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려 무지 노력했던 [다크 존](기시 유스케), [안주](미야베 미유키)를 결국엔 덮고 주말에 집어든 [차일드44]는 .... 오랫만에 완전히 빠져들며 읽은 소설이면서 아마도 오래 기억될 소설이 될 것 같다. 뛰어난 소설이다.

 

[차일드44]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김봉석의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에 나온 책 리뷰를 보고서였다.

 

[차일드44]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소련 경찰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필연적으로 몰락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38페이지)

 

 

[차일드44]가 의심의 여지없는 걸작인 이유 하나는 의미심장한 사건과 그 시대가 너무나도 잘 얽혀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레오와 라이사의 인물설정과 묘사가 지극히 수려하다.  (42페이지) 

 

'뛰어난', '걸작' 김봉석이 이 정도로 말한다면 믿어볼만하다. 과연 그렇다.

 

 

 

 

 

 

 

 

 

 

 

 

 

 

 

 

 

영국의 작가 톰 롭 스미스는 1980년대 실제로 구소련에서 일어났던 연쇄살인 사건을 1950년대 스탈린 시대 말과 후르시초프 교체기 사이의 절망적인 시절을 배경 삼아 재창조했다. 작가가 29세 때 발표한 데뷔작이라고 한다. 

세계사적으로 중요했던 국가와 시기에 연쇄살인범 추적이라는 장르적 장치를 결합한 영리해 보이는 전략이 단순히 장치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도 이 작품을 걸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250페이지에서 라이사가 레오에게 하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던 비밀경찰조직의 간부에서 모스크바로부터 수천킬로 떨어진 지방의 민병대 경비로 추방당한 레오에게 라이사는 레오가 처한 현실에 대해 직언한다.

 

지금 당신처럼 권력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당신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문제가 생길거야. 당신은 그런 상태에 익숙하지 않겠지. 당신은 당신이 발산하는 공포로 둘러싸인 세계에 살고 있었으니까.   (250페이지)

 

'당신은 당신이 발산하는 공포로 둘러싸인 세계에 살고 있었'다는 말.

자신의 아버지가 발산하는 공포에 둘러싸인 세계를 살았던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은 절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그리고 인식하려 하지 않는 누군가가 생각나는 말이기도 했다.

제발 좀 정리할 건 정리좀 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20대라는 저자 조윤호의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이 궁금해졌다.

박근혜를 통해 한국사회를 본다는 저자의 의도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20대라니 더 궁금하다.

두배를 더 살아온 나지만 도무지 이 나라가 잘 이해가 안될 때가 많다.  

그러고보니 30대를 분석한 [30대 정치학]도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장르의 소설에 질문하는 바는 언제나 이렇다.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이 책을 읽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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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대리언 리더의 [광기] 서론과 1장(조용한 광기 : 광기는 얌전하다?)을 읽다가 또 감당못할 욕망으로 들끓는다. 프로이트의 환자 사례분석과 더불어 한번도 제대로 봐 본 적 없는 카를 융 저작들을 꼭 보고싶다, 뭐 이런 욕심.

대리언 리더는 초기 정신분석학자들과 의사들은 환자의 이야기를 '지긋이 들으면서' 정신병 이론을 개발하고 치료했다(환자가 다시 안정되는 과정을 연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환자 개인의 특징에 주목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개인 삶의 특징과 가치를 견지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p.12)

 

옛 정신의학서에는 환자의 증언이 가득하지만, 오늘날 교과서에는 수학을 흉내낸 도표와 통계뿐이다.

......

연구결과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환자 개인이 왜 치료에 반응했고 정확히 어떻게 반응했는지 절대 알 수 없다.

그저 몇 퍼센트의 환자가 반응했는지 알 수 있을 뿐이다. 환자 개인은 증발해버렸다.

(p.13)

 

 

뇌과학, 뇌신경계, 약리학의 발전, 병원에 도입된 완전 첨단화된 기계들, 기구들, 새로운 약물처치에 특정 시장을 형성하며 약이 '신데렐라 구두와 비슷하게 변'해버려서 약에 맞춘 병 진단을 한다. 약물치료를 함으로써 정신능력은 점점 무뎌진다. 그래서 '정신병자가 광기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진다.' 장기간의 약물복용은 실제로 정신능력을 회복될 수 없게 망가뜨릴 수 있다고 리더는 경고한다.

영화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를 굳이 은유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정도다.

약물로 조용히 시키는 것. 무력하게 웅크리고 조용해진 그 모습에 우리는 조금이라도 안도하는 걸까.

치매. 매번 달리 처방된 약을 처방전에 써주면서 계속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약을 먹은 환자들의 몸과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걸까.

