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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모험가 - 모험이 사라진 시대, 최후의 사나이
이시카와 나오키.간다 미치오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간다 미치오(1940~2008). 우에무라 나오미의 계보 맨 끝자리를 차지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열기구 모험가이다.
내가 어쩌다 이런 모험가들 책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호시노 미치오에서 시작되었다. 얼마전 개썰매로 북극을 횡단한 우에무라 나오미를 알게 되었고 자연 간다 미치오라는 생소한 모험가까지 알게 되었다. 한번 손을 대니 줄줄이 이어지는 계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댬대한 모험이나 모험가다운 삶의 종말(죽음), 혹은 불굴의 정신세계에 끌려서였는지 모르겠다.
호시노 미치오 - http://blog.aladin.co.kr/nama/4795373
http://blog.aladin.co.kr/nama/5240372
http://blog.aladin.co.kr/nama/5581476
우에무라 나오미 - http://blog.aladin.co.kr/nama/6322018
고등학교 때 짝꿍이었던 친구는 하라는 공부 대신 모험담을 즐겨 읽곤 했는데 나는 늘 그 친구의 그런 행태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딴 걸 읽어서 뭐할까 싶어서 였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그 친구는 그후 공장노동자로 생활하며 지하운동에도 뛰어들어 감옥에도 한차례 갔다오는 등 험난한 세월을 보냈다. 지금은 뭐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여간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행태들을 바로 내가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재밌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인 간다는 일개 마을사무소의 공무원에 불과한 사람으로 아마추어 모험가일 뿐인데 그의 행적은 감히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게 아니다. 전문 모험가가 아니기에 그의 순수한 모험심이 더 인상 깊었을 지도 모른다.
(217쪽)..공무원으로 일할 때의 간다는 세상에 숨어든 가짜의 모습이고, 기구를 탔을 때에야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기구로 전대미문의 모험을 실행할 때야말로 그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내면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간다에게 기구는 취미도 재미도 아닌 스스로의 삶과 직결된 정체성 자체였을 것이다.
근대적인 의미의 모험, 즉 지리적인 모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 상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리적인 모험은 우에무라 나오미나 라인홀트 메스너의 시대에 끝났다.'(214) 그리고 그 끝자리에 간다 미치오가 '최후의 모험가'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리적인 모험이 소멸된 현대의 모험은 이 세상 누구나 경험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작은 비약, 작은 도전, 새로운 한걸음, 그 모든 게 모험인 것이다.'(215) 또한, '지리적인 공백이 사라진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모험가들은 그곳에 특별한 자기만의 소재를 발견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모험가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213)
'모험가는 아티스트'라면 거꾸로 아티스트는 모험가? 지구상에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없다는 건 참 재미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후의 모험가인 간다 미치오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비록 태평양 횡단 중에 불시착하여 돌아오지 못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짧은 시간 동안 알찬 인생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남편에게 억울함은 없었을 겁니다. 분명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라고 말하는 그의 아내 미치꼬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