고 그랬단다

우간다 아이들아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당부도 담아서

 

농사짓고 공장 일 하는 사람들의 공부 모임에서

시를 공부하다 나온 얘기였는데

누가 내게 물었습니다

둘의 차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나는 계급성이라고 말하려다

감수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계급성 감수성이라고 말하려다

생명의 감수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수성은 윤리적인 거라고 말하려다

제길, 감수성은 고상한 것이 아니라 염치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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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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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음풍농월하는 두 분의 글에 흠뻑 젖은 시간, 신선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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