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막고굴. 한국어로 설명하는 중국인 해설사를 따라서 몇 개의 동굴에 들어갔으나 이렇다 할 큰 감흥은 일어나지 않았다. 도처에 약탈의 흔적만 확인하는 꼴이었는데 이 중국인 해설사의 설명이 또 걸작이다.

 

" ..영국 도둑놈...프랑스 도둑놈.....00도둑놈들이..."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중국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 한 명쯤 해설사로 고용하면 좋으련만...

 

하루 입장객을 6,000명으로 제한, 우리 일행도 예약 시간에 맞춰 들어가야 했다. 입장료는 200위안. 대강 계산해도 하루 입장료 수입이 2억 원을 넘는 액수이다. 이곳을 꼭 보고야말겠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막고굴 몇 개 잠깐 보여주고 시치미떼는 무슨 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책을 통해 막고굴을 감상하는 게 나을성 싶다. 이곳에 머물렀던 혜초의 마음을 헤아려보려는 자체가 어불성설로 보일 뿐이다. 나, 참.

 

막고굴에 관한 책으로는 정찬주의 다음 책이 참고할 만하다. 아마도 예전에는 막고굴 관람이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웠던 듯하다. 지금은 관람이라는 단어조차 무색하다.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

 

 

 

 

 

 

 

 

 

 

 

 

 

 

 

 

 

 

경내에 있는 백양나무가 차라리 더 인상적이었다.

 

 

 

아래 사진은 돈황박물관에 있는 돈황막고굴 복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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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2018-08-1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촬영 금지라더니 역시 복제품이었군.....

nama 2018-08-14 20:39   좋아요 0 | URL
감히 어떻게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으리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영토의 6분의 1로 한국의 17배, 한반도의 8배로 유럽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합친 것보다 넓다는 것을 여행을 준비하며 알게 되었다. 어쩐지 런던을 돌아다니다보면 런던이 동네(?) 처럼 느껴진다 했더니 런던을 품고 있는 영국, 나아가서는 서유럽 자체가 그리 큰 땅이 아니었던 것이다.

 

" 신장에 와보지 않고 중국의 크기를 말할 수 없으며, 카슈가르에 와보지 않고 신장에 왔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장은 과연 광대하고 멀고 낯설었다. 여기서 잠깐, 카슈가르는 이번 일정에 빠져서 가보지 못했으니 과연 신장에 갔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여행사 홈페이지에 있는 여행지 안전정보에는 여행자제 지역으로 티벳과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꼽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화약고'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그 뜨거운 지역을 몸소 체험하고 왔다니 약간은 감개무량하다고나 할까.

 

이번 여행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단연 검문과 검색이다. 가는 곳마다 여권 검사는 기본이고 검문소에서 얼굴도 몇 번 찍혔다. 심지어는 여권을 가슴께에 들고 얼굴과 여권을 동시에 찍는, 뭐 죄수같은 신세가 된 적도 있었다. 어딜가나 검문 검색이다. 박물관이나 재래시장에 들어갈 때도 호텔이나 백화점에 들어갈 때도 엑스레이 검색대에 소지품을 통과시켜야 했으며 심할 경우 샌달도 벗고 발바닥 검사까지 받을 때도 있었다.

 

유심칩 이야기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차단이 심해서 홍콩에서 만든 유심칩을 이용하면 웬만한 차단은 다 뚫을 수 있다하여 홍콩산 유심칩을 국내에서 미리 구입했었다. 우루무치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장착을 하면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번 런던과 인도에서도 그렇게 했었다. 그런데 웬 걸. 친구들에게 실황중계를 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열리지 않는 거였다. 늦은 시각 호텔방을 배정 받고 현지 가이드가 점검을 할 때 물어보니 홍콩산은 이곳에서 열리지 않는다나.

 

 

 

보통의 주유소인데 우리와는 달리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주유를 할 때는 차량에 탄 모든 사람이 하차해야 하며 운전자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입장할 수 있다. 이유는?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누군가 주유소를 습격해서 불이라도 지를까봐 원천봉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성대로 신장위구르인들의 독립쟁취를 위한 투쟁은 현재진행형인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까지 살벌하게 차단하지는 않을 터. 지금처럼 중앙정부의 힘이 강력할 때는 숨죽이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빈 틈이 보이면 언제 다시 독립투쟁의 불길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곳이다.

 

 

예전에 문명교류의 장이었던 실크로드는 현재 이렇게 폐쇄적인 공간이 되어 있었다. 원천봉쇄, 차단, 검문, 검색, cctv...곳곳마다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찬 곳에서 불온한 생각조차 들킬까봐 조심조심해야 했다.

