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사춘기 - 명진 스님의 수행이야기
명진 스님 지음 / 이솔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한 얘기여서 가슴을 울린다. 울컥 눈물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하고 싶은 말은 내뱉고야마는 대찬 성품은 나 같은 소심한 사람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이렇게 살아온 내력으로 진행된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불교와 수행에 관한 내용으로 이어지는데 그 흐름에 젖어있다보면 나도 어느 새 수행자가 되어버린다. 

깨달음의 근처도 못가는, 전혀 관계없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더운 여름 한 철을 어떻게 지내야하는 지를 이 명진 스님의 글을 통해 한가닥 빛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방학이 다가오면 으례 떠나던 여행을 올 여름부터는 딱 끊기로 했다. 여행을 가야할 이유보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 쉽지 않았다. 흠, 실연당한 기분이랄까. 

명진 스님의 다음 글이 아프게 와닿는다. 

(256) 냉철하게 자기 자신을 살펴서 내 마음이 허공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내 마음이 허공 같이 텅 비어 공적한 것임을 알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용들이 하나의 작용일 뿐 실체가 없는 것임을 투철하게 깨달으면 그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대자유를 얻게 된다. 내 마음이 바로 허공인 그 자리는 능히 모든 것이 자유자재한 자리이다.  

그러나 이 못나고 어리석은 존재가 그리 쉽게 달라지나. 여름 한 철을 수행한다는 생각에 지레 기가 꺾이고 만다. 스님의 말씀을 마음 속에 꾹꾹 담아넣는다. 

(270) 수행은 존재에 대한 끝없는 물음이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를 간절하게 물어가는 것이 수행이다. 그 물음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 우리가 익혀서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정보와 그 정보를 통해서 판단했던 모든 사유의 굴레, 그리고 우리가 길들여져 있던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여름, 나의 수행의 끝자락은 어디쯤 닿아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