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일본 작가 혼마 야스코가 한겨레 신문에 독자 투고를 했다. 옮겨보면,   

http://www.hani.co.kr/arti/opinion/readercolumn/440807.html

나의 책 <덕혜옹주>는 1998년 일본에서 출판된 뒤 10년이 지난 2008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내가 <덕혜옹주>를 집필하면서 가장 유념했던 점은 이 책이 한국에서도 통용되는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한국인의 입장이 되어 일본 열도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덕혜옹주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발로 짓밟는 사람은 짓밟히는 사람의 고통을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쉽지는 않았다. 나는 자료를 찾고 취재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면서, 동시에 이덕혜라는 개인의 심정을 파악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한국과 일본을 대립구조로만 보는 단순한 도식으로는 알 수 없었던 복잡한 관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덕혜옹주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그녀의 남편이었던 소 다케유키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한국에서는 덕혜옹주의 지참금을 노리고 결혼했다는 설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소 다케유키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였다. 그리고 소 다케유키의 내면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저작물, 특히 그가 지은 시를 분석하였다. 고어로 쓴 난해하지만 아름다운 그의 시를 읽고 그의 고뇌를 짐작할 수 있었고, 덕혜옹주를 향한 마음을 해석해낼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휼륭한 번역자를 만나 한국어로 번역되었고, 이 책을 읽고 조금씩 공감을 해주는 한국의 독자들이 있어 아주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작은 배 하나에 의지해 현해탄을 저어 가 어려움을 헤치고 이제야 겨우 한국의 해안에 무사히 닿게 된 느낌이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소설 덕혜옹주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급히 구해 읽어보았다. 그런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소설은 난해한 소 다케유키의 시를 비롯하여 내 책의 내용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무단차용하면서도, 표현을 바꾸는 식으로 저작권법상의 그물망을 피하려 하고 있었다. 타인의 저작을 이용하는 것치고는 상식의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책을 변조하여 한국과 일본의 거리를 넓히는 데 이용하는 소설이 나왔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도대체 왼쪽의 책이 어떻기에 이 작가가 흥분하고 있는 것일까. 이 작가의 <덕혜옹주>를 참 인상깊게 읽었던지라 새삼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숙제다. 아무도 하라고 하지 않건만 우리나라 사람이 쓴 이 책을 읽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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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1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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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1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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