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 청년과 지방을 살리는 귀향 프로젝트 지금+여기 8
마강래 지음 / 개마고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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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바닥에 놓여있던 책 표지를 슬쩍 본 남편은 잠시 충격을 받았다.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니... '내가 죽어줘야 하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시험삼아 책 표지를 사진 찍어서 친구들 단톡방에 올렸다. 역시나 반응은 '내가 죽어줘야 하는거야?' 였다.  큰 글자 위에 있는 주황색 작은 글자, '청년과 지방을 살리는 귀향 프로젝트'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겨우 보인다. 출판사에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데는 성공한 셈이다. 한순간이나마 제호를 읽고 가슴이 벌렁거렸다면...음, 당신은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된다. 틀림없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1차와 2차로 나누면, 1차는 1955~1963년생, 2차는 1968~1974년생에 해당된다. 이 책에서는 이들 사이에 낀 4년간의 출생자까지를 모두 합쳐서 베이비부머라고 칭하고 있다. 2020년 현재 나이는 46~65세로, 총인구는 1685만 명이라고 한다. 내 형제자매, 친구들, 한때 동료로서 친분을 나누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 나이에 속한다. 그러니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책입안자나 일선 공무원의 연수 자료로 활용되면 더욱 더 좋겠다.

 

베이비부머의 귀향이나 귀촌은 '대도시의 인구과밀 완화, 지방살리기에 기여, 일자리의 공간 분리를 이룸으로써 청년의 미래를 여는 데도 필수적인 정책'이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이쪽 분야에는 문외한이고, 이런 류의 책은 딱딱한 교과서 혹은 연수자료처럼 느껴져서 손이 가지 않는데도 이 책은 참 잘 읽혔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를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자식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는, 흔히 말하는 운명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귀향이나 귀촌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시의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3년 전부터 우리 부부는 우리만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무슨 프로젝트냐면, 국내의 유명 도시에서 하룻밤씩 묵어보기. 목적은 1. 그냥 여행. 2. 살아보고 싶은 곳 찾기. 목적 2는 막연하지만 베이비부머세대라면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 싶다. 특히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살고 있다면.

 

가본 곳보다 가지 않은 곳이 훨씬 많아서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면 아직은 멀었다. 그러나 몇몇 지방도시를 갈 때마다 느끼는 건 거의 똑같다. 일단 대도시에 비해 한결 널직한 공간 배치는 널널해서 좋다. 답답하지 않다. 그러나 큰 길을 벗어나 작은 길로 접어들수록 도시의 활력은 떨어지고 어느새 쓸쓸한 기운에 휩싸이게 된다. 뻥 뚫린 가슴이 순간 휑한 가슴으로 변한다. 과연 대도시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 씁쓸해진다.

 

이 책은 이런 막연한 회의감에 희망의 메세지를 던진다. 그게 가능하다고. 그러나 이건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절대 아니다. 국가적인 프로젝트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조목조목 따져서 알려주고 있다. 읽다보면 그래서 끝까지 단숨에 읽게 된다. 가능한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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