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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오로빌, 나는 늘 이곳이 궁금했다. 몇차례 인도를 다녀오긴 했지만 오로빌은 말로만 들었을 뿐 내 발길이 닿지는 못했다. 오로빌이 빠진 인도는 어딘가 불완전하고 허전하기만 하다. 오로빌에 정착한 사람들 얘기를 10여년 전에 들었을 때 그들은 오로빌 생활 10년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벌써 20년이 되어가고 있을 터. 내 열망은 미지근하고 이곳의 소모적인 삶은 내 발목을 잡는다.
얼마전 한겨레 신문에 실린 김선우의 오로빌 연재를 그래서, 읽고 또 읽고 숨죽여가며 또 읽었다. 마지막 연재물의 마지막 문장에 차마 마지막 눈길을 보내지 못해 깊은 아쉬움으로 한숨을 토해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책으로 다시 한 번 만나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토씨 하나 하나 빠트리지 않고 읽을 수 밖에...오로빌이 세워진 내력부터 현재까지 지나온 역사,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절충으로 운영되는 방식, 오로빌에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개성 및 세계관. 완벽한 세게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들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오로빌의 이상과 꿈, 그리고 항상 고민하며 모색하는 과정의 삶 등이 매우 적절하게, 매우 우아하게, 매우 심도있게 서술되어 있다. 오로빌 완결편이라고나 할까. 흠, 종결자!
다음 인용문을 읽어보면 내가 왜 오로빌을, 김선우 시인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알게 될 터...
(267쪽) 오로빌이 세계의 한 녘에 있어주어 고마운 이유, 내가 오로빌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세가 정해진 듯 보이는 세계에서 다른 질서를 창조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다. 그들의 치열함 속에 녹아 있는 선의와 우정의 연대와 포용의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다.
물론 오로빌이 완벽한 세상은 아니라는 건,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새삼 순진하게 완벽함을 믿고 있는 사람은 없을 터. 그러나,
(281) 그러니까 오로빌은 처음부터 완전한 이상사회를 표방했다기보다 미완성 존재로서의 인간이 완성을 향해 노력해가는 변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 자세를 견지하는 셈.
이만하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치가 아닐까? 이런 세계가 세상 한 구석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건 아닐까? 오늘도 대세를 거스를 수 있는 용기가 없어 가슴 답답하게 숨 막혀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숨통 트인 세상이 있다는 건 그래도 희망적인 거 아닐까?
(106) 이곳의 학교엔 성적표가 없다. 졸업장도 없다. "경쟁하게 하지 말라"는 초발심이 학교의 기본 원칙이니 성적은 ABC나 수우미양가 등으로 매겨지지 않는다. 학기가 끝나면 선생님들은 긴 문장으로 아이들에 대한 의견을 풀어 쓸 뿐이다.
우리나라의 학교엔 성적표만 있다. 졸업장만 있다. "경쟁하게 하라"는 절대 지명이 학교의 기본 원칙이니 성적은 ABC나 수우미양가 등으로 정확하게 매겨야 한다. 학기가 끝나면 선생님들은 짧은 문장으로도 아이들에 대한 의견을 쓰지 않는다. 왜? 나쁜 말만 쓸 것 같아서.....(이건 어디까지나 내 얘기이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그곳을 꿈꾸어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책 읽기였다.
그러나 이곳을 오로빌로 만들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