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영 내내 눈물이 나와서 혼났다.

분노인지 감동인지 모를 눈물.

 

극장을 나오면서 남편이 한마디 던진다.

"더러운 놈들"

나도 던진다.

"더러운 새끼들"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꼭 보여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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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 중에 '동문'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있다'가 아니라 '있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건, 예전 6.25 때 거제도 수용소에 있었다는 것과 그 후 정신이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중이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어머니는 그래도 자주 뵐 수 있었는데 그 당시 내 주위에서는 흔하지 않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배움이 짧았던 우리 부모보다 더 많이 배우고 게다가 어엿한 선생님을 어머니로 둔 친구는 그야말로 흔치 않은 일이어서 한때는 그 친구를 경외의 눈길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어머니가 우리 집에 자주 찾아왔던 건 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어엿한 직장인이었지만 월급만으로는 남편 병수발과 자식들 부양하기가 퍽으나 힘들어서 늘 궁핍한 생활을 면하지 못했다.

 

이 동창녀석은 나보다 한 살 많은 우리 오빠와 자주 어울렸기에 이따금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게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있었다. 이를테면 유부녀와 동거했었다는 따위는 막 2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어쩌다가 녀석이 우리집에 와서 밥 한 끼를 청했을 때 나는 모질게 거절했었다.

 

그러고 세월이 흘러 30대에 접어들 무렵인가, 그 후인가. 이 동창녀석의 비보를 들었다. 철로에 뛰어들어 숨졌다는.

 

그렇게 생명을 포기하기까지 녀석이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밥 한 끼 해주지 못하고 모질게 거절했던 일,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일...'나'라는 인간은...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욕 먹고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생각해주는 척하며 끝까지 악착같이 살아 남아야지, 친구야!

 

   그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이른바 '인간'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단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이 됩니다.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어 사람들은 40대 이상으로 봅니다.(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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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행 - 체 게바라로 난 길, 시사만화가 손문상과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의 좌충우돌 70여 일 남미 여행기
박세열.손문상 지음 / 텍스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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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먼저 보고 읽는 게 순서일 듯. 체 게바라를 따라가는 지난하고도 뜨거운 여행을 톡톡 튀는 문체로 가득 담아냄. 뜨거운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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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공단
마영신 지음 / 새만화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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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천의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병역특례업체에서 3년 간 대체복무했던 분이 그린 만화책이다. '이 만화가 공장 노동자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 만든 만화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두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그저 공장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지 싶다.

 

남동공단은 내게 아주 익숙한 지역이다. 우리 앞집 아저씨도 이곳에서 일하고, 눈 인사를 주고 받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도 이곳으로 일 다니고, 또한 학부모 중에도 여럿 있으니 나와는 아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늙수그레한 아저씨들을 보고 있자니 주변의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도 분명히 이곳에서 일하게 될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년 가을에 이 책을 신청해서 학교도서관에 들여놓았는데...아무도, 그 어느 학생도, 이 책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절대로 손 한번 대보지 않는다. 노동자로 살아갈 아이들이고, 노동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으면 누군가는 보겠지 싶었는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게 도서관에 갈 때마다 확인되어 좀 씁쓸하다.

 

아이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개구리왕자 같은 동화를 그것도 영어책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무슨 현실감각이 생기겠나.

 

책을 제대로 읽히는 게 참으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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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nce of the Pond: Otherwise Known as de Fawg Pin (Paperback)
Napoli, Donna Jo / Puffin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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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예쁜 여학생에게 방학과제로 주었다. (때로 편애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다음 글은 학생(중1)의 글이다. 영어문장이 어설프고 문법적으로 틀린 곳이 몇 군데 눈에 띄지만 이렇게 써보는 자체가 중요하고, 기특한 일이다. 그냥 옮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ㄱㅎㄴ입니다.^^

방학중에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아, 편지가 아니라 책을 읽고 난 감상이겠죠? 처음에 선생님께서 이 책을 주셨을 때 약간 걱정이 됬었어요. 제가 영어는 좀 약해서...선생님이 모르는 단어는 찾아가면서 읽으면 된다고 하셔서 생각했어요. 차라리 책에 있는 모르는 단어들은 공책에 적어놓자!하고요. 그런데 진짜 예상했던 것보다 모르는 단어가 엄청 많더라구요. 역시 ㅠㅠ 쓰느라 팔도 아프고 귀찮기도 했지만 그래도 써놓아서 중복되는 단어를 다시 찾을 필요도 없었고 넘기면서 눈에 익은 단어들도 몇몇 있었어요. 뭐, 그래도 중복되는 단어가 있긴 있답니다. 헤헤.. '개구리왕자'라는 책은 동화 맞지요? 이건 번외편이라길래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어요. 근데 번외편이라서 그런지 동화책같은 느낌은 안들었어요. 아, 그리고 여기에 나오는 Pin이 말을 잘 못했잖아요? 그거 때문에 고생 좀 했어요ㅜㅜ Fawg가 Frog를 가리키는 말인데 전 또 바보같이 Fawg를 사전에서 찾아봤던 거예요! 그래서 시간 낭비를 많이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무조건 "Frogs don't help each other." 이러고 핀의 말이 거짓말이라고만 했었잖아요. 근데 제이드는 개구리니까...그럴지도 모르겠지요. 핀이 왕자였다니! 정말 반전(?)이었어요. (결국에는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이제 느낌을 영어로 짤막하게 써 보겠습니다! (저의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I was worried about this homework. I'm not good at English, so I thought I can't do this. But, it was very fun! I didn't know this book I didn't know the English book is odd and interesting. So I bought two more English books to read during vacation. It's <Daddy-Long-Legs> and <The Greek Myths>. How interesting! Ah, especially <The Greek Myths> is my favorite book. I read that in Korean before and now I'll read in English! I'm sooo happy when I read books at morning or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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