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4부작 중 2부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1부를 읽고 2부 초반을 읽으면서도 줄곧 이걸 계속 읽어야하나 접어야하나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도 끝까지 읽게 되는 건 어쨌든 이야기 힘이 있어서이고, 무엇보다 두 여자, 레누와 그녀의 감정조종자 릴라 간의 치열한 갈등, 싸움이 어쩐지 낯설지 않아서였다.

감정조종자는 흔히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에게 붙이곤 하는데 릴라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영악하게 상대의 마음이나 심리를 간파하여 가장 악랄하게 혹은 가장 상처입힐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통해 상대를 무력화시키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며 상처받게 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는 말이다.

두 여자의 이런 갈등의 궤적을 따라가며 읽게 되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어쩌면 많은 이들이 이런 관계를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릴라가 화자가 되지 못하고 레누같은 유형이 화자가 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릴라같은 유형과 얽히면서 겪게 되는 감정소모는 실로 심각할 수 있어서 레누보다도 더 예민한 감성을 가졌다면 관계를 끊어야 한다. 비극은 레누같은 유형이 모질지 못하고 릴라에게 더욱 의존하게 된다는 데 있다. 

의존하지 않는다해도 강렬한 마성을 내뿜는 상대가 벌이는 "새로운 일을 함께 하지 못할까봐 두려워"(383)하는 호기심과 외로움에 관계를 쉽게 끊지 못한다. 작가가 잘 분석해 표현했듯이 "나만의 열망을 느끼고 붙잡지 못"하기에 자신의 삶보다 상대의 삶이 진짜같다는 열등감에서 허우적댄다.

릴라처럼 이런 상대는 대체로 삶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이 움직인다. 고통의 현시. 비극의 과시. 그들의 이야기는 늘 험난하고 불운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겪어낸 얘기들이다. 피할 수 있는 일들을 그들은 애써 피하지 않으며 극단적 갈등과 싸움을 겪어낸다.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레누같은 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데 그걸 무시하지 못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감정소모.

이제 나폴리 4부작 나머지는 갈등하지 않고 내리 읽을 수 있겠다.

두 여자의 끝은 어떠할지 너무 궁금하다.

 

 

 

 

 

 

 

 

 

 

 

 

 

 

 

 

 

 

 

 

 

 

 

 

 

 

 

 

지금까지 읽다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두권의 책을 만났다.

한권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와 다른 한권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는 레누가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책이며 대학졸업논문 주제도 아이네이스이다.

디도와 아이네아스의 사랑얘기는 어린 레누의 상상력을 통해 한껏 부풀기도 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얘기라서 빠른 시일내에 읽어보고 싶다.

 

 

 

 

 

 

 

 

 

 

 

 

 

 

 

 

[율리시스]는 어린 아들 리누초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나가 읽던 릴라의 책이다.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유모차를 옆에 두고 벤치에 앉아 녹색 표지의 두꺼운 책을 보고 있는 릴라의 모습이 그려지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깡마른 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오디세이에 대한 책이냐"고 묻자 릴라는 "현세가 얼마나 비참한지에 대해 쓴 책"이라고 대답한다.

책이 어떠냐고 묻자 릴라는 어려워서 다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읽는 거니?"라고 선생이 묻고 릴라는 "제가 알던 사람도 읽었거든요.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라고 대답한다.

너는 어떠냐고 묻는 선생에게 릴라는 자신은 마음에 든다고 대답한다. 어려워도 말이다.

선생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책은 읽지 말라고, 상처만 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릴라의 대답은 이렇다.

"상처받을 만한 일이 어디 이것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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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화자인 '나' 레누(엘레나 그레코)는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에 해당한다.

면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감정의 확전을 피하고 싶은 여자이다. 감당하기엔 기가 약하기 때문에.

그래서 겉으로 표현하는 말과 속마음이 다른 여자다.

글을 달래서 가져가 놓고는 정작 글이 제대로 실렸는지 여부도 물어보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앓다가 지면이 부족해 실리지 않았다는 말을 겨우 듣고는 '다행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니노가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걸까? 내가 직접 나섰어야 했는데'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계속 미소지었다.'

흔히 나대지 않은 여자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고 모두에게 좋은 여자라고 여겨지길 기대한다.

이후 레누는 달라질지 모른다. 성장하고 더 현실적으로 날카로워질지도 모른다. 고작 1권을 읽었을 뿐이니까.

 

나폴리 4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나의 눈부신 친구](2011)를 읽었다.

작가 엘레나 페란테는 나폴리 태생에 고전문학을 전공했으며 외국에서 오래 살았다는 것 외엔 알려진 게 없다고 한다. 엘레나 페란테도 필명이라고 한다.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명으로 뽑았다고 하니 나폴리 4부작이 내뿜은 열기가 세계적으로 대단한 모양이다.

