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관한 글 중 손철주는 최고다. 순전 내 생각이다. 붕붕 떠다니는 시간을 보낼 때 손철주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더불어 그림에 대한 자잘한 지식도 얻을 수 있어 읽고나면 항상 무언가 남는다.
이 작은 책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글솜씨나 내용이나 마음에 꼭 든다. 이런 책을 읽는 건 행복이고 기쁨이다. 뭐가 행복이고 기쁨이냐고 묻는다면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소개 받았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낄 터이다. (오늘 내가 왜 이러지...)
두보의 아름다운 시 한 수 베낀다.
一片花飛減却春 일편화비감각춘
風飄萬點正愁人 풍표만점정수인
且看欲盡花經眼 차간욕진화경안
莫厭傷多酒入脣 막염상다주입순
한 조각의 꽃잎이 날려도 봄은 깎이어 나가는데
바람에 만 점 흩날리니 정녕 이내 마음 시름겹도다
또한 내 눈앞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다 보아야 하니
한잔의 술이 해롭다 한들 어이 마다하리요
-<곡강이수 曲江二首>에서
이 시를 읽으니 벌써 봄이 온 것 같다.
우리 옛그림을 볼 때 뭔가 어리둥절하고 이해가 가지 않던 이유를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알게 된다.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 파초가 상징하는 것 등... 다음의 책과 함께 읽으면 동양화에 대한 조예가 좀 생기리라.
그러나 손철주의 책을 읽다보면 <동양화 읽는 법>과 같은 책은 딱딱하고 계몽적이어서 완독하기가 쉽지않아 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게 된다. 이 책은 분명 동양화 읽는 법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어 어쨌거나 요긴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