깊은 이해. 조용한 광기, 편집증, 분열증, 그리고 수많은 망상, 어딘가를 헤매는 사람들. 그들의 망상, 편집증이 정신병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신병에 맞서고 있는 요령임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

그들을 깊이 이해하려는 마음. 우리는 이제 그런 마음도 갖기 힘들어져버린 세상에 살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보고 싶어졌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끈기있게 인내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연구했을 초기 정신분석학자들과 의사들과 병과 싸웠던 이들의 얘기를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이것도 병인가 싶다, 읽지는 못하면서 일단 곁에 두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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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 먹고 싶다했더니 맥도널드 치킨버거를 사다주다. 아, 맛 없다. 누군가 쓰레기 음식이라 했듯이 한입 베어무는 순간 그래, 그렇구나 했다. 그래도 프렌치 프라이는 여전히 맛있다. 저녁 대신이다.

 

텐아시아에 들어갔더니 최지은 기자가 쓴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 안철수가 대선출마하던 당시 윌리엄 깁슨의 글귀(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뿐이다)를 인용하며 선언문을 마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인상적인 이유가 중국 고사나 서양 위인의 명언 등을 인용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뒷받침했던 정치인들의 세계에 장르소설을 즐겨읽고 그런 관점을 반영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물이 나타났다는 그 사건 자체였다는데, 이런 생각 자체가 내게는 또 인상적이다. 아, 좋다.

 

그래서 오랫만에 알라딘의 '새로나온 책' 카테고리를 죽 훑는데 윌리엄 깁슨의 [카운트 제로]가 출시됐음을 알다.

뭐 예정돼있었던 것을 좀 앞당겨 낸 것이라는데 나는 일단 보관함에 담아둔다.  

[뉴로맨서]도 조만간 다시 한번 도전해봐야 하리. 

 

일에 치이고 있다. 책이 잘 안들어온다. 9월에 읽으려했던 책? 고미숙의 [나의 운명사용 설명서] 하나 고작 읽었을 뿐이다.

흠. 내 사주상 '가족관계에 대체로 무관심'(책 읽다보면 나온다)하다는데, 맞다. 그래서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을 내가 이다지도 괴로워하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

 

 

 

 

 

 

 

 

 

 

 

 

 

 

 

후다닥 끝내고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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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남발한 개그 땜에 히죽히죽 웃다가 잠들었다. '대추나무에 대충 걸렸네'.. 하하하하하

난 쫌 웃음이 많은듯.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는 여고생도 아닌데... 난 리액션이 좋은 편이다. 까르르르

 

탐나는 새로나온 책들이다.

 

 

 

 

 

 

 

 

 

 

 

 

 

 

 

 

영화화된다는 소식은 있으나 아직인 모양이다.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소설인데 왜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네.

단편집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기존에 소개된 것 외에도 많은 단편들이 우리 나라에서는 최초로 번역된 것들이라는데 지난달에 구입해다가... 그냥 꽂아뒀다. 책 이쁘다.

폴라북스의 필립K. 딕 전집물도 강박처럼 나오면 물어놓기는 하는데.... 아직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사람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할 때 딕이 직접 한 각색은 늘 환영받지 못했고, 감독들은 아예 작가를 고용해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하는 거라 영화를 생각하고 원작을 대하면 안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음, 완전히 새로운 감성으로 읽게 될지도 모르고, 음, 재미없고 헷갈려서 던져버릴 지도 모른다.

빠져들어 읽는 게 쉽지 않음을 [유빅]이나 몇 편의 장편 읽을 때 느꼈었다. 대신 단편들은 대개 흥미롭게 봤는데. 다시 도전.

 

그리고 김봉석과 김용언으로부터 반가운 책이 나왔다. 웬일이래.

[블러디 머더]도 그냥 놔둔 상태인데 올해는 우리 저자들에게서도 이런 책들이 나온다니, 대단하다.

일본편 개론이나 각론서들도 나와주길 기대해본다. 머잖아 나올 것 같다.

근데 김용언의 [범죄소설] 같은 경우는 19세기 영국의 추리소설부터 근원과 배경을 따져나가는 것 같은데...이미 다른 책에서도 많이 봤던 부분이잖은가. 우리 관점의 새롭거나 흥미로운 주장이 있을까, 19, 20세기(초,중반?) 영미 추리범죄문학을 훑는 건 반복되는 거 아닐까? 발문을 쓴 최원호는 응? 그 최원호?

