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어슬렁거리다가(거리가 아니라 인터넷을) 하이드님의 서재에서 우연히,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 번역서가 새로 나왔음을 알았다. 분권으로 내지않고 천 페이지가 넘었음에도 한 권으로 만든건 고마운 일이다.    

닉혼비는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디킨스의 [햄릿]이라고 했다. [햄릿]이 유명한 대사로 가득한 희곡이라면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유명한 인물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두껍고 무거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왜 이런 책은 분권된 도서에 별로 믿음을 갖지 못하는 걸까?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인데 선뜻 구매를 누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페이퍼백을 가지고 있는데 본 내용만 약 800페이지이다. 이 번역서는 1,100여 페이지다.  

David Copperfield 

완전한 번역일까를 걱정한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앤서니 트롤럽의 소설들을 만지작거리다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구매를 하지는 않았다. 내가 지금 뭔 수로 700페이지가 넘는 원서를 읽고 앉았을 수 있겠는가? 그냥 책을 만지고 싶어서, 갖고 싶은 정서불안의 발로가 아닌가 싶어서 가라앉히고 끝냈지만, 이 저녁에 다시 욕심이 난다.  

왜 앤서니 트롤럽은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을까? 디킨스와 겹치는 면이 있어서? 디킨스에 밀려서? 디킨스가 좀더 19세기 영국 자본주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평생독서계획]에서 클리프턴 페디먼은 앤서니 트롤럽의 소설들은 여행갈 때 읽으면 아주 좋다고 소개해줬다. 그만큼 빠져들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능한 작가 아닐까 싶은데, [The Way We Live Now]는 어둡고 냉소적인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음모에 능한 금융가 멜몬트라는 인물이 흥미로울 거라는 짐작만 갈 뿐이다. [The Eustace Diamonds]에 대해서는 돈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아주 예리하게 분석했다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다.   

 

 

 

 

 

 

  

 

돈, 그래서 생각난 건데, 조금 다른 소설이지만 앙드레 지드의 [위폐범들]도 잊지 말고 챙겨볼 일이다. [화폐 인문학]에서 대충 보기는 했는데, 그리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지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어쨌든 갖고 싶은 책이 또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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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겨레신문 읽다가 동감하는 칼럼이 있기에 옮겨놓는다. 여튼 마지막 말들에 적극 공감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한겨레 2011. 2. 8. [세상 읽기] 복지‘국가’만으로는 부족하다 / 이원재 

자동차가 달리려면 기름을 넣어야 한다. 그러나 기름만 넣는다고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빠르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움직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더욱 생각할 것이 많다. 차체가 튼튼하고 안전해야 하고, 운전기사도 유능하고 선량해야 하며, 지도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내기도 해야 한다. 나를 잘 모시겠다면서 기름만 찾고 있는 운전기사는 어쩐지 불안하다.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편적 복지와 재정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며 받는 느낌이다.

‘의무급식’에서 시작해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 정책과 관련된 논쟁이 한창이다. 그리고 그 논란의 축은 이제 ‘돈’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보편적 복지를 하려면 재정이 많이 드는데, 그러려면 돈을 써야 하는 국가가 기존 재정을 아끼거나 세금을 더 거두어 재정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게 해서 국가가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게 하면, 복지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게 보인다.

나는 한국 사회에 복지가 늘어나야 하고, 가능하면 그 복지는 보편적 성격이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그 논의가 국가의 재정과 역할에 대한 것으로만 집중되는 것은 어쩐지 불편하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고방식의 문제다. ‘재정’은 ‘복지’라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투입’이다. 그런데 좋은 정책을 설계하려면, 성과를 중심에 놓은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도 정부는 몇조원을 들여서 사업을 벌인다고 발표하면서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그 돈이 원래 목적한 성과를 얼마나 냈는지는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흔하다. 복지 재정을 확충해 복지국가를 만들더라도, 이런 투입 중심 사고방식이 성과 중심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그 재정이 실제 성과인 ‘복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역할 인식의 문제다. 복지는 국가의 것만은 아니다. 기업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함께 생각해야만 논리가 완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중소기업 임직원들의 복지는 납품 대기업과의 거래관계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원가를 절감하면, 대기업이 납품가격을 더 깎아 버리고 기술까지 가져가곤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지는,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국가의 복지정책을 통해 사회임금이 늘어나더라도, 시장은 이 증가분을 언제든 도로 빼앗아 올 수 있다. 복지국가에서도 복지는 지체되거나 오히려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충분히 인식되고 실행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매우 크다. 책임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그 물건을 사는, 깨어 있는 소비자와 투자자가 기업을 변화시킨다. 이들을 깨우는 게 바로 시민사회의 소임이다. 시민사회가 직접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명 중심 기업 역시 기업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 
  

셋째, 전략의 문제다. 사업에는 늘 공감이 먼저다. 돈은 나중이다. 어떤 위대한 사업도 재정계획부터 출발하지 않았다. 먼저 뛰어들고, 헌신하고,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 다음, 투자자와 후원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돈이 모였고, 성과를 증폭시킬 수 있었다.

