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찡그리거나 궁금해하거나 단정짓는다.

내 염색하지 않은 하얀 머리카락을 두고.

 

팔순이신 우리 이모 같은 분들은 찡그리며 나무란다.

젊은 것이 멋도 낼지 모른다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흰머리는 염색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빨강색으로 물들여보면 어떻겠느냐고.

 

산책 중에 만나는 이름 모를 이웃들은

아무도 나를 선생으로 생각지 않는다, 고맙게도.

학교에 근무하다고 하면 으레 급식실이나 청소아줌마로 단정짓는다.

매일 점심을 맛있게 만들어주시는 급식실 아주머니와

늘 화장실을 깨끗하게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시는 청소아주머니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다.

 

한 신입생이 나를 사이에 두고

제 친구에게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샘이 머리염색하지 않는 이유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래."

 

염색의 폐해를 논하며 잠시 환경을 보호하는 척했는데

아이들은 이런 말을 참 잘도 기억한다.

 

이제는 싫건 좋건 환경보호론자로 남는 수밖에.

 

염색을 할까, 말까, 하는 쓰잘데 없는 고민보다

아이들에게 궁금증을 품게 하는 게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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