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디킨스는 못 읽고 [고종황제 역사청문회]를 읽다. 당초 논쟁이 대한제국의 재정을 둘러싸고 시작했다는데, 1904년 기준으로 정부재정의 절반 가까운 규모로 팽창한 황실재정. 어따 썼나?를 둘러싸고 당시 정치, 경제, 고종의 존재 등의 문제를 두고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이 부딪친 논쟁을 담았다.

 

 

 

 

 

 

 

 

 

 

 

 

식민지근대화론이 오늘날 이른 국면과 논리의 끝이 일제 식민지 은혜론과 같은 빌어먹을 주장으로 파탄난 것 같지만 그후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반면 내재적 발전론자의 극단에 있는 이들의 무한 긍정 주장 또한 넙죽 받아들일 수는 없다.

여튼 논점을 정리해주고 생각할거리들을 던진다는 점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었다. 2005년에 나온 책이니 그후 어떤 연구 성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2015년쯤 '청문회' 10주년 기념 논쟁을 기획해도 좋지 않을까.

 

재정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거지만 번번히 무력하게 당하면서도 총한자루 대포한문 더 갖추려 노력하지 않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심히 궁금해하던 강준만 교수 말처럼, 원래 궁이란 곳이 군대가 지키기 힘든 곳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니 도대체가 궁이 왜 그렇게 쉽게 뚫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을미사변 때도 어이없고, 아관파천 때도 러시아에 요청하여 은밀하게 러시아군대를 외곽에 두고 충청과 황해, 경기 등지의 보부상과 의병을 모아 궁에 집결시켜 놓은 뒤에야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임오군란 시 고종이 청나라 군대 출병을 요청했느니 안했느니의 사실 여부를 놓고도 여전히 논란이 되는 것 같고(이태진 교수 진영 외에는 대체로 고종의 청 군대 출병 요청을 직접 혹은 암묵적 동의 수준에서라도 요청했을 거라는데 동의하는 듯 하다.), 동학농민전쟁 시에도 관군이 아닌 일본군과 청군이 앞장서 진압에 나섰으니 치욕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거다.

 

군사력이 당시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의 전부는 아니라해도 독립국으로서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다른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힘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인가. 대한제국기에 들어와서 예산의 40%를 군사력 강화에 썼다는데(?) 비로소 신식 군대의 위용을 갖출 의지를 갖게 된 것인가. 대한제국 시기의 군사제도에 대해서 단행본으로 책으로는 딱 한 권 정도 있는 것 같은데 19세기와 조선후기 군사제도 및 군사 정책을 다룬 학술서들도 있지만 ... 그 딱딱한 학술서를 읽어낼 자신은 없다.

 

 

 

 

 

 

 

 

 

 

 

 

 

1897년부터 1910년 일제에 의해 해산되기까지 약 10년간 존속한 대한제국 군사제도에 관한 연구서.

좀더 연혁을 거슬러 올라가 개화기 때부터 훑어보고자 한다면 [개화기의 군사정책 연구]도 들여다볼 수도 있겠다. ...... 아, 본문도 한문 범벅 아닐까? 쩝.

 

 

 

 

 

 

 

 

 

 

 

 

 

또 보니, 이태진 교수 진영의 서영희 교수의 저작도 들여다봐야할 것 같다. 역시나 고종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적인 점을 적극 옹호한 주장이 담긴 모양인데 냉정한 독서가 필요할 것 같다. 고종이 의지한 '만국공법'이니 세계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한 시도 같은 것에 대해 이덕일은 [근대를 말하다]에서 제국주의 식민지 침탈이 본질이었던 시대의 만국공법이나 세계평화회의의 실체를 반문하고 있다. 이제와서 보이는 것일지 몰라도 당시 고종이나 근왕세력의 세계정세 인식의 한계를 봐야되지 않을까.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과 관련해서도 당시 유길준 식의 반응(이토가 온건적인 병합유보론자였기에 그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줬어야 한다는 식, 따라서 안중근 같은 저항세력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유길준은 합방 후 일제가 주는 작위 등을 거절했고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런 태도는 지금도 있다.

이덕일은 이토의 정체, 본질을 다시 묻는다.

이 모든 게 당시는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당시는 모든 게 희미했는지 모른다. 어떤 인식이, 판단이 옳은 것인지 가늠하기 정말로 힘들었을지 모른다. 지금도 뚜렷한 진영 싸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불명확하고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분야들이 남아있지 않은가. 근현대사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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