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해변에선 소들도 바다를 즐긴다. 소를 숭배하는 인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리라.

 

 

 

 

이 신성한 소가 있는 나라, 인도에서도 식욕은 어쩔 수 없는 법.  우리 포토여사, 주기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으면 병이 날 정도라나. 그게 식습성이라면 어쩔 수 없을 터. 드디어 뱅갈로르에서 스테이크를 먹게 되었다. 짧디짧은 뱅갈로르의 일정상 갈 곳은 없고 그저 맛있게 먹은 스테이크가 유일한 추억으로 남는다.

 

딸내미가 어렸을 때, 어느 날 딸아이가 물었다.

"우리도 다른 집처럼 평범하게 살면 안돼?"

"평범하게 사는 게 뭔뎨?"

"아웃백 같은 데 가서 스테이크 먹는 거말야."

"......"

 

여전히 스테이크를 무시하며 살고 있는 내게 우리 포토여사와 오카리나여사의 스테이크 사랑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덕분에 먹어 본 스테이크는 음, 확실히 맛이 있었다. 인도에서 비프스테이크를 먹어보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두 여사님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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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하면 떠오르는 게 코끼리머리를 한 신인데 이게 바로 가네샤이다.

 

가네샤는 인도 전통의 복장 한 남자의 몸에 네개의 팔을 지녔으며 코끼리 머리를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혜재산을 관장하는 신으로 추앙받고 있어 주로 상업학문의 신으로 숭배된다.

 

코끼리머리를 갖게 된 이유는

 

가네샤는 어머니 파르바티가 목욕할 때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 시바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시바가 노해 그의 머리를 베어버렸다고 한다. 파르바티가 슬퍼하자 시바는 지나가던 코끼리의 머리를 베어 가네샤의 머리에 붙여주었다고 한다.(위키피디아)

 

이 간단한 이야기에 살을 붙여 여러가지 버전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덩치 큰 가네샤는 쥐를 타고 다니는데 워낙 뚱뚱하다보니 쥐를 타고 이동한다기보다 가만히 앉아서 쥐가 물어오는 것을 그저 즐긴다고 한다. (인도의 주요 신들은 혼자 다니지 않고 늘 뭘 타고 다닌다. 신들이 게을러서야...) 그래서 인도인들은 이렇게 뭔가를 물어오는 쥐를 홀대하지 않고 오히려 쥐가 나타나면 좋아한다나,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가네샤는 재산이 불어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건 그렇고. 우리 토이여사에게도 가네샤의 축복이 임하시려나, 쥐님의 은총을 받게 되었다. 뭄바이 기차역 구내에 있는 휴대품보관서에 맡긴 배낭에 쥐님이 친히 납시었다. 배낭 안에 있던 컵라면을 하나 슬쩍 해치우신 거다. 컵라면 포장이 부담스러워 겉포장을 다 제거하고 비닐봉지에 넣었는데 쥐님이 냄새를 맡으신거다.

 

 

이것 뿐이랴. 내 배낭 커버 안쪽에 임시변통으로 넣어두었던 토이여사의 손가방에도 쥐님이 오셨다. 내 배낭커버와 손가방을 동시에 뚫는 솜씨라니...손가방안에는 구수한 누룽지가 한봉지 가득 있었다.  쥐님의 축복을 받을 뻔했던 이 누룽지, 가루까지 말끔히 우리의 양식이 되었다.

 

 

가네샤의 축복을 받은 우리 토이여사, 올해도 넉넉한 삶이 되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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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까디: 마두라이에서 1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케랄라와 타밀나두 경계에 가깝다. 이곳은 페리야르 야생보호구역과 천연향신료의 천국이다.

페리야르 야생보호구역: 남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립공원으로 777㎢의 면적을 에워싸고 있으며, 1895년 영국인들이 만든 인공호수가 있다. 들소, 사슴, 호랑이, 코끼리, 긴꼬리원숭이 등의 서식지이며, 보호구역의 85%가 상록수와 낙엽수 삼림이 덮고 있다.

 

 

페리야르국립공원에 입성하는 건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일단 새벽 5시에 기상하여 겨우 눈꼽 떼고 차량에 올라 6시까지 대기해야 한다. 6시에 입장권(450루피)을 구입한 후 공원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면 그때부터 전쟁아닌 전쟁이 시작된다. 유람선 탑승을 위한 탑승권(225루피)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게 물량이 한정되어 있어 전력질주로 달려야만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남에게 뒤처질세라 앞뒤 보지 않고 100m 달리기하듯 번개같이 달려야 한다. 특히나 오전 7시 30분에 출항하는 크루즈가 인기가 있어 암표상도 들끓는다고 한다. 어쨋건 이곳까지 왔으니 가보기는 하는데...

