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의도치 않게 병원 순례를 하게 되었다.
1. 내과: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꼼꼼한 젊은 의사는 식도, 위장의 문제점과는 별개로 성대용종까지 잡아냈다. 친절한 의사는 의뢰서와 함께 내시경 사진을 cd로 복사해주며 꼭 이비인후과에 가보라고 했다.
2. 이비인후과 : 동네에서 이른바 명의로 불리는 노회한 이비인후과 의사는 cd 복사물을 살펴보더니
"이건 암입니다"
하며 서너 번에 걸쳐 내시경 검사를 했다. 서너 번 씩이나 내시경을 들이댄 건 사진 속의 용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시경으로 다시 콧속을 샅샅이 뒤진 후 "아래쪽으로 아주 작은 게 보이기는 것 같은데... 대학병원에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3. 대학병원: 예약없이 달려갔더니 두 시간 반이 지나서야 겨우 진료를 받게 해주었다. 성격이 시원해보이는 젊은 여교수는 몇 번에 걸쳐 코내시경 검사를 했다.
" 아무것도 없는데요. 사진 속의 이건 가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