 

 

 

 

 

우루무치역에 들어가기 위해선 저곳을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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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가격 대비 여행 기간이 길고,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이 그 기준이다. 이번 여행은 또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남편을 배려한 여행이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우루무치, 즉 실크로드 지역이다.

 

물건 고르듯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고른 상품이라서 출발 얼마전까지도 모객 상황이 확실치 않았다. 어찌어찌해서 10명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여행팀이 구성되었다. 몇 개의 여행사가 동시에 진행하는 연합상품이어서 그나마 가능한 여행이었다. 흠, 우루무치가 비인기 지역인가?

 

7박 9일의 여행 일정은 이렇다.

 

인천-우루무치(1박)-유원(돈황)으로 이동(열차 1박)- 돈황(1박)-하밀(2박)-선선-투루판(2박)-우루무치-인천

 

 

 

 

 

우선 실크로드 관련 책.

싶크로드에 관한 책은 시중에 무척 많지만 당장 내 수중에 있는 책은 몇 권 되지 않았다.

 

 

 

 

일찍이 1980년대 중반 윤후명의 소설 <돈황의 사랑>을 통해 돈황을 알게 되었으나 돈황은 너무나 먼 곳이었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저 소설로만 접해볼 수 있는 세상이려니 했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실제로 1990년대에 돈황에 갔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돈황에 가보기 전에 소설이 먼저 나온 것이다.) 여행가 이지상의 책을 무조건 읽었던 시절에 읽은 책 중에 실크로드 여행기가 있었다. 그분쯤 되니까 갈 수 있는 곳이려니 생각했다. 그리고 잊었다.

 

그래도 실크로드 관련 책은 이따금 사들였다.

 

 

가보지 않은 곳을 책으로 읽는 것은 쉽지 않고 때로 효율성도 떨어진다. 특히 실크로드가 그랬다. 문명교류사의 대가 정수일이 쓴 <실크로드 문명기행>은 사놓고 읽을 엄두를 못냈다. 훌륭한 책이었으나 도저히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읽어도 읽은 게 아니어서 이내 포기하고 말았던 책이었다. 변호사 차병직의 <실크로드, 움직이는 과거> 역시 그랬다. 재밌게 읽은 것은 오로지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둔황>뿐이었다. 소설이니까.(이 소설을 쓴 작가 역시 돈황을 가보지 않고 이 책을 썼으며 나중에야 돈황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니 이런 책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잘 읽히기 시작했다. 그것도 흥미진진하게. 드디어 저 책들을 재밌게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땅을 밟아본 지역만 그렇다. 그러니 저 책을 완벽하게 읽으려면 아직도 멀었다. 가보지 못한 곳은 읽어도 읽은 게 아니니까.

 

 

실크로드에 대해서 (나는) 감히 여행기라고 이름 붙일 글은 못 쓸 것이다. 아무리 가볍게 쓰려고 해도 가슴이 답답해져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꼭지 더 올리게 될 지 모르지만 생각같아선 달랑 사진 한 장만으로 끝낼 수도 있다. 내게는 너무 벅찬 당신이다, 실크로드가.

 

 

 

 

 

 

 

 

 

 

 

 

 

 

 

 

 

이 책은 여행 가기 전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읽을 만하다. 단, 친중성향이 매우 강해서 신장위구르인들의 독립성향을 간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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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8-08-12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객 실패로 실크로드 여행이 무산되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언젠간 재도전할 거예요~ 읽으셨던 책들도 읽어봐야겠어요~ 다녀온 곳의 책이 눈에 잘 들어온다는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

nama 2018-08-12 09:37   좋아요 1 | URL
저도 친구들이 동조하지 않았으면 무산될 뻔한 여행이었답니다. 실크로드는 꼭 한번은 가볼만한 곳이지요. 재도전하시고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10여 년 전. 토마토농장 근처를 산책하다가 당도가 매우 높다는 끝물 토마토를 얼떨결에 구매했었다. 주인 말대로 토마토는 그간 내가 먹어본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그후 대저토마토(짭짤이)의 맛에 잠시 넋이 나가긴 했으나 그 끝물 토마토에 미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도.

 

문제는 사들고 온 토마토의 양이 너무 많다는 거였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나. 아니다. 잉여농산물에서 요리가 나온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우선은 음식을 만들기 전에 재료가 풍부해야 한다. 풍부한 재료를 앞에 두고 있으면 저절로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하여튼 토마토가 상하기 전에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 어떤 동료가 고기를 볶을 때 토마토를 넣으면 맛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고기는 잘 안 먹으니 그건 아니었고 마침 집에 감자가 상자째 모셔져 있었다.

 

감자조림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으나 고추장을 넣은 감자조림이나 간장 감자조림 등을 딱히 맛있게 먹은 적도 없던 터였다. 그래도 감자가 있고 토마토가 있으니 뭔가를 만들어야 했다. 냉장고에 있는 빈약한 재료를 모두 활용해보기로 했다.