 

 

 

 

 

 

 

 

 

 

 

 

 

 

 

 

 

그리고, 고미숙.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 재해석, 다시 읽기 등을 시도한 책들이 나왔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계속 기회를 놓쳤다. [열하일기] 이후로 고미숙의 저서들은 좀 격조해진 것 같다. '수유+너머'에 대한 관심도 멀어진 것에서 연유한 것인지 모른다. 사주명리학 등은 내가 새롭게 관심 쏟는 분야인데 엄두가 안 나서 책만 사둘 뿐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데 입문서의 입문서 정도의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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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디킨스는 못 읽고 [고종황제 역사청문회]를 읽다. 당초 논쟁이 대한제국의 재정을 둘러싸고 시작했다는데, 1904년 기준으로 정부재정의 절반 가까운 규모로 팽창한 황실재정. 어따 썼나?를 둘러싸고 당시 정치, 경제, 고종의 존재 등의 문제를 두고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이 부딪친 논쟁을 담았다.

 

 

 

 

 

 

 

 

 

 

 

 

식민지근대화론이 오늘날 이른 국면과 논리의 끝이 일제 식민지 은혜론과 같은 빌어먹을 주장으로 파탄난 것 같지만 그후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반면 내재적 발전론자의 극단에 있는 이들의 무한 긍정 주장 또한 넙죽 받아들일 수는 없다.

여튼 논점을 정리해주고 생각할거리들을 던진다는 점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었다. 2005년에 나온 책이니 그후 어떤 연구 성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2015년쯤 '청문회' 10주년 기념 논쟁을 기획해도 좋지 않을까.

 

재정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거지만 번번히 무력하게 당하면서도 총한자루 대포한문 더 갖추려 노력하지 않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심히 궁금해하던 강준만 교수 말처럼, 원래 궁이란 곳이 군대가 지키기 힘든 곳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니 도대체가 궁이 왜 그렇게 쉽게 뚫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을미사변 때도 어이없고, 아관파천 때도 러시아에 요청하여 은밀하게 러시아군대를 외곽에 두고 충청과 황해, 경기 등지의 보부상과 의병을 모아 궁에 집결시켜 놓은 뒤에야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임오군란 시 고종이 청나라 군대 출병을 요청했느니 안했느니의 사실 여부를 놓고도 여전히 논란이 되는 것 같고(이태진 교수 진영 외에는 대체로 고종의 청 군대 출병 요청을 직접 혹은 암묵적 동의 수준에서라도 요청했을 거라는데 동의하는 듯 하다.), 동학농민전쟁 시에도 관군이 아닌 일본군과 청군이 앞장서 진압에 나섰으니 치욕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거다.

 

군사력이 당시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의 전부는 아니라해도 독립국으로서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다른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힘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인가. 대한제국기에 들어와서 예산의 40%를 군사력 강화에 썼다는데(?) 비로소 신식 군대의 위용을 갖출 의지를 갖게 된 것인가. 대한제국 시기의 군사제도에 대해서 단행본으로 책으로는 딱 한 권 정도 있는 것 같은데 19세기와 조선후기 군사제도 및 군사 정책을 다룬 학술서들도 있지만 ... 그 딱딱한 학술서를 읽어낼 자신은 없다.

 

 

 

 

 

 

 

 

 

 

 

 

 

1897년부터 1910년 일제에 의해 해산되기까지 약 10년간 존속한 대한제국 군사제도에 관한 연구서.

좀더 연혁을 거슬러 올라가 개화기 때부터 훑어보고자 한다면 [개화기의 군사정책 연구]도 들여다볼 수도 있겠다. ...... 아, 본문도 한문 범벅 아닐까? 쩝.

 

 

 

 

 

 

 

 

 

 

 

 

 

또 보니, 이태진 교수 진영의 서영희 교수의 저작도 들여다봐야할 것 같다. 역시나 고종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적인 점을 적극 옹호한 주장이 담긴 모양인데 냉정한 독서가 필요할 것 같다. 고종이 의지한 '만국공법'이니 세계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한 시도 같은 것에 대해 이덕일은 [근대를 말하다]에서 제국주의 식민지 침탈이 본질이었던 시대의 만국공법이나 세계평화회의의 실체를 반문하고 있다. 이제와서 보이는 것일지 몰라도 당시 고종이나 근왕세력의 세계정세 인식의 한계를 봐야되지 않을까.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과 관련해서도 당시 유길준 식의 반응(이토가 온건적인 병합유보론자였기에 그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줬어야 한다는 식, 따라서 안중근 같은 저항세력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유길준은 합방 후 일제가 주는 작위 등을 거절했고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런 태도는 지금도 있다.

이덕일은 이토의 정체, 본질을 다시 묻는다.

이 모든 게 당시는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당시는 모든 게 희미했는지 모른다. 어떤 인식이, 판단이 옳은 것인지 가늠하기 정말로 힘들었을지 모른다. 지금도 뚜렷한 진영 싸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불명확하고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분야들이 남아있지 않은가. 근현대사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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