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8시 20분 부터 시작된 중학교 3학년 시학력평가는 오후 4시 30분에 5교시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시험과목은 국, 수, 영, 사, 과. 예종이 울리면 교사들은10분간 답안지와 시험지를 배부하고, 학생들이 치르는 실제 시험 시간은 70분씩이다. 가히 수능에 버금가는 중학생용 버전이라고나 할까. 워낙 이런 시험은 돌발적이고 연중행사용이라 한번 심하게 눈 흘기고 지나가면 되는 일이긴하다. 늘 그랬으니까. 그런데 오늘 시험은 너무나도 돌발적이라서 시험을 끝내고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방학을 앞두고 방학 계획을 세우지 않는가. 그때는 말 한마디 없었다.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개학이 되어 학교에 출근하고 교직원 조회에 들어가보니 바로 다음 날이 시험날이었다. 그것도 진짜 성취도 평가가 아니라 진짜 전국실시 성취도 평가를 대비한 모의 학력평가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시험의 실제 수준은 어떤가. 이런 시험을 대비하여 시험 때만 되면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영어 시험에서는 늘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생각해라. 너희들이 그 많은 단어를 다 알겠느냐. 때에 따라 이 말은 교내 시험을 치를 때,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단어가 들어간 문제를 출제할 경우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오늘과 같은 시험에서는 평소에 내가 하는 이런 말들 가지고서는 약발이 서지 않는다. 차라리 솔직해지는 편이 낫다. 교과서는 별로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너희가 알아서 사교육으로 실력을 끌어 올려라, 라고.  

전교 1~2등을 다투는 녀석에게 물어본다. 시험 볼 만하니? 네, 그저...괜히 물어봤다. 뻔한 대답인데.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대답은 커녕 반응도 없기에 한번 예의상 물어봤을 뿐이다. 선두 그룹에 있는 몇 명에게는 실력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별 의미도 없는 그저 시키는대로 치러야 하는 귀찮고 성가신 시험일 뿐이다. 교육도 1%만을 위한 교육이 되어 가는가.  

마지막 5교시, 교실을 나서려는데  비몽사몽을 오가며 시험을 치르던 앞자리의 한 남학생이 옆 자리의 친구에게 한 마디 툭 던진다. " 시간과의 싸움이다, 오늘 시험은."

몸서리 친 하루였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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