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보통 이렇게 소개된다.

'미국 리얼리즘 미술을 대표. 현대 미국인의 고독을 생생히 표현한 것으로 유명.'

 

그의 그림을 살펴보면 '고독'이란 단어가 썩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주헌은 다음 책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 자신이 고독을 즐기는 심성이었던 것도 현대 미국인의 고독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었을 듯싶다. 그는 파리에 그림 공부를 하러 갔을 때도 학교에 적을 두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밤이면 카페에 앉아 물끄러미 세상을 바라보기만 했다고 한다. 남다른 '고독 취향'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 P.80

 

 

 

그러나 미국인의 고독을 그렸던 에드워드 호퍼 뒤에는 더 고독한 사람이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호퍼의 실제 삶은 그림과 달랐다. 그가 적막한 공간 속에서 고립된 인물의 소외감을 주로 그려냈던 것과 달리 그 자신은 놀랍도록 평온하고 정돈된 생활을 했다. 그는 초기 무명생활을 제외하고는 평생 삶에서 두드러진 굴곡이나 심리적인 갈등을 겪은 적이 없다. 거주지조차 옮기지 않았다. 그는 죽을 때까지 50년 동안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의 워싱턴 스퀘어 노스 3번 꼭대기 층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살았다.

이렇듯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안정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아내 조의 헌신적인 내조와 희생 덕분이다.       -p.65

 

 

아내인 조 호퍼 역시 화가였는데 남편인 에드워드 호퍼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고통스러워할 때는 그녀가 먼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호퍼가 다시 그릴 수 있도록 격려했다고 한다. 또한 호퍼는 오직 한 여인을 모델로 썼는데 바로 그의 아내 조였다고 한다.

 

그의 그림 속에는 고독이 그득하지만 그보다 더 고독한 사람이 바로 그의 아내 조였다. 조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보자.

 

내가 아주 행복하고 생기가 돌 때면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호퍼는 먹어야 하지. 내가 어쩌다 그림 그리는 동안에는 더더욱 그래. 그러면 나는 화가 나지. 호퍼가 그림 그리는 동안에는 분위기를 유지해야 돼. 영원히 방해받지도 않고 그런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말이지. 그가 그림에 대한 영감이 떠오를 때면 나는 결코 그의 신경을 건드리거나 괴롭혀서는 안 되고 인내심을 가지고 식사를 제공해야 하지. .......한 때 나는 스스로 예술가라 생각하고 다른 길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나 자신이 부엌데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어디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p.66

 

한 남자의 성공 뒤에 가려진 여자의 슬픔과 고독이 진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호퍼는 조가 '창작하고픈 충동을 갖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집요하게 견제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호퍼의 '고독'은 조의 고독을 자양분삼아 유지되었던 셈이다. 로댕과 까미유 클로델이 잠시 떠오르기도 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검색하면 많이 나오지만 조 호퍼의 그림은 보기 힘들 터. 이 자화상마저 '분실 또는 파손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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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2-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실 또는 파손

이런 설명문구는 처음 봤어요...

분실과 파손의 간극이 너무도 큰데 or라고 병렬해놨네요?

nama 2020-02-19 09:27   좋아요 1 | URL
분실이든 파손이든 참 황당하고 무책임한 말이지요. 유명 화가의 아내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상징하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