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아침을 맞기가 요즘은 쉽지 않다.

매일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해야 하는 요즘 드디어 세상은 SF적 환경재앙이라는 클리셰를 떠올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중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딱히 SF에 최적화된 요소는 아니다. 그냥 산업화의 고도를 올려가는 거대 나라를 이웃으로 둔 지정학적 운명에 불과한 것일지도. 우리의 잘못도 많고. 급격히 SF에서 후진국(에코산업 면에서) 신파로 넘어가는 꼴이라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2010년에 신초샤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생각하는 사람》마쓰이에 마사시 편집장과 2박 3일에 걸쳐 나눈 인터뷰를 오늘 겨우 다 읽었다. 일주일을 붙잡고 있었다. 다른 책은 거의 읽지 못하는 형편.

문학동네 가을호(2010)에 번역되었던 건데 나오자마자 읽었었고 이번에 다시 읽은 것. [1Q84] 출간 후 가진 인터뷰.

굉장히 흥미로운 인터뷰. 예전에 읽을 때도 꽤나 흥미롭다고 여기며 읽었는데 새삼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하루키에 대해서 많은 걸 알 수 있게 해주는 인터뷰다. 그 이후는 또다른 이만큼의 긴 인터뷰를 통해 하루키의 변화나 또는 변함없는 것들을 알게 해 주겠지. (작년에 가와카미 미에코와 한 인터뷰, [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도 속히 번역되어 나오길 기대해본다.)

 

 

 

 

[1Q84]는 조지오웰의 [1984]에서 나온 거지만 하루키의 단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1983)의 아이디어를 팽창시켜 쓴 소설로 볼 수 있다.

인터뷰에서 밝힌 "1Q84의 세계는 원시적인 세계에 가까워.. 우리에게 낯익다고 생각하는 일을 여기저기서 바꿔 써나가는(패러프레즈) 세계라서.. 그런 세계에서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원초적 힘을 가져야" 한다. 사랑도 까다롭고 골치 아픈 사랑이 아니라(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사랑의 연대기>같은 세계의 사랑이 아니라) "그 근원에 있는 단순함을 전적으로 믿고 그것을 다치게 하려는 어떤 것에도 몸으로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진, 근육이 있는 사랑이어야 한다"는 말은 또 얼마나 흥미로운 말인가.

이 믿음이 [기사단장 죽이기]까지 이어지는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더 중요하고 흥미롭다고 여겨지는 말은 바로 이 뒤에 이어지는 

"그런 의미에서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1Q84]는 20세기 현대문학, 예를 들면 사르트르적인 것에 대한 나 나름의 대항명제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는 말.

흐흐흐흐흐흐흐 

 

1984년이 하루키에게 중요한 연도가 된 또는 서른여섯(삼십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의미있는 이유도 이 인터뷰에서 알 수 있다. 

개인, 시스템으로부터 도피하여 하나의 개체로 서고자 했던 싸움이 점점 역사, 사회, 시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어떻게 변화해갔는지, 아니면 하루키가 원하는 방법을 찾아냈는지, 하루키가 카포티나 셀린저, 카버 등을 논하며 썼던 용어 '스트럭쳐'를 갖게 됐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주 아주 흥미로운 인터뷰였다.

 

조지 오웰의 [1984]도 나는 아직 완독을 못했다. 읽다가 중단한 이후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다시 읽어봐야 하고(이 역시 한번 읽었던 이후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가.)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도 읽어봐야 할 듯 싶고(이 책도 읽다가 중단된 상태고)

미국 현대소설에도 꽤나 관심깊게 읽던 하루키지만 코맥 매카시에 대한 언급은 없는데, 국경 3부작도 읽고 싶고,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와 [1Q84]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주 출간 예정인 [발터 벤야민 평전]이 나오면 그것부터 읽을 계획이다.

발터 벤야민도 꼭 꼼꼼히 읽어보고 싶은 인물 중 하나였는데 곁다리만 계속 긁어오던 중이었는데 이번 평전을 계기로 이 사람도 어떤 사람인지 꼭 밝혀내겠다.

 

 

아, 그리고 하루키 때문에 읽어야 할 또다른 책 한권, 엘러리 퀸의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148페이지 읽는데 일주일 걸리는 속도로 이 책들을 다 읽으려면 몇 년 걸리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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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4-2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네요.
저도 1큐84는 1권만 완독한 상태인데 못 읽을 건 아닌데
왜 완독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ㅠ

와, 그런데 하루키는 인터뷰를 하면 2박3일을 하는군요.
어디서 했을까요? 호텔? 아니면 자기 집?
그나저나 그 인터뷰 전문이 2010년 <문학동네>에 나왔다구요?
진작 좀 가르쳐주시지. 알았으면 샀을 텐데..ㅠㅋ

포스트잇 2018-04-20 20:47   좋아요 0 | URL
전 분명히 2010년 9월 9일자 포스팅에서 문학동네에 인터뷰나왔다고 썼답니다.^^

인터뷰 장소는 가나가와 현 아시가라시모군 하코네마치라고 아마 전통 료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코네신사 근처에 있는듯한데 고독한 미식가가 찾기도 한 유명지인 모양입니다.
전 1Q84를 재밌게 읽긴 했지만, 정작 조지오웰의 1984는 아직 읽지 못했네요ㅠ. 이번엔 기필코 읽어보려고요.. 필독서라는 소설들을 읽지 못하고 나이만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