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끝나는 식물이 있다. 

 

 

한겨울의 스산한 거리를 그나마 아름답게 장식하는 용도로 인위적으로 옹기종기 심어놓는 식물이 꽃양배추이다. 보라색이나 노란색의 꽃양배추는 모양 자체가 꽃이어서 한겨울의 삭막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꽃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러다가 날이 풀려서 봄 기운이 무르익으면 생기를 잃어가며 썩고 문드러져서 몰골이 흉하게 무너져내린다. 그런 꽃양배추의 최후는 언제 보아도 처참한 모습이다. 꽃양배추의 생애가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동네에 곱창구이집이 있다. 어딜가려면 늘 그 식당 앞을 지나가게 마련인데 언젠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두 개의 화분이다. 한겨울에 보라색 꽃양배추가 있던 자리에 어느 순간부터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인이 게으르군.'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꽃을 심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는데 어느 날 노란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양배추가 저런 예쁜 꽃을 피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겨울 장식용으로 여겼을 뿐, 그것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꽃양배추는 그저 일회용품과 다를바가 없었다. 잠시 인간의 눈요기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아름다움이 다하면 가차없이 뽑혀버리는 꽃이다. 그런데 저 노란꽃을 보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생명이었구나.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는구나. 미안하구나.

 

 

딱 한 번밖에 들어가보지 않은 곱창구이집이지만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잠시 겸손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집 곱창구이는 맛이 좀 없던데.... 솜씨가 별로였는데... 나의 입맛이 그렇다는 것이지 이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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