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여러 이웃서재에서 글을 읽고 이 책이 궁금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기다림이라는 과정이 있어서 그렇지 학교 도서관에 신청하면 언젠가는 손에 잡게 된다.

 

지난 10여 년 안짝으로 시골생활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3년 가까이 농사도 지어봤다. 한 달에 자동차 연료비로 30만 원 넘게 드는 것을 불구하고 열심히 오고가며 농사를 지어봤지만 생산물은 돈으로 따질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돈은 커녕 갈 때마다 내 키 높이로 자란 잡초와의 한바탕 전쟁으로 온 몸이 몸살날 지경이기 일쑤였다. 시어머님과의 갈등은 별개로 치고.

 

지인들과 어울려 강원도 오지에 오두막을 만들었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진입로마저 태풍에 유실된 이후로 한 번도 편하게 집 문 앞까지 당도한 적이 없었다. 자갈길, 풀길 헤치며 옆 집 눈치 봐가며 터벅터벅 걷는 길이 고행이 따로 없다. 동네 분위기는 또 얼마나 복잡하고 주민들은 갈등이 심오한지...

 

얼떨결에 시작한 이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책의 내용이 속속들이 잘 들어왔다. 그러나 이 책이 계기가 되어 심기일전하고 유비무환의 대책을 세워서 앞으로 실수없는 시골생활을 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별개다. 절대로 미리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 철저하게 대책을 세운다면 감히 시골생활하겠다고 나설 수 없을 것이다. 알고는 시작하지 못한다.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미친 짓을 했다는 것을...

 

그런데도 아직 그 꿈을 접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남편은 오늘도 퇴직 이후의 전원생활을 함께 꿈꾸자고 꼬드기고 있다. 그동안의 온갖 시골 경험에도 불구하고.

 

p. 89...안주의 땅, 마지막 거처, 별천지, 지상낙원 같은 화려한 문구에 혹하더라도 망상으로만 끝나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공간을 정말로 발 벗고 나서서 찾으려는 것은 수백 년 전 보물을 찾으려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입니다. 노후 자금만 넉넉하다면 그런 망상에 가까운 꿈을 정말로 실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반복하지만, 문제를 다 알고 있다해도 꿈을 접을 수 없다는 게 진짜 문제다. 아무리 일침을 가하고, 이 책에 나오는 '수제 창'을 목에 들이대도 굽혀지지 않는 게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이다. 나도 머잖아 이런 책을 쓸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