로쟈님이 간단히 소개한 뒤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시이소오님이 폭풍독서를 했다는 글을 읽고 이게 뭐길래 그럴까라는 궁금증이 일어 일단 1권을 구입해 읽었다(1부 한권잡고 일주일을 읽었네, 하;;). 읽고난 지금, 앞으로도 1,980페이지를 읽어야 하는데 계속 읽어야 할지 고민중이다.

나폴리를 배경으로 릴라와 레누의 평생에 걸친 관계를 그려나가는 소설인데 1부만 놓고 보자면 화자인 레누가 욕망하는 릴라의 강렬한 성격과 삶을 그려나간다고 하겠다.

마치 토마스만의 [파우스트 박사]에서 화자인 차이트블롬이 천재 음악가 아드리안 레버퀸의 생애를 집필하는 형식으로 삼은 것처럼. (아, 이 소설도 읽다 중단한 상태네.. 쩝;;)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의 눈부신 친구'는 레누가 릴라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릴라가 레누에게 한 말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레누의 눈부신 성장을 그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릴라는 16세의 나이에 결혼하면서 레누와 그녀를 아꼈던 사람들의 기대를 접고 어쩌면 비극이 될 결혼을 선택하는 걸로 1부가 끝난다.

1권만 보자면 레누에게 릴라는 '눈부신 친구'였다. 그 눈부신 친구는 '대놓고 못된 여자아이'이기도 했다.

무기를 숨겨가지고 다니는 아이이기도 했다. 릴라만이 아니라 1950년대 레누와 릴라의 동네 남자들은 대체로 폭력을 장착하고 있기도 하고 따라서 폭력에 노출되어 있기도 했다.

릴라는 아버지와 오빠와도 맞서야 한다. 아버지와 오빠의 갈등 사이에 놓이기도 한다. 여자를 지키는 게 곧 자신의 재산 및 소유권을 지키는 명예로 여기는 잔재가 남아 남자들끼리의 싸움이 흔하게 일어나는 시대이고 동네이기도 하다.

릴라의 오빠 리노처럼 불안정한 정신과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오는 폭력성향에 여자들은 특히 더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밀레니엄]의 리스베트만큼 영리하고 정의로우며 면전에서 싸다구를 날릴 줄 아는 '못된 여자'를 영웅처럼 바라는 건 아닌가.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우니까.

현실에서 대부분은 레누니까.

못된 여자, 나쁜 여자 캐릭터들. 그 '못되고 나쁜'이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들 한데 모으는 작업을 좀 해볼까.

어쨌든 릴라는 어떤 운명을 선택하고 맞이하게 될 것인가.

또 나, 레누는 이불킥만 하지 않고 제대로 된 말을 하게 될 것인지, 아마도 1권 처음에 나오듯이 단호한 거절, '안돼.'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를 잘 살펴볼 수 있을까.

프롤로그에서 나왔듯이 릴라의 '증발'. 못된 여자아이에서 스스로를 증발시키는 여자.

존재 자체를 증발시키고자 하는 욕망. 스스로 사라지는 여자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예. 또...

 

앞으로 1,980페이지... 읽어야 하는가보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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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8-02-1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권 읽을땐 일주일 정도 걸렸어요. ㅋ 포스트잇님 이럴 땐 한권씩만 계산하시는게 부담이 덜 될거에요. ^^

포스트잇 2018-02-10 17:41   좋아요 0 | URL
네. .. 그렇긴한데, 2권은 1권보다 더 두껍네요;;;;;

Forgettable. 2018-02-1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은 개인적으로 1권보다는 감흥이 덜했어요. 하지만 3권은 다시 엄청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요. 전 이제 4권 읽으려는 중인데.. 막상 읽기가 두렵네요. 해리포터 마지막권 읽는 기분 ㅠㅠ 끝내고 싶지 않달까.

포스트잇 2018-02-10 17:53   좋아요 0 | URL
여튼 다들 재밌게 보시는거같아서 읽어보고 싶은 맘 불끈. ..부지런히 읽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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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본, 112페이지.

랭보의 동생 이자벨(1860~1917)이 다리를 절단한 랭보를 간호하며 쓴 편지와 글들을 엮은 책이다.

'랭보의 마지막 여행'은 랭보가 수술 후 아픈 몸을 겨우 옮겨 파리로 갔지만 고통이 극심하여 다시 리옹으로 그리고 마르세이유로 그곳에서 다시 병원에 입원한 여정에 동반했던 그녀의 회상기록이다. 콩셉시옹 병원에 입원한 그는 다시 살아서 나오지 못했다.

이자벨을 잘 알지 못하기에 랭보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순전한 호기심에서 읽었던 것인데 뜻밖에 감동을 받았다고 해야할까.