보편적 복지는 이제 막 국민들에게 소개됐다. 이게 왜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을 얻는 게 먼저다. 누군가 뛰어들어서 그 비전으로 국민을 먼저 감동시켜야 한다. 돈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는 것은, 스스로 확신이 부족하다는 인상만 키운다.

지금의 복지 논쟁은 너무나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사람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 것인가를 다시 정의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 대접에 대해 사회 전체가 토론하고, 서로 공감과 합의를 만들어내는 장이 건국 이래 최초로 열린 셈이다. 그래서 더욱 정교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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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자 프레시안에 [계간 광장] 신년좌담회가 게재되었길래 흥미롭게 읽었다. 좌담회에는 이해찬, 유시민, 이정희, 정세균, 조승수가 참석했다. 복지국가를 둘러싼 심각하고 진지한 말들이 오가는 와중에 나온 유시민의 '국민들과 세미나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라는 말에 빵터졌다. 역시 귀여운 맛이 있는 사람이긴 하다.  

2007년에 나온 세 책을 읽었는데, 가장 재미없는 책은 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가 펴낸 [사회국가, 한국사회 재설계도]였다. 당 정책집 수준이었는데, 당위와 선언이 한데 뭉뚱그려져 불친절하기 그지 없는 책이었다. 뒷부분은 그야말로 대충 넘겼다. 중요한 얘기들이 잔뜩 들어있지만 정독하기엔 너무나 딱딱했다. 내 수준이 그렇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타협은 없다, 오직 정로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셔야만 한다 ... 

 

  

 

 

 

 

  

유시민의 [대한민국 개조론]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정책위원회가 펴낸 [복지국가혁명]이란 두 책은 쉽지 않은 책이었다. 유시민의 책은 유시민을 미처 잘 몰랐던 사람이라면 책을 다 읽은 다음, 제목에 이 엄청난 단어 '개조'가 들어간 것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다. 유시민을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볼수도 있다(유시민 자신이 아니라 출판사가 붙인 이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복지국가혁명]은 노무현 정부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시절의 복지와 경제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책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상이 공동대표는 유시민이 깊이 반성해야 함을 전제로 연대나 연합이 가능하다고 노골적으로 날선 발언을 하는 사람이니 언젠가 두 사람이 맞붙어 논쟁을 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프레시안의 이상이 대표 인터뷰 를 참조할만하다.)  

유시민의 책은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실행했던 제도와 정책들을 소개하면서 의미와 공과를 나름대로 평가하는 책이라서 그냥 읽을 수는 있으나 아무래도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다보니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복지국가혁명]의 앞부분 1부 복지국가창조와 2부 보편적 복지를 함께 참조하면서 조금이나마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뿐이다.  

[복지국가혁명]에서 정작 주의깊게 읽어야 할 부분은 3부 발상의 전환 편인데, 특히 '복지국가혁명을 위한 새로운 금융개혁'과 '복지국가혁명에 기여하는 새로운 재벌개혁'은 상당히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다뤄지고 있어서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질문과 답변식으로 꽤나 쉽게 풀어가며 쓴다고 노력을 기울였지만 개인적으로 좀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한듯 하다.   

왜 복지국가'혁명'인지 의미를 면밀히 살펴야 할 때다. 2007년과 2011년 뭐가 어떻게 달라졌나. 구체적인 지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걸 새삼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어쩌면 정책담론장에서 그만큼 관심이 멀어졌던 것도 사실이고. 선거에 휩쓸리기 전에 면밀한 논쟁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아, 국민들과 세미나를 할 수도 없고...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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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피곤하다.   

 

 

 

 

   

 

 따끈따끈한 책들이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는 세계일보에 연재됐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시리즈를 보강, 자그만치 60명의 학자들이 대중과 만나는 방식과 내용을 살펴본 책이라 한다. 전체 7개의 주제별 챕터로 나눠 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내가 글이나 책을 통해 한 번이라도 만났던 학자는 23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다른 이들 중에는 TV를 통해 본 적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관심을 별로 갖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서 패스. 몰랐던 학자들에 주의를 기울여서 새롭게 발견해볼만하다.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은 인문학 담론의 대표적인 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중견 연구자 15인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책이라는데, '대중을 유혹'하지는 못하고 각기 일단의 관심 독자들을 거느린 학자들의 파티? 요새 복지관련 책들과 글들을 들여다보면서 한동안 국내 학자들의 저서들을 멀리해왔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반성하긴 하는데..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은 몇 페이지 남지 않았다. 1부는 이 책의 논거를 시작하는 부분이라 읽어야 하고 2,3,4부는 기술발달로 인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져가는 현상을 되도록 많은 예를 들고 있다. 스륵스륵 읽어가도 괜찮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부분은 5부의 '새로운 사회 계약'과 제3부문(정부의 공공부문과 시장경제부문 외)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전망인데, 미국에서 이미 60년대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논쟁과 실험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가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뒤늦게 가는 쪽에게 부여되는 이득도 있다. 앞서간 것들의 시행착오를 잘 헤아린다면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아마도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복지관련 논의들에 이 모든 게 반영되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보지만, 아직까지도 무상급식 가능하네 마나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는 건 심각한 지체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제러미 리프킨의 제3부문에 대한 생각이 잘 이해되는 건 아니고 이게 많은 문제, 특히 한국적 상황에서는 너무나 위험한 수사에 넘어갈 확률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정적인데 좀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 [노동의 종말]에 대해 비판적으로 본 프랑스 사회학자 도미니크 슈나페르와의 대담을 담은 [노동의 종말에 반하여]도 함께 읽어볼 책이다.   

