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스탄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해야겠다. 라자스탄은 '왕들의 땅', 혹은 '라지푸트의 땅'이라는 뜻이다. 라지푸트족은 또 어떤 사람들인가.

 

라지푸트는 전쟁을 스포츠로 여기는 용맹하고 호전적인 집단이었다. 중세에는 축제가 끝난 뒤 군대를 이끌고 이웃 나라를 공격하는 왕을 이상적인 라지푸트 왕으로 간주할 정도였다. 그들은 무굴처럼 키가 크고 강건한 신체를 가졌다. 글자 그대로 '왕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라지푸트는 주로 서부 지방에 살았고, 힌두교를 믿었다. 그들은 명예와 충성을 소중하게 여겨, 무굴이 오기 전에도 델리의 이슬람 술탄을 상대로 오랬동안 저항을 계속했다.

 

그런 라지푸트들이 암베르 왕국에 이어 하나둘씩 아크바르에게서 칼을 거두고 종주권을 받아들였다. 황제는 품에 들어온 라지푸트 왕에게 돈과 직위로 보상했다. 반면에 라나 상가의 후손인 메와르 왕국처럼 자신에게 저항하는 라지푸트에겐 군사력으로 압박하고 무자비하게 공격하였다. 이른바 강온작전이었다. -<무굴황제> 이옥순 저, 91쪽       

 

     

메와르 왕조는 7세기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76대에 이르고 있으며, 수도를 우다이푸르로 옮긴 건 16세기 우다이 싱 때였다. 76대인 현재의 왕은 정치적인 권력은 없으며 주로 호텔사업(릴라그룹)을 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왕들을 지칭하는 단어로는 보통 '마하라자'를 사용하는데 이들 왕조는 한층 의미를 격상시켜 '위대한 전사'라는 뜻을 지닌 '마하라나'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이유는 비록 전쟁에서 졌지만 계속 싸워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보통 강한 게 아니다. 이 메와르의 용기와 저항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 치토르가르쿰바르가르이며, 우다이푸르는 말하자면 현존하는 메와르 왕조의 편린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의 우다이푸르는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인도인의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있으며 도시 전체에 흰색 건물이 많아서 '화이트 시티'로 불리우기도 한다.

 

 

치토르가르에 대해선 이옥순 교수의 글을 참조할 수 있는데 읽을 때마다 감동을 받곤 한다. 재인용한다. ( 2007.12.27일자 한겨레신문)

 

 

 

때로 한 토막의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수백 년을 떠도는 로하르 부족의 이야기가 그랬다. 인도 서부를 여행하다가 마주치는 영원한 방랑자인 그들은 뿌리가 강해서 뿌리 없는 삶을 자처한 사람들이다. 진정한 약속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로하르 부족의 과거를 담은 치토르가르를 찾은 건 변화가 화두인 세상에 진저리가 나던 무렵이었다.

 

치토르가르는 평야지대보다 150m 높은 산정에 자리한 톱날 모양의 성벽을 가진 산성도시다. 놀이기구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듯 차를 타고 굽이굽이 돌고 돌아 견고한 일곱 개의 성문을 통과하면 모습을 드러내는 황량한 치토르가르는 영화로운 과거를 증명하는 많은 유적을 품고 나를 맞았다.

 

8세기에 세워진 치토르가르는 성이 많은 라자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슬픈 역사를 반복한 메와르 왕국의 수도였다. 메와르의 힌두 왕들은 영웅본색의 용감한 지도자였으나 우세한 이슬람 침입자들에게 패배했고 그 마지막은 1568년에 왔다. 무굴제국에게 승리를 내준 왕은 도주했다. 그리고 남은 군인과 여인들은 적에게 굴욕을 당하기보다 명예로운 자살을 택했다.

 

로하르 부족도 치토르가르를 탈환한 뒤에야 돌아오겠다고 왕에게 맹세하고 정처 없이 도시를 떠났다. 그때까지 절대로 영구한 거처를 마련하지 않을 것이며, 동아줄을 써서 우물물을 긷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밤에는 촛불을 밝히지 않고, 침대에서 편히 잠들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왕의 고통과 왕국의 운명을 함께 한다는 의미였다.

 

왕은 끝내 치토르가르에 귀환하지 못했다. 그는 인근에 새로운 도시를 세우고 죽었다. 영원히 지킬 수 없는 약속 때문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로하르 부족은 이후 다섯 가지 서약을 지키며 400년 동안 유랑하였다. 로하르 부족의 서약을 가슴 아프게 여긴 네루 총리는 그들을 설득하여 치토르가르에 정착하도록 도왔다. 맹세 때문인지, 유랑생활이 편해서인지 그러나 그들은 곧 유랑생활을 재개하였다.

 

본업이 대장장이인 로하르들은 농기구를 고치고 막노동을 하며 지금도 무리를 지어 여기저기를 떠돈다. 여러 도시의 변두리에 천막을 치고 잠시 거주하는 그들은 이동이 어려운 우기에는 먹을 것을 구하기 쉬운 한 장소에서 지낸다.

 

방금 전의 약속도 깨는 세상에서 4세기 동안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지키는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옛날의 그 땅이 아니라고 가지 못하는 그들의 고향을 두 번이나 찾은 이방의 나는 무상한 세상에서 항상 그대로인 것이 그리울 때마다 그들을 떠올린다.

 

치토르가르의 성채는 비장미를 가진 남성적인 모습이다.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덜 매혹적이지만 로하르 부족의 일편단심이 향하는 웅장한 치토르가르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엄숙함을 일러주며 오늘도 너른 벌판을 내려다보고 있으리라. 사람은 시간을 기다리지만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인도의 만리장성이라 불리우는 쿰바르가르는 이 용감무쌍한 메와르의 저항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 우다이푸르를 감상하시라.

 

 

피촐라 호수

 

 

 

 

 

 

 

 

 

 

 

 

 

 

 

 

 

 

 

 

 

 

 

일명 화이트 시티

 

 

 

 

 

 

 

시티팰리스

 

 

 

 

 

 

 

 

 

 

 

 

 

 

 

 

 

 

 

 

 

 

 

 

 

 

 

 

우다이푸르에 메와르만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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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6-0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경 사진도 잘 찍으시네요 ^^
아래에서 네번째 사진, 창살은 우리 나라 창살과 너무 비슷해요 (가운데 오른쪽 창살이요).
역시 건물은 조명을 받으면 열배는 더 멋있어보이는 것 같아요.

직접 다녀오셨으니 이옥순 교수의 책 읽으시면서 내용이 얼마나 머리에 쏙쏙 들어왔을지 짐작이 갑니다.

nama 2018-06-04 20:32   좋아요 0 | URL
인도는 웬만하면 카메라만 들이대도 사진이 잘 나와요.^^

이옥순 교수의 책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이번 여행지도 두 번째 방문인데, 그래도 여전히 이해 안되는 게 많아요.

인도는 끝없는 이야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