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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ㅣ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6
찰스 부코스키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9월
평점 :
이름만 들었던 찰스 부코스키의 글을 보니, 왜 미국의 서점에서 그의 책이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지 알 듯하다. 그는 고상한 척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숨어 있는 야성의 목마름을 만천하에 당당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의 저속함과 비열함에 침은커녕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 찰스 부코스키.
트럼프 시대에 딱 어울리는 시 한 수 옮겨보면,
부패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
이놈의 나라가
사오십 년은
퇴보했구나
사회적 진보도
사람이
사람에게 갖는
호감도
모두 멀리멀리
쓸려 갔구나
그리고 진부하고
케케묵은
편협함이
자리 잡았구나.
우리는
어느 때보다
이기적인 권력욕에,
약하고
늙고
가난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을 향한
멸시에 젖어 있다.
우리는
결핍을 전쟁으로
구원을 노예제로
대체하고 있다.
우리는
성취한 것을
낭비하고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우리는 폭탄을 안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두려움
우리의 지옥살이
그리고 우리의
수치.
이제
우리는
크나큰 슬픔의
손아귀 안에서
숨통이
막혀
울음조차
터뜨릴 수 없다.
트럼프도 고상한 척하지 않기로는 한 인물하는 인간인데 왜 그의 목소리엔 울림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