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새한서점에서 구입한 책. 2002년에 나온 책으로 알라딘 상품 검색을 하면 개정판만 뜬다. 겨우 찾아서 복사와 붙여넣기 방법으로 사진을 올린다.

 

불교에 대해서 내가 뭘 알겠는가. 교회에 가면 눈 감고 기도하고, 성당에 가면 성호 긋고, 절에 가면, 좀 겸연쩍었는데 이제 겨우 법당에 들어가 삼배 올릴 정도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니 책을 읽어도 뭘 안다고, 뭐가 달라졌다고 할 수도 없다. 그저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만나면 한번 옮겨보고 되새겨보고자 할 뿐이다.

 

불공의 참의미

 

 "내가 말하는 것은 부처님 말씀을 중간에서 소개하는 것이지, 내 말이라고 생각하면 큰일납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승려란 부처님 법을 배워 불공 가르쳐 주는 사람이고, 절은 불공 가르쳐 주는 곳입니다. 불공의 대상은 절 밖에 있습니다. 불공 대상은 부처님이 아닙니다. 일체 중생이 다 불공 대상입니다. 승려들이 목탁 치고 부처님 앞에서 신도들 명과 복을 빌어 주는 것이 불공이 아니라, 남을 도와주는 것이 참다운 불공입니다."  (143쪽)

(중략)

  성철스님은 갈멜수도원의 이 같은 기도, 즉 남을 위한 기도를 '기도의 근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먹고 사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하고, 대신 기도는 전부 남을 위해서 하는 삶을 '참 종교인의 자세'라고 역설했다. (144쪽)

 

'참 종교인의 자세'로 살기 어려워 종교를 멀리하고 있지만, 이런 참 종교인의 자세로 살다가 간 분의 글을 읽는 건 언제 읽어도 성찰의 시간이 되어서 좋다.

 

"절은 남을 위해 해야 하고, 생각이 더 깊은 사람이라면 남을 위해 아침마다 기도해야 합니다. 백팔 배를 하라는 것입니다. 나를 찾아오는 신도들에게는 꼭 새벽에 백팔 배를 하라고 시킵니다. 나도 새벽마다 백팔 배를 합니다."(145)

 

기도는 남을 위해서 해야 한다.....하나만이라도 잘 기억하자.

 

최잔고목(摧殘枯木)...'썩고 부러지고 마른 나무 막대기'

 

"부러지고 썩어 쓸데없는 나무 막대기는 나무꾼도 돌아보지 않는다. 땔나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 땔 물건도 못 되는 나무 막대기는 천지간에 어디 한 곳 쓸 곳이 없는, 아주 못쓰는 물건이다. 이러한 물건이 되지 못하면 공부인(수행자)이 되지 못한다. 공부인은 세상에서 아무 쓸 곳이 없는 대낙오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영원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희생하고, 세상을 아주 등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버림받는 사람, 어느 곳에서나 멸시 당하는 사람, 살아나가는 길이란 공부하는 길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뿐 아니라 불법 가운데서도 버림받은 사람, 쓸데없는 사람이 되지 않고는 영원한 자유를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가혹하고 철저한 기준이다. 쓸모없는 인간이 도인이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 철저하게 쓸모없는 인간이 되지 않고서는 도인이 될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세속의 삶과는 다른, 그렇게 가혹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포기하는 삶이어야 도道(깨달음), '영원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수좌들의 깨달음을 돕기 위해 스스로 최잔고목이고자 한 셈이다. (115쪽)

 

 

세습교회의 그 씁쓸하고도 말도 되지 않는 세태에서 성철스님의 결기있는 말씀이 참 그리워진다.

한편으론 참 종교인의 모습을 남에게서 바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종교가 따로 있겠는가. 내가 나답게 인간답게 자유롭게 살고자 한다면 그 근본이 종교와 닿아있지 않을까.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천하에 가장 용맹스러운 사람은 남에게 질 줄 하는 사람이다. 무슨 일에든지 남에게 지고 밟히고 하는 사람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다. 나를 칭찬하고 숭배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수행을 방해하는 마구니이며 도적이다."(114)

 

 

수행자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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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2 1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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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2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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