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끝나는 식물이 있다. 

 

 

한겨울의 스산한 거리를 그나마 아름답게 장식하는 용도로 인위적으로 옹기종기 심어놓는 식물이 꽃양배추이다. 보라색이나 노란색의 꽃양배추는 모양 자체가 꽃이어서 한겨울의 삭막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꽃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러다가 날이 풀려서 봄 기운이 무르익으면 생기를 잃어가며 썩고 문드러져서 몰골이 흉하게 무너져내린다. 그런 꽃양배추의 최후는 언제 보아도 처참한 모습이다. 꽃양배추의 생애가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동네에 곱창구이집이 있다. 어딜가려면 늘 그 식당 앞을 지나가게 마련인데 언젠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두 개의 화분이다. 한겨울에 보라색 꽃양배추가 있던 자리에 어느 순간부터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인이 게으르군.'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꽃을 심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는데 어느 날 노란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양배추가 저런 예쁜 꽃을 피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겨울 장식용으로 여겼을 뿐, 그것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꽃양배추는 그저 일회용품과 다를바가 없었다. 잠시 인간의 눈요기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아름다움이 다하면 가차없이 뽑혀버리는 꽃이다. 그런데 저 노란꽃을 보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생명이었구나.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는구나. 미안하구나.

 

 

딱 한 번밖에 들어가보지 않은 곱창구이집이지만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잠시 겸손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집 곱창구이는 맛이 좀 없던데.... 솜씨가 별로였는데... 나의 입맛이 그렇다는 것이지 이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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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잠깐 들렀던 서점. 혜화동에 있음. 사진만이라도...

 

 

 

동양서림

 

 

 

 

동양서림 2층에 있는 위트앤시니컬 시전문서점. 양해를 구하고 겨우 한 장 찍었는데 요렇게 쓰일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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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4-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은 잊었는데 어느 시인이 하는 서점 아닌가요?
서점 이름이 재미있어요.

nama 2020-04-28 11:47   좋아요 0 | URL
유희경 시인이지요.
위트 보다 시니컬이 더 위트가 있어요.^^
 

 

작년에 다녀왔던 책방 <사이에>, 홍대 근처 연남동에 있다. 사진을 올린다. 작은 기록이라도 해두자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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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4-2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 분위기가 코지~해 보이네요.

nama 2020-04-21 19:01   좋아요 0 | URL
네.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예요.
이 서점은 여행을 기획하고 실제로 진행하는데 테마가 확실해요. 마니아 층 위주로 운영이 되는 듯해요.
찾아가는 길이 약간 번잡한 게 단점이구요.
 

 

 

 

뉴욕의 블루스타킹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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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이름을 잊었다. 지난 주에 다녀온 책방 이름을. 소소하고 별 볼일 없을지라도 기록을 남겨야 할 이유다.

 

공주 원도심에 위치한 블루프린트북 서점을 다녀왔다. 작년엔 이 동네 저 동네 수목원을 쑤시고 다녔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독립서점을 쑤시고 다닐 모양이다. 수목원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혹 모른다. 수목원보다는 서점은 한번 해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숨어있는지도. 때로 내 마음 나도 모를 때가 있으니까.

 

왜 또 '블루'일까? 서점 상호로 '블루'를 애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제주의 디어마이블루서점, 공주의 블푸프린트북 서점. 뉴욕의 블루스타킹 북카페. 아무래도 원조는 뉴욕의 블루스타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주의 서점의 대명사쯤 되는 자자한 명성을 지녔지만 실제로 가보면 아주 작은 카페 겸 서점으로 작고 소박한 인테리어에 놀라게 된다. 하여튼, 다음에 어딘가 '블루'가 들어간 서점이 또 있으면 찾아가보고, 확인한 후 '블루'를 주제로 페이퍼를 써보면 어떨까 싶다.

 

 

 

 

 

외관이 기괴하고 독특하다. 1층은 카페, 2층은 사무실, 서점은 3층에 있다. 출입구는 뒤쪽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좀 불친절하다. 다리 힘 약간 사람에 대한 배려...없다.

 

 

 

 

주제를 짐작하기 어려운 책 배열이라서 보물찾기하듯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  라이프스타일의 최전선'이라고 쓴 파란색 쪽지. '아무튼...'시리즈. 근데 이건 다른 독립서점에서도 보았다. 사적인 취향이 똑같은 건 우연?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 시리즈 역시 다른 독립서점에서 본 것. 동네서점 구색용 시리즈 같다는 생각이 든다.

 

 

 

 

2층에서 내려다본 1층.

 

 

 

 

2층에 마련된 소파. 오고가는 손님들 때문에 편하게 앉아서 책 읽기는 어려울 듯하다.

 

 

 

 

2층 초입에 있는 세면대. 장식용인가 싶은데 물이 나온다.

 

 

 

다시 1층. 서가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 최대한 주관적인 관점이 독립서점의 장점이 아닐까.

 

 

 

 

 

독립서점에서 책 구경만하고 나오면 안된다. 반드시 한 권은 구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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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1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깨비 2020-04-2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씀 마음 속 깊이 새기고 갑니다. ㅎㅎ

nama 2020-04-21 19:50   좋아요 1 | URL
이런 독립서점이 계속 살아남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