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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책이다. 몇 년에 걸쳐 그의 책을 애독해왔던 터라 이 책이 알라딘 서평단 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총 17회가 예정이었는데 여행 막바지에 불곰의 습격으로 생을 달리하는 바람에 이 책은 14회로 엮여진 미완의 책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이전의 책들에 비해서 좀 어렵다(?)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알래스카를 누비고 인디언들과의 우정과 그들의 생생한 육성을 전하고 있지만 이전의 책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원제목이 <숲과 빙하와 고래>라는데 '숲과 고래와 빙하를 연결'하는 것이 시간이라는 테마가 아닐까, 하는 게 호시노 미치오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시종일관 흐르는 큰까마귀 신화 이야기도 결국에는 이 시간이라는 테마가 바탕에 깔려있다. 큰까마귀 신화를 찾아서 구전으로만 전해져오는 이야기를 좇는 호시노 미치오의 여정은 다분히 명상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라져 가는 이들의 신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무척 쓸쓸하다. 

 

p.40...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눈에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회와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둘 줄 아는 사회의 차이를 생각했다. 그리고 후자의 사상에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매력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척이 한층 더 근원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p.50...무수한 진실이 우리 앞에 벌거벗겨져 끌려 나오고 온갖 신비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지금, 보이지 않는 것에는 그래서 한층 더 깊은 의미가 있다.

 

호시노 미치오는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둘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마지막이 된 이 책이 좀 어렵게 생각되는 것도 이미 신화의 세계로 넘어간 사람의 마지막 육성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 책에 흐르는 테마인 '시간'이라는 개념을 그의 글이나 사진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알래스카라면 쉽게 공감이 가련만, 머리로만 따라가는 공감에는 역시 역부족이다. 그러나 알래스카가 어디 마음 먹는다고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인가. 그러기에 그간의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알듯모를듯한 시간 속을 거닐던 호시노 미치오는 그의 죽음과 더불어 신화의 세계가 되어 남았다. 알래스카의 사라져가는 옛모습과 이야기를 전해준 호시노 미치오의 때 이른 죽음은 언제나 슬픔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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