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자 대리언 리더의 [광기] 서론과 1장(조용한 광기 : 광기는 얌전하다?)을 읽다가 또 감당못할 욕망으로 들끓는다. 프로이트의 환자 사례분석과 더불어 한번도 제대로 봐 본 적 없는 카를 융 저작들을 꼭 보고싶다, 뭐 이런 욕심.

대리언 리더는 초기 정신분석학자들과 의사들은 환자의 이야기를 '지긋이 들으면서' 정신병 이론을 개발하고 치료했다(환자가 다시 안정되는 과정을 연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환자 개인의 특징에 주목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개인 삶의 특징과 가치를 견지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p.12)

 

옛 정신의학서에는 환자의 증언이 가득하지만, 오늘날 교과서에는 수학을 흉내낸 도표와 통계뿐이다.

......

연구결과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환자 개인이 왜 치료에 반응했고 정확히 어떻게 반응했는지 절대 알 수 없다.

그저 몇 퍼센트의 환자가 반응했는지 알 수 있을 뿐이다. 환자 개인은 증발해버렸다.

(p.13)

 

 

뇌과학, 뇌신경계, 약리학의 발전, 병원에 도입된 완전 첨단화된 기계들, 기구들, 새로운 약물처치에 특정 시장을 형성하며 약이 '신데렐라 구두와 비슷하게 변'해버려서 약에 맞춘 병 진단을 한다. 약물치료를 함으로써 정신능력은 점점 무뎌진다. 그래서 '정신병자가 광기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진다.' 장기간의 약물복용은 실제로 정신능력을 회복될 수 없게 망가뜨릴 수 있다고 리더는 경고한다.

영화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를 굳이 은유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정도다.

약물로 조용히 시키는 것. 무력하게 웅크리고 조용해진 그 모습에 우리는 조금이라도 안도하는 걸까.

치매. 매번 달리 처방된 약을 처방전에 써주면서 계속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약을 먹은 환자들의 몸과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걸까.

깊은 이해. 조용한 광기, 편집증, 분열증, 그리고 수많은 망상, 어딘가를 헤매는 사람들. 그들의 망상, 편집증이 정신병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신병에 맞서고 있는 요령임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

그들을 깊이 이해하려는 마음. 우리는 이제 그런 마음도 갖기 힘들어져버린 세상에 살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보고 싶어졌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끈기있게 인내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연구했을 초기 정신분석학자들과 의사들과 병과 싸웠던 이들의 얘기를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이것도 병인가 싶다, 읽지는 못하면서 일단 곁에 두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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