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책이 살살 녹는다. 그러나, 끝까지 읽지 아니한다. 너무 달콤해서. 단음식 대신 쌉싸름한 맛을 즐기는 내 식성 탓인지 단것엔 입이 짧다. 책도 그런 것 같다. 일단 내물렸는데 내내 이 한 구절이 남는다. 역시 쌉싸름한 맛 때문이다.
"병원이 건강의 장애가 되고 정당이 민주정치의 장애물이 되고 언론기관이 의사소통의 장애물이 되는 것처럼 학교는 진정한 교육의 장애가 되고 있다." 이반 일리히는 이렇게 말했다. 일리히의 주요개념 중 하나는 반생산성이다. 산업사회 스스로가 자신의 원래 목적을 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자동차 구입비, 기름값, 교통체증을 포함하여 자동차에서 보낸 시간 등을 모두 합해 계산하면, 사람들은 1만 킬로미터를 이동하기 위해 한 해 평균 1,600시간을 썼다. 그럼 자동차의 진짜 스피드는 지금 속도계에 찍히는 바로 그 속도가 아니라 겨우 시속 6km밖에 안 된다는 것. 우리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바치는 대부분의 노동이 사실 진정한 생산성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살아 있는 인간을 거대한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는 현대사회의 구조를 평생 분석하고 해체하여 마침내 뛰어넘으려 했다.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해 어디까지 자신의 삶을 해체할 수 있는가. 그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자유라 믿는 모든 '안정감'이 실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가짜 자유임을, 아프게 깨닫게 된다.
'안정감'. 그 누가, 권력이나 재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을 메르스사태로 확인 또 확인하는 나날들이다. 이젠 지겹다. '삼성이 망해야 한다.'는 말도.
영화 <최종병기 활>......생존은 개인 몫이라는 마지막 멘트가 여운을 남겼었는데, 201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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