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의 사진을 보고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와 아버지 얼굴을 묘하게 섞어놓은 것 같아."라고. 아마도 흰머리 때문이리라. 내 흰머리와 남편의 흰머리를 합성한 것 같긴하다. 머리의 하얀색 때문에 얼굴빛이 좀 더 맑게 보이는 모습도 공통점일 게다. 얼굴빛과 더불어 마음도 맑아진다면 늙을 만도 한데...

 

최백호의 cd를 처음 구입했다.

 

젊은 아티스트인 말로, 기타리스트 박주원, 하모니카 연주가 전제덕 등과의 어우러진 곡들이 참 들을 만하다. 기존의 성향과는 다른 시도가 참신해서 좋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해본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싶다.

 

듣다보면 경쾌한 탱고리듬에 몸을 맡기고 가볍게 흔들어보기도 한다, 하루종일 들어도, 잠들기 전에 들어도, 낮에 과도하게 섭취한 카페인 때문에 잠을 설치는 새벽에 들어도 좋긴한데, 좀 지나치게 회고조로 흐르는 게 약간 질린다. 그게 콘셉이라면 뭐 할 말은 없지만.

 

그러나 좀 더 솔직한 감상은,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이 그리 자연스럽거나 매끄러워 보이지 않고 장식적인 효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최백호의 노래도 강한 호소력은 있지만 변화가 적고 단선적이어서 지루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자연스러움이 아쉽다.

 

이 cd에 실린 엇비슷한 분위기의 노래에 젖다보면 어느 새 레너드 코헨의 노래들이 떠오른다.

 

 

 

 

 

 

 

 

 

 

 

 

 

 

 

 

구입해놓고 한두 번 들어본 레너드 코헨의 노래들을 일삼아 다시 들어보았다. 가사도 한번씩 음미해본다. 속삭이듯 하면서 무언가를 늘 뒤돌아보는 듯한 그러면서 철들지 않는 장난기도 느껴지는 듯한 분위기도 여전했고, 악기 소리 같기도 한 잘근잘근 씹는 듯한 읊조림도 더욱 매력적이었다. 노래인지 시인지 흐느낌인지 모를, 그 모두를 아우르는 묘한 색조의 노래들이 여전했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가사가 다시 보였다.

 

I caught the darkness

Drinking from your cup

.

I got no future

I know my days are few

The present's not that pleasant

Just a lot of things to do

.

I used to love the rainbow

I used to love the view

I loved the early morning

I'd pretend that it was new

But I caught the darkness baby

And I got it worse than you

 

두 거장의 노래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사집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우리말이건, 영어건. 우리말 가사는 좀 더 애절하고 아름답긴 한데 약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미안한 얘기지만 가사면에서는 최백호의 노래보다 레너드 코헨의 노래가 훨씬 간결해서 이해하기 쉽고 듣기도 편하다. 레너드 코헨이 손수 쓴 가사들이라는 점에 마음이 더 끌리기도 하고.

 

모처럼 한가한 한때를 레너드 코헨과 최백호를 비교해가며 듣는 맛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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