 

일찍 천재성을 드러내며 19세까지 시를 그야말로 쏟아내던 랭보는 스무살에 절필하고 프랑스를 떠났다.

그후 그는 어떤 시도 쓰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그가 떠돈 지역들을 이자벨이 되짚을 때 그녀가 그곳들을 모두 가봤던 듯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게 놀라웠다. 

 

그는 저 멀리 바다너머, 에티오피아 산속에서 내리쬐는 태양 아래, 뼈를 말리고 골수를 갉아 없애는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피로를 견뎠을까.

 

오! 타주라에서 쇼아로, 아비시니아로 향하는 그 죽음의 여행. 그 죽음의 여행에서 그는 어떤 나쁜 숨을 들이마셨을까?

어떤 교활한 천사가 그를 그곳으로 데려갔을까?

 

영원한 태양에 새카맣게 타버린 바위 도시 아덴. 하늘에서 이슬이 고작 4년에 한번 내리는 아덴! 풀 한포기 자라지 않고 그림자 하나 만날 수 없는 아덴! 터질 듯한 두개골 속에서 뇌가 부글부글 끓고 몸이 바싹 타들어가는 열 건조실 같은 아덴! .. 오! 왜 너는 이런 아덴을 사랑했을까? 그곳에 무덤을 갖고 싶어 할 정도로 사랑한 거니?.

 아비시니아 산맥이 길게 이어지는 하라르. 신선한 언덕, 비옥한 골짜기. 온화한 기후, 영원한 봄. 그러나 뼛속까지 파고드는 음험하고 메마른 바람도 있지.

 

골수를 갉아먹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메마른 바람의 탓인지 골수에 암이 발병했다.

암이 전신에 퍼져 극한의 고통을 당하는 랭보의 모습이 이자벨에 의해 묘사되는데, 랭보가 이렇게 고통끝에 삶을 마감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고통, 통증, 탈진, ... 편안한 죽음이 있긴 한걸까...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는 불면..

랭보가 일종의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이자벨은 글을 썼다. 글이 그녀를 견디게 해줬던 건지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랭보는 "창밖으로 한결같이 구름없는 하늘에 뜬 빛나는 태양을 본다".

 

그러고 울음을 터뜨린다. 앞으로 다시는 태양을 보지 못할 거라고 말하며,

"난 땅속으로 갈테고, 넌 태양속을 걷겠지"

끊임없는 한탄, 이름 없는 절망이 이렇게 온종일 이어진다.

 

그는 일찍 자신이 가진 재능을 불태워버리고 미련없이 떠난 자신에 대한 회한이 있었을까?

청춘기의 작품을 계속 이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미쳐버렸을테니까'. '게다가 졸작이었으니까.'

이런 그에게 마지막 나날은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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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고전소설들을 읽어보려 애쓰지만 나름 순서를 짜서 읽어가다가 막히는 책이 나온다.

빼놓고 갈 수 없는 책이라는 것, 굳이 보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막상 읽다보면 ...  생각보다 재미없고, 읽기 싫어지는 때가 있다. 진득함, 끈기가 별로 없어서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을 읽고 바로 이어서 [그 지방의 관습]을 읽으려다가 같은 작가의 비슷한 이야기를 바로 이어 읽는다는 게 어쩐지 재미없어 그녀의 스승이고 연인이기도 했다는 헨리 제임스의 [한 여인의 초상]을 읽기 시작했다.

[기쁨의 집]의 릴리 바트와 [한 여인의 초상]의 이자벨 아처의 삶을 각각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비교해 보고 싶기도 하고.

이자벨 아처는 몇 년전에 만난 적 있지만 안면 정도 튼 사이라서 그녀를 잘 알지 못하고, 그녀는 왜 '끔찍한 길버트 오스먼드'를 선택했을까, 해럴드 블룸의 질문 "그녀의 눈을 멀게 한 것은 무엇인가? 제임스는 왜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진 자화상에 그런 파국을 부여한 것인가?"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며 재독서에 시동을 걸었는데 생각보다 갈 길이 멀어보이고 나른하고 그렇다..

 

여튼, 해럴드 블룸의 [독서기술]을 읽다가 작가의 삶과 작품을 다룬 대목에서 "조지 페인터 George Painter의 [프루스트]처럼 소설가에 대한 훌륭한 전기는 독서에 큰 도움을 준다"라는 한 문장에 꽂혀 이 책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번역서는 없다. 원서로 816페이지다. .......

읽고 싶다.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관련 서적은 될 수 있으면 모으는 편인데 원서까지는 ... 무리라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읽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뭐 이런. ..

욕심내면 조이스의 [율리시즈] 정도까지는..

 

 

 

 

 

 

 

 

 

 

 

 

 

 

장 이브 타디에의 [프루스트] 전기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데 욕심이 늘 과하다. 일단 가진 책부터 읽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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