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적는 자가 살아 남는다, 는 아니더라도 적어놔야 같은 책을 두 번 읽지 않는다. 심사숙고헤서 두 번 읽는거야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럴듯해보여서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건 시간낭비일 수도 있다. 특히 내 돈 주고 산 책들은 그런 실수가 적은데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들은 가끔씩 그런 실수를 한다. 공짜란 없다, 라는 말이 여기에도 해당되려나. 책도 사람도 여행도..아니 모든 인간사가 (내가 정직하게 벌은) 내 돈을 들이는 정성으로 해야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나는 왜 이렇게 정직하지? 나만 그런가?) 최순실, 박근혜가 나쁜 것은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했다는 것. 그것도 나라 말아먹으면서. 거짓말하는 뻔뻔스러움이야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엄기호의 이 책. 읽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아서 서론이 길어졌다. 엄기호 문체의 특징은, 글이 말처럼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점인데 때로 그게 장점이면서 단점으로 다가온다. 설득하기에는 좋은 문장이나 문장에 강약이 부족하다. 내가 문학적인 문체를 기대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의 글은 읽기에는 편한 글이나 읽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나중에는 그게 그거 같아서 안 읽고도 아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이 그렇다. 읽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분명히 읽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공감하던 부분을 옮겨본다.

 

의견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과의 대면 속에서 열심히 성찰을 해서 나만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모든 의견은 이견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자면 선생님이 앞서 말씀하신 대로 일단 타석에 들어서야 하거든요.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 의견을 가진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죠. 그저 관전평 정도가 되는 것이겠죠. 사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디어가 점점 더 대다수의 시민들을 관전평, 품평을 하는 사람들로 만들고 있어요. 댓글을 달고, ARS를 돌리고,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하는 등등이 마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저 품평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거든요. 의견을 말하는 것이 참여자의 입장이라면 품평은 구경꾼의 언어예요. 우리는 구경꾼의 언어가 마치 의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타석에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뭔가 얘기를 계속 해야 하는데 자기만의 의견이 안 만들어지니까, 계속 징징거리는 형태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상황이 자기도 답답하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화내고 짜증을 내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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