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일랜드, 일본 기행문이라고 하나 여행지는 몇 군데 나오지 않는다. 공포라는 것도 비행기 타는 것에 대한 공포라서 (나처럼 비행기 탑승에 늘 굶주려있는 사람이라면) 공포라고 이름 붙이기도 뭐한 좀 싱거운 얘기로 들리지만, 그러나, 언뜻 언뜻 드러나는 작가의 생각들이 재미있게 읽힌다. 여담 같은 이야기 속에 작가로서의 이력이 드러난다.  

(198쪽) 기독교가 세로로 긴 이미지이고 불교가 가로로 긴 이미지인 것은 역시 '천상'과 '정토'의 차이 때문일까. 기독교는 '주님 곁으로'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데 반해, 불교는 굳이 따지자면 널리 대지를 내려다보는 이미지다. 서양 종교화 속 인물은 시선이 대개 위를 향하는 데, 불교에서는 눈을 내리깔고 있다. 

 

 

일기 형식의 책이라는 걸 감안하고 읽는 여행기는 좀 재미가 떨어진다. 독자에 대한 배려보다 저자의 자의식이 앞선지라 배려 받지 못한 독자는 이내 지루해지고 산만해진다. 프로방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쓴 책이지만 프로방스를 사랑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책이라는 것도 밥벌이와 관계가 깊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전업 작가는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글에 그 치열함이 드러나 있다. 위의 <공포의 보수>에서는 작가의 직업 정신이 드러나지만, <완전한 휴식>에서는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여흥 거리 같은 한가로움이 감지되고, 이 책 <불가리아>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심심풀이 땅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도 이쁘고 사진도 이쁘지만, 딱 그것 뿐이다. 너무나 한가해서 부러운.   

 

 

 

'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며, 아무나 쓸 수 없는 내용을 찾아내 무조건 재미있게 쓴다'는 철칙을 정하고 전 세계 오지를 여행한다는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태국생활기.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재미는 <....청춘기>보다 못하지만 태국사람들의 기질 등이 잘 나와있어서 태국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터.(2011.8.5)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의 대만 여행기. 어머니를 여의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러 간 여행인 것 같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고아가 되는 법. 여행자는 여행을 통해서 치유되는 법.  

이지상의 여행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서 좋다. 물살에 맡기면 저절로 여행의 동반자가 된 듯, 여행 대신 여행기로는 대만족이다. 삶도 한바탕 꿈이고, 여행도 한바탕 꿈이다. 

발밑의 삶과 한 끼의 식사를 사랑하는 자만이 우주의 신비를 풀 수 있다.'고 노래하는 여행가 이지상의 여행을 위해 나는 언제나 그의 책을 기꺼이 구입하리.

소설로 비유하자면, 인도나 중국은 대하소설 같고 대만은 단편소설집 같다. 짤막 짤막한 것들이 예쁘거나 사랑스럽거나 귀엽거나 애틋하다. (2011.8.8)  

 

 

프리랜서 번역가의 동남아 여행기로 방콕,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일대가 주무대가 된다. 일과 여행을 동시에 추구하는 저자의 활력 만점 여행기이다. 톡톡 튀는 수다스러운 문체에 자지러질 듯 웃음이 튕겨나오기도 한다. 여행을 방금 다녀온 사람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2011.8.10) 

 

 

 

 음악 다큐멘터리 작업차 아일랜드를 여행한 기록. 정직한 여행기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음악이라는 주제에 충실했으며, 짧은 여행 기간이 담을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을 담았다는 것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꿈'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이 인상적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고도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정직하다.

(56쪽)꿈이란 게 원래 그렇다. 내 스스로 놓지 않으면 결코 제 발로 도망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실상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대부분은 꿈이 날아가 버린 게 아니라 스스로 꿈을 놓아버린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240)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 때문에 상처받는다.상처가 깊어지면 때로 꿈은 악몽이 되지만 그렇다고 꿈을 버리고 행복해질 리는 만무하다.(201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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