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에 꽂힌 여러 권의 시집 중 백무산의 <그 모든 가장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백무산의 시는, 솔직히 불편하다. 속물근성 내지는 적당주의, 타협, 소시민성 같은 것들을 마구 지적해내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한권의 시집을 읽는다고 달라질 리도 없으니 더욱 한심하긴한데, 그래도 시 한편 읽는 동안만큼은 깨어있고 싶다.
< 감 수 성 >
백 무 산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전재산
십억이 넘는 돈을 모교인 국립서울대학교에 기부하고 갔습니다
살아 계실 때 온화한 모습 그대로
얼마 뒤 부산 사는 진순자(73) 할머니는 군밤장사 야채장사
파출부 일을 하며 평생 모은 일억 팔백만원을 아프리카 최빈국
우간다 굶주려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에게 보냈습니다
"우리도 옛날에 원조 받아 공부도 하고 학용품도 사고 그랬단다
우간다 아이들아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당부도 담아서
농사짓고 공장 일 하는 사람들의 공부 모임에서
시를 공부하다 나온 얘기였는데
누가 내게 물었습니다
둘의 차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나는 계급성이라고 말하려다
감수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계급성 감수성이라고 말하려다
생명의 감수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수성은 윤리적인 거라고 말하려다
제길, 감수성은 고상한 것이 아니라 염치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