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 - 어머니 약손처럼 찌든 삶과 아픈 몸을 어루만진다
윤동혁 지음 / 거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나의 무좀의 역사는 길다. 중학교 3학년쯤에는 걷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여 용인 근처에 있는 유명한 '문둥이 약국(병원?)'이라는 데도 가서 약을 지어오고 뽕나무를 태운 잿물에 발을 담가서 무좀을 치료하기도 했다. 

그후 몇십년 동안 내 몸의 일부처럼 달고 산 게 무좀이었다. 그러다가 4~5년 전에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고 독하다는 약을 몇개월 먹었더니 그럭저럭 낫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왼쪽 엄지 발톱 주변이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절뚝거릴 정도는 아니었으나 걷는 데 불편하고 계속 신경이 쓰여 우울해질 정도였다. 이번에는 다른 피부과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약이 독하다하여 간검사까지 받아가며 3~4개월 치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의사도 더 이상의 치료는 권하지 않았다. 

3~4년 전부터 한여름에는 샌들을 신고 지내다가 작년부터는 본격적으로 6월부터 9월 말까지 스포츠 샌들만을 착용했다. 양말은 아예 신지도 않았다. 어디를 가건, 심지어 해외 여행을 가도 그 샌들차림 그대로였다. 그리고 퇴근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경우 집근처의 생태공원을 한 시간 정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생태공원은 흙길이어서 걷기에는 최상의 조건인데 때때로 마른 갯벌길을 맨발로 걷곤 했다. 

올 여름 어느 날 문득 발을 내려다보고 발톱이 깨끗해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무던히도 속 썩히던 무좀이 다 나은 것이다.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바로 맨발과 흙길이 아니었을까? 

흙길을 걷고 맨발로 걷게 된 건 바로 이 책 <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을 통해서였다. 반신반의하면서 하는 둥 마는 둥이었는데 그래도 그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처럼 적극적으로 숲에 들어가 한뎃잠을 자거나 맨발 산행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건 모를 일이다. 몸이 더 망가져서 의사도 포기할 정도라면 전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이 책에 소개된 아토피 환자들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다. 자연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된다고 하지 않는가. 딸아이도 아토피는 아니었지만 건선 비슷한 피부염으로 1년 동안 고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치료법은 별 게 아니었다. 해로운 음식 삼가고 몸에 있는 나쁜 것들을 사우나와 반신욕으로 배독하고 약간의 한약을 복용하는 게 전부였다. 물론 여러 명목으로 치료비는 2~3백 만원 들어갔었다.  

숲으로 들어가자. 흙길을 맨발로 걷자. 이 단순한 진리가 우리를 구원한다, 고 이 책은 열변한다. 무좀을 완치한 기념으로 다시 읽자니 그 단순 명쾌한 처방이 새록새록 다가온다. 벗자! 벗자꾸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