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까디: 마두라이에서 1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케랄라와 타밀나두 경계에 가깝다. 이곳은 페리야르 야생보호구역과 천연향신료의 천국이다.

페리야르 야생보호구역: 남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립공원으로 777㎢의 면적을 에워싸고 있으며, 1895년 영국인들이 만든 인공호수가 있다. 들소, 사슴, 호랑이, 코끼리, 긴꼬리원숭이 등의 서식지이며, 보호구역의 85%가 상록수와 낙엽수 삼림이 덮고 있다.

 

 

페리야르국립공원에 입성하는 건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일단 새벽 5시에 기상하여 겨우 눈꼽 떼고 차량에 올라 6시까지 대기해야 한다. 6시에 입장권(450루피)을 구입한 후 공원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면 그때부터 전쟁아닌 전쟁이 시작된다. 유람선 탑승을 위한 탑승권(225루피)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게 물량이 한정되어 있어 전력질주로 달려야만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남에게 뒤처질세라 앞뒤 보지 않고 100m 달리기하듯 번개같이 달려야 한다. 특히나 오전 7시 30분에 출항하는 크루즈가 인기가 있어 암표상도 들끓는다고 한다. 어쨋건 이곳까지 왔으니 가보기는 하는데...

 

평소 남편이 메고 다니는 작은 백팩을 달라하여 내가 짊어지고 남편을 가벼운 몸으로 뛰게 했다. 배표는 2인 1조라서 아무튼 한 명이 먼저 도착해서 차지하면 되는 거였다. 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남편은 앞서 뛰어가던 10여 명의 인도인들을 제치고 5등으로 도착했다는데 뒤에서 뒤뚱거리며 달려가는 내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바지런한 우리 일행 8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모두 배에 승선하게 되었다. 우리가 누군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속도에 단련된 몸들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잠을 설쳐가며 전력질주로 승리의 표를 거머쥐었는데 우리가 봐야할 동물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호숫가에 물 마시러 온다는 코끼리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나? 눈을 여기저기 돌려보아도 호수는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동물이라곤 푸드득 날아오르는 두 어 마리 새 정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호수를 1시간 30분 동안 유람하는 기분이란...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 위험하다하여 배정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겨우 카메라 꺼내서 이것저것 찍어보는데, 망원렌즈 없이 찍으려니 구미도 당기지 않는다.

 

이 때, 승객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입혀주던 인도인 직원이 내게서 카메라를 가져간다. 자기가 찍어주겠단다. 내 카메라가 좋아보였나? 브랜드만 유명하지 시원찮은 카메라인데...결국 카메라는 승선 내내 내 품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마음대로 찍어보쇼. 어차피 내 역량으로는 저 날아다니는 새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으니 그대 마음 껏 찍어보시요. 그대는 매일 보는 새들이니 그대가 찍는 게 오히려 합당하겠소. 잘 찍어주쇼.

 

카메라를 손에 든 이 청년은 정말 성실하게 새들을 찍었고 내게 새들의 이름도 가르쳐주었다. 비록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지만. 어찌나 진지하게 사진을 찍는지 하마터면 카메라를 줄 뻔했다. 이 카메라는 나보다 이 청년에게 더 잘 어울릴 듯싶었다.

 

다음 사진은 그 진지한 청년과 그가 찍은 사진들이다. 청년이 찍은 50여 장의 사진 중에서 아무거나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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