 

평소 남편이 메고 다니는 작은 백팩을 달라하여 내가 짊어지고 남편을 가벼운 몸으로 뛰게 했다. 배표는 2인 1조라서 아무튼 한 명이 먼저 도착해서 차지하면 되는 거였다. 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남편은 앞서 뛰어가던 10여 명의 인도인들을 제치고 5등으로 도착했다는데 뒤에서 뒤뚱거리며 달려가는 내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바지런한 우리 일행 8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모두 배에 승선하게 되었다. 우리가 누군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속도에 단련된 몸들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잠을 설쳐가며 전력질주로 승리의 표를 거머쥐었는데 우리가 봐야할 동물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호숫가에 물 마시러 온다는 코끼리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나? 눈을 여기저기 돌려보아도 호수는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동물이라곤 푸드득 날아오르는 두 어 마리 새 정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호수를 1시간 30분 동안 유람하는 기분이란...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 위험하다하여 배정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겨우 카메라 꺼내서 이것저것 찍어보는데, 망원렌즈 없이 찍으려니 구미도 당기지 않는다.

 

이 때, 승객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입혀주던 인도인 직원이 내게서 카메라를 가져간다. 자기가 찍어주겠단다. 내 카메라가 좋아보였나? 브랜드만 유명하지 시원찮은 카메라인데...결국 카메라는 승선 내내 내 품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마음대로 찍어보쇼. 어차피 내 역량으로는 저 날아다니는 새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으니 그대 마음 껏 찍어보시요. 그대는 매일 보는 새들이니 그대가 찍는 게 오히려 합당하겠소. 잘 찍어주쇼.

 

카메라를 손에 든 이 청년은 정말 성실하게 새들을 찍었고 내게 새들의 이름도 가르쳐주었다. 비록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지만. 어찌나 진지하게 사진을 찍는지 하마터면 카메라를 줄 뻔했다. 이 카메라는 나보다 이 청년에게 더 잘 어울릴 듯싶었다.

 

다음 사진은 그 진지한 청년과 그가 찍은 사진들이다. 청년이 찍은 50여 장의 사진 중에서 아무거나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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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에서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는 뭄바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뭄바이 도착시간은 오전 9시 40분이라는데 비행기는 좀처러 이륙할 생각을 안 한다. 몸을 비틀고 짜증이 날 즈음, 먹을 것을 부산하게 나눠준다. 먹을 것에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 결국 먹을 것 다 먹은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이륙. 뭄바이에 도착하니 자유시간은 채 3시간 밖에 안 된다. 암달러상한테서 돈 바꾸고, 늦은 점심 먹고, 도비가트 다녀오고, 풍선장수한테 사기 당하고나니 이제는 야간열차에 오를 시간이다.

 

 

 

walk of life: 지위, 계급, 직업

 

 

 

 

 

 

 

indigo: 쪽빛, 남색

 

'인도에 간다'를 떠올리게 하는 로고에 비행기 안팎을 인디고색으로 치장했다. 디자인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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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거. 인간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탈 것. 예전에는 인도에 인력거가 많았다. 초기 인도여행기를 보면 인력거를 타고 가다가 너무나 안쓰러워 인력거꾼과 자리를 바꾸어 인력거꾼을 손님 자리에 앉히고 손님인 자신이 직접 페달을 밟았노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특히나 인력거꾼이 나이 많은 노인이거나 깡마르고 몰골이 초췌한 사내일 때 동정심을 자아내게 마련이다.

 

인도에서는 대부분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오토릭샤가 여행자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인도여행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이 오토릭샤의 편리함이다.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으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이만한 게 없다. 다만 릭샤왈라(릭샤 운전사)와 흥정을 해야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고 매우 피곤할 때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바라나시와 같은 도시에서는 릭샤왈라의 밀당이 고난이도의 생존기술에 버금간다고나 할까. 인생 전부를 걸고 덤벼드는 듯한 지독한 릭샤왈라를 만나는 날에는 인생공부를 제대로 하게 된다.

 

마두라이. 내가 본 힌두교 사원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낙시사원이 있는 곳이다. 이 동네에는 아직도 사람이 밟는 페달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개조한 릭샤가 남아 있었다. 마음 아파하며 타고 싶지 않은 것이 릭샤인데 우리 과일킬러여사께서 굳이 이 릭샤를 타고 가신단다. 흠, 인도는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이 릭샤왈라 할아버지는 영어를 한마디도 모르신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일단 손님이 있으면 태우고 보고 모르는 길이야 중간중간 행인에게 물어서 가면 되니까. 과일킬러여사와 다른 친구들이 릭샤에 오르는 것을 보고 남편과 나도 호객행위하는 릭샤에 이끌려 릭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엉? 오토릭샤인줄 알았는데 우리를 기다리는 건 그냥 릭샤였다. 여기까지 와서 거절할 수도 없고 그냥 가기로 한다. 80루피로 흥정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릭샤아저씨의 셔츠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이 릭샤왈라는 젊은 사람이어서 덜 안쓰럽고 덜 미안했다는 점이다. 과일킬러여사가 탄 릭샤는 나이 많은 노인이었는데...

 

호텔에 도착. 흥정은 80루피였지만 20루피를 얹어 100루피를 주었더니 이 젊은 릭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20루피라야 우리돈으로 400원 정도. 오토릭샤왈라였다면 이 정도의 돈에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짓지는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제일 먼저 출발한 과일킬러여사는 한참 후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고행길이었으리라. 영어 못하는 할아버지는 길도 모르지, 각종 차량에 무시당하지...힘겹게 왔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통 큰 과일킬러여사께서 드디어 큰 일을 해내었다. 이 가련한 노인에게 500루피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멋진 친구구나, 새삼 감탄스런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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