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1 - 김종철 칼럼집 발언 1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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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끼 느긋하게 먹지 못하는 바쁜 와중에 이 책을 집어들었으나 결국은 또 읽다가만다. 밤에는 다음 날을 위해 서둘러 자야 하니 이래저래 책은 저발름(이 표현은 우리 엄마가 늘 사용하던 것이다. '이발름 와라.' '저발름 가라.'...)에 가 있다. 바쁘게 살려고 내가 이 지구상에 왔는지...

 

몇 구절 옮겨본다.

자본가들은 항상 자신들의 이익은 철저히 사유화하고, 손실은 국가라는 수단을 이용해 철저히 사회화하는 데 익숙해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뿌리 깊은 생리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시스템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치의 문제이며,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되지 않는 한, 세계의 약자들은 탐욕스러운 투기꾼들이 입은 손해를 메워주기 위해서 피땀을 흘려야 하는 부조리한 운명은 언제까지나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권력이동 현상은 민중의 각오와 행동에 따라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선거제 대의민주주의란 본래 부르주아 독재체제를 지속시키는 정치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초적인 사실을 기억한다면, 한 `진보 성향` 인물의 출현으로 사태의 본질이 달라지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민중사회의 각오와 행동에 달려 있다. 모든 권력은 밑으로부터의 강력한 요구 없이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지금 세계적인 경기후퇴는 자본주의의 성장 동력이 잠시나마 정체한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가 자본의 논리를 넘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색뉴딜`이니 `녹색성장`이니 하는 것은 결국 말장난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종래의 성장논리에서 조금도 벗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녹새`이란 `성장`과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그러나 우리 시대의 비극은 나치의 종말과 더불어 이 모든 게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는 뉘른베르크이 교훈에도 불구하고, 독재자에게 빌붙어 권력을 향유하려는 자들이 창궐하고, 나치식의 기만적 `이중언어`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아마도 오늘날 가장 고약한 `이중언어`의 예는 소위 신자유주의체제가 쏟아내는 말들일 것이다. 우리는 조동자들의 목을 대량으로 자르는 것을 `구조조정`, 알짜배기 국유재산을 특권층의 사유물로 만드는 것을 `민영화`, 사회적 약자와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적 수단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규제완화`, 서민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을 `도심재개발`이라고 부르는 데 어느새 익숙해져버렸다(서글픈 것은 이 상황의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일수록 이런 기만적인 언어를 몸에 붙이고, 주저 없이 입에 담는 현실이다).

경제성장 논리란 권력엘리트들이 퍼뜨려놓은 허구적인 덫일 뿐이다. 그럼에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아직도 대댜수 지식인과 민중은 경제성장을 좀더 나은 살므이 근본 전제로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전제르 ㄹ뿌리부터 재검토하지 않는 한, 민주의 사회경제적 자랍성과 정치적 자주성의 회복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민주주의 회복도 요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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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6-2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무척 바쁘신 일상인가봅니다. 집에 있어도 점심 먹을땐 전화도 받기 싫던데요.
바쁘게 살려고 지구상에 온건 아니다라는 말을 근래 어디서 봤는데 그게 어디였는지 생각날듯 말듯 하네요 ^^ 아마 nama님은 아실듯.
오늘 밤부터 본격 장마라는데 대전의 아침 하늘은 해가 짱짱입니다. 벌써부터 덥기 시작했어요.

nama 2016-06-21 09:5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이영광)라는 시집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오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있는 날이라고 올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어주네요. 시험을 잘봐야 대접 받는 나라이다보니...
바쁜 것. 늘 종종거리다보니 마음도 늘 바빠요. 중독된 것 같아요. 빠쁜 것이 핑계가 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