 

감자, 토마토, 청양고추, 마늘, 매실 추출액, 들기름, 월계수잎. 고추장.

 

이 재료들을 순서 관계없이 생각나는대로 꺼내어 한꺼번에 넣고 조려보았다. 맛은? 의외의 맛이 나왔다. 매콤 달콤한 스파게티 소스 맛이 물씬 풍기는 감자조림이 탄생했다. 이 토마조감자조림으로 비로소 음식 만드는 엄마의 대접을 받게 되었다. 그해 여름 내리 감자 두 상자를 토마토감자조림 해먹는데 소비했다. 물론 먹을 때마다 식구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올 여름에도 여전히 토마토감자조림을 먹고 있다. 매년 먹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릇 바닥에 고인 국물까지 싹싹 비워내고 있다. 밥 비벼서 먹으면 그대로 꿀맛이다. 물론 늘 소박한 밥상이다보니 먹을 게 별로 없어서일 수도 있다. 허나 반찬이 없다고 해서 맛없는 반찬을 맛있게 먹을 수는 없으니 인정해줄 것은 인정해주는 게 좋겠다.

 

이 조리법을 동료에게 전파했더니 토마토감자조림 덮밥과 토마토감자조림 스파게티로 응용되기도 했다.

 

살다보니 어쩌다가 이런 음식을 만들기도 했으나 나는 요리따위는 아무래도 좋기에 요리다운 요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소박하게 끼니를 때울 뿐이다. 마트에도 자주 가지 않는다. 그러니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애초부터 차단시킨다. 요리보다 책 읽기가 훨씬 재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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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살구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시큼하고 텁텁하면서 도대체 과일즙다운 촉촉함은 어디에 숨었는지. 그러니 내 돈 주고 사먹기 보다는 대부분 그냥 어디선가 얻어먹은 기억뿐이다. 어쩌다 사먹어도 끝까지 알뜰하게 먹지도 않았다. 살구는 내게 제일 맛없는 과일일 뿐이다.

 

농산물도매시장에 갔더니 살구 한 바구니를 2,000원에 팔고 있었다. 아무리 맛없는 과일이지만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이라 일단 구매의욕이 당겼다.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살구는 집에 도착하니 이놈저놈이 물러터져서 비닐봉지 안에 진물같은 즙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쩌나.

 

잠시 고민 끝에 잼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대강 세척 후 씨를 발라냈다. 씨는 깔끔하게 떨어졌다. 살구에게도 예쁜 구석이 있었다. 씨를 발라낸 과육을 과도로 대충 자른 후 냄비에 넣고 설탕을 퍼부었다. 비율? 마음 내키는대로.

 

한참을 저었더니 되직해졌다. 잠시 식힌 후, 미리 열탕 처리로 살균한 빈 유리병에 담아냈다. 끝.

 

그렇다면 맛은? 감히 말하건대 모든 과일잼 중에서 살구잼이 으뜸이다. 새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구어준다. 살구잼 발라서 토스트 먹을 생각을 하면 아침 식사가 기다려진다. 상큼한 살구잼 덕분에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다. 과일잼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리.

 

 

위의 사진은 세 번째 만든 살구잼이다. 요즘은 살구가 끝물이라서 눈에 띄기만 하면 일단 사고본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살구라도 줍고 싶은 심정이다.

 

 

국내산 살구는 맛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외국산은? 외국산이라야 내가 먹어본 것은 북인도의 히말라야 일대에서 먹어본 게 유일한데 그곳의 살구는 확실히 맛이 좋았다. 살구가 맛있는 과일이라는 것을 그곳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살구가 유명한 동네여서 살구로 만든 화장품, 살구잼 등도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히말라야산 살구잼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기억이 없다. 날로 먹는 살구보다 맛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살구잼이라면 단연 맛이 없는 국내산으로 만든 살구잼이 최고다. 그렇다면 과일잼은 맛이 없는 과일로 만들어야 더 맛있는 건가? 모를 일이다. 히말라야에 가게 된다면 살구잼을 만들어서 비교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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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6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8-07-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두나 천도복숭아는 좋아하는데, 살구는 맛있게 먹은 기억이 저도 없어요. 하지만 가끔 살구쨈을 먹으면 제가 먹던 과일이 맛을까?하는 생각을 하곤했는데 이렇게 nama님이 직접 만드신 살구쨈을 보니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nama 2018-07-17 07:09   좋아요 0 | URL
그냥 살구와 살구잼은 확실히 달라요. 제가 한번 빠지면 그것만 하게 되는데 올해는 살구잼에 젖어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직접 만든 게 훨씬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