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 한번도 못 가봤다는 게 참으로 부끄럽다. 희망버스라는 것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가기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오전에 병원에 다녀와서 기분을 가다듬고 신문을 보았더니 이계삼의 인터뷰 글이 실려 있다. 이 분의 글이나 말을 대하면 늘 부끄러워진다.

 

"지성과 통찰력은, 학벌과 아무 상관없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통찰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책에는 지성이 담겨 있지만 반지성도 있다. 풀뿌리 감성을 가지고 있는 이런 할머니들을 봐라. 그분들이 얼마나 지성적인가. ‘국가가 뭐냐?’고 묻지 않나. 법조계에서 수십년 권력의 주구가 되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이런 질문 하지 못한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기사는 계속 이어진다.

 

-할머니들이 실제로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 나가는 수정학습효과다. 할머니들이 이런 얘기를 하셨다고 한다. ‘송전탑을 따라가 보니 그 끝에 핵발전소가 있더라!’ 지금 할머니들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신고리 5, 6호기 시작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하신다. ‘저 할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용당하고 있다’고 보는 건 할머니들에 대한 모멸이다.”

 

 

-현실적으로 얻어진 것이 없는 싸움을 지금 9년째 하고 계시다. 이미 두 노인이 자살을 했고, 싸움은 계속되지만 공사는 강행된다. 끝이 없는 터널처럼 느껴지지 않나?

 

 

“(두 손으로 얼굴을 싸쥐며) … 그렇다. 국가라는 괴물이 무섭다. 국가는 자기반성도 모르고 자기 과오도 인정하지 않는, 자본의 해결사가 되었다. 이 싸움이 패배할지 승리할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패배하느냐’이다. 사람들이 나가떨어져서 절망만 가져가는가, 아니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이 싸움을 빛나는 기억으로 가져가느냐. 송전탑이 세워져도 삶은 지속되는 거니까…. 이 싸움을 함께 한 사람들이 송전탑이 세워지는 어디든 함께 가서 증언하고, 원전이 세워지는 어디에서든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먹을 것을 나누고 함께하는 관계망이 만들어지는 것. 그걸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가 없다. 아슬아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쭈글쭈글한 할매, 할배들의 선한 얼굴을 생각하면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163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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