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키키 키린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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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에 깊이 빠져본 적이 거의 없던 내가 요즈음 키키 키린(1943년 1월 15일  ~ 2018년 9월 15일) 이라는 일본 배우에 빠져 수 편의 영화를 감상했다. 나에게는 이변이다. 영화 <모리의 정원>이 아무래도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무슨 영화를 보았냐면,

 

<모리의 정원> 2017년 제작.

<앙: 단팥 인생이야기> 2015년

<걸어도 걸어도> 2008년

<태풍이 지나가고> 2016년

<어느 가족> 2018년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년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년

<도쿄타워> 2007년

 

그러니까 한 배우의 10여 년에 걸친 연기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비교적 젊은 시절 모습부터 틀니를 뺀 쭈글 할머니의 모습까지 한 사람이 늙어가는 과정을 대략이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보통 주변 사람들을 보면 늙어갈수록 얼굴 표정이 무뚝뚝해지고 가만히 있어도 화난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미 내 얼굴에서도 나타나는 걸 숨길 수 없다. 몸은 여기저기 아파오기 시작하고 나날이 꽃 길 같은 인생도 아니니 자연 표정이 어두워지고 그늘이 깊어진다. 늙을수록 아름답고 상냥한 얼굴을 유지하려면 어마어마한 내공과 끊임없는 수양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겠다. 그런데 키키 키린이 바로 그랬다. 늙어갈수록 얼굴 근육이 유연해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했다. <앙: 단팥 인생이야기>에서 벚꽃 나무 아래에서 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걸어도 걸어도>라는 제목은 노래 <요코하마>에서 따온 것인데, 남편이 바람 피는 현장에서 들었던 그 노래를 몰래 혼자 즐겨 들었다는 대목에서도 여지없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지만 키키 키린의 사랑스러운 모습만은 기억할 만하다.

 

키키 키린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는 책 얘기를 하려다가 서론이 길었다.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몇 구절 인용하는 것만으로도 리뷰를 쓸 가치가 있다고 생각.^^

 

 

3

나는 만사에 '꼭 이래햐만 한다'는 법은 없다고 봐요. 예를 들어 내 얼굴을 보세요. 이건 실수에 의한 작품이라고요. 그래도 나는 실수를 만회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어요. 

 

9

나쁜 상황과 마주쳐도 늘 웃는 얼굴을 하려고 해요. 우물의 펌프만 과도 그렇잖아요. 계속 움직이면 어느 사이에 물이 차오르잖아요? 마찬가지로, 재미가 없어도 계속 웃고 있으면 점점 즐거운 감정이 올라옵니다. 나는 무뚝뚝한 편이라 "왜요" 한마디만 해도 남편이 "지금 화내는 거야?"하고 따지니까. 그렇게 안 되려면 웃어야죠.

 

13.

심각해질 때도 있지만 '놀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18

내 안에는 '불평'이라는 말이 없어요.

이래야 했다느니 저래야 했다느니 같은 말도 일절. 그저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에만 집중하니까, 불평할 겨를이 없습니다. 가령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하면 '이 상황에서 내가 살길이 뭘까'만 생각하는 거죠.

 

25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 않으면 삶 속에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27

좀 주제넘은 말이지만, 사물에는 겉과 속이 있어서 아무리 불행한 일을 당했다고 해도 어디선가는 빛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행복이 늘 계속되지는 않죠. 그러나 마음이 답답할 때, 그 답답함만 보지 말고 약간 뒤로 물러서서 자기를 보는 정도의 여유만 있으면 인생도 살 만하지 않을까요? 그걸 이 나이가 되어서 깨달았네요.

부디 세상만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사시길. 너무 노력하지도 너무 움츠러들지도 말고요.

 

55

나는 사람도, 한 번 망가져본 사람이 좋더군요.

 

103

세상을 망치는 것은 노인이 판칠 때다. 때가 되면, 긍지를 가지고 뒤로 빠져라.

 

옮기다보니 끝이 없다. 필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115

삶이 끝날 때까지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이상은 있습니다. 집착을 완전히 버리고 어깨에 힘을 빼고 홀로 우뚝 서는 것이죠. 존재의 무게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밖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 마음의 기량 면에서.

 

120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인생이었습니다. 이제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책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영화부터 쭈욱 훑고 다시 이 책을 보니 꼭지 꼭지마다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내 삶도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키키 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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