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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처럼 여행하기
전규태 지음 / 열림원 / 2015년 7월
평점 :
'삼 개월 시한부 인생의 췌장암 선고를 받고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죽음을 극복한 이야기'
신문에 이 분의 기사가 났을 때부터 이 책이 궁금했는데 마침 도서관 신간도서로 구입하게 되었다. 기다렸다.
'역경을 극복'한 분의 글은 역시 한 문장 한 문장이 울림이 컸다. 강약으로 말한다면 책의 순서는 강-강 -약강-약으로 흘러 뒤로 갈수록 호흡이 차분해지고 관조적으로 흘렀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여졌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소장하지는 않을 터,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본다.
'풍경'을 위해 인간이란 존재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이 무용지물인 것이 풍경인 듯하다. 알프스와 같은 초월적인 풍경은 특히 그러하다. 인간은 아무래도 좋은 그런 풍경. 순수와 적요는 우리에게 그만큼 요원한 것일까.
지난 주 강원도 산골에서 마주한 보름 전야의 교교한 달빛. 달을 보고 소원을 빈다는 행위가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일로 보였다. 위 글을 읽고서야 그 기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풍경 앞에서 인간은 그냥 무용지물이라는 것. 깊은 산 속의 달빛은 이미 이 세상 것이 아니었다. 초월적인 어떤 것이었다. 인간은 아무래도 좋았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혼자 여행할 때면 자기 모습을 '유체 이탈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갖게 된다.
삶이 멜로디라면 사랑은 리듬이며, 죽음은 축제를 위한 취주악이다.
알 듯 모를 듯한 표현이다.
여행이란 스스로를 안전한 일상생활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이질적인 세계로, 편리한 환경에서 불편한 환경으로, 호사스럽거나 넉넉한 생활에서 가난하고 모자라는 생활로 끌어내는, 끌어내리는 일이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 사이에 있다. 고독은 '사이'에 있으므로 공간과도 같은 것이다.
들판은 그의 서재, 자연은 그의 책이라네. - 레오나르드 블룸필드
좌선(坐禪)보다 행선(行禪)이 더 깊다. -틱낫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