 

 

      

 

 

 

배도 고프고, 정리도 해야 해서 마음은 급하고, 나중에 좀더 보충을 해야겠다.  

관심가는 도서로 최근에 읽은 [진보의 재탄생, 노회찬과의 대화]에서, 김정진 변호사가 흥미롭게 읽었다는 [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 미테랑에 대해서, 80년대에서 90년대의 프랑스를 좀 읽어 보고 싶다. 자크 아탈리는 별로 믿음이 안 가지만, 어쩔 수 없다.    

 

 

 

 

 

[진보의 재탄생-]도 재미난 부분을 소개해볼만한데 이 역시 다음에... .  

머리맡에 또 놔둔 책들로는, 오건호의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와 미야모토 타로의 [복지국가 전략 : 스웨덴 모델의 정치경제학]. 오건호의 책에 추천사를 쓴 우석훈의 글을 읽으면서 짠했다.  

 

 

 

 

 

 

최근에 신필균의 [복지국가 스웨덴]이란 책자가 후마니타스에서 나왔는데, 어떤 책인지 한 번 살펴볼만. 현재만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게 된 스웨덴의 정치경제학, 사회적 역사를 보고 싶은 건데, 더 정확하게는 어떻게 싸웠나. 

 

 

 

 

 

 

표지가 밝지만, 사실 이건 싸움 아닌가? 우리 나라에서는 더군다나. 그래서 더 읽어본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요즘 부쩍 호기심 왕성... 매우 흥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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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며 미적대다가 마음이 점차 우울해지는 현상을 많이 겪는다. 지금이 딱 그짝이다. 어차피 해야할 일이다. 그래도 어쨌든... 느즈막히 일어나 토요일에 게시되는 프레시안 북들을 살펴보는 데 오늘도 역시나 만만찮은 분량의 글들을 읽느라 오전 시간이 훌러덩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태블릿PC가 이런 기사 읽는데 유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아무래도 좀 편한 자세에서 글들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긴 해도 여전히 긴 글들을 스크롤해가며 보는 건 불편할 듯하다. 종이에 인쇄해서 편하게 보는 쪽을 따라갈 수 없을 것같다. 덕분에 짐이 늘어가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 종이야 미안해.  

눈에 띄는 책은 역시 선대인의 [프리라이더]. 보관함에 넣어뒀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주문했던 책들은 안내와 다르게 바로 다음날 일찍 도착했었다. 민망하게도... [박근혜현상]을 제외하고 다른 책들은 첫페이지도 들쳐보지 못했다. 뭐 급한 책들이 아니라 두고 읽으려고 주문했던 책들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일주일동안 그 책들에 눈길 한 번 주지 못하고 방치(모셔뒀다기 보다)했다는 건 좀 심각했다. 가끔 브래드버리의 [화씨451]에 나오는 방화서장 비티를 생각한다. 책이 금지된 미래, 방화수들은 책을 불태우는 일을 하는데 바로 그 책임자 서장의 집에는 어마어마한 책이 소장되어 있다. "책을 소유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네,몬테그. 읽는 게 문제지. 그래 맞아. 난 이것들을 그저 가지고 있을 뿐이지 읽지는 않는다네." 난... 읽는다니까. 

 

 

    

 

 

옆길로 샜는데, [프리라이더]에 대해 이상이 제주대 교수이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가 논평한 글도 일단 프린트해두었다.  

 

 

 

 

  

 

올해와 '대회전'의 시기인 2012년을 앞두고 화두는 단연 '복지'가 될 것 같다. 뭐, 북한변수가 있긴 하겠지만 제발 쫌. 선택적 복지든 보편적 복지든 어쨌든 정치권이 이 화두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만큼 20세기 말부터 21세기 10년을 통과해오면서 사람들이 너무 지치고 불안해있는 것만은 분명하므로. 그리고 이제 더 이상 피해갈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만 해도 복지를 위한 증세가 내 일이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단 공정과 정의가 밑바탕에 깔려야 감수할 의지도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제 아무리 '포퓰리즘'이니 국가를 망국적 상태에 빠트리는 얘기라고 노발대발해도 어느 시점에서는 돈마련을 제대로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공세를 벌이는 국면으로 변할 것이다. [프리라이더]를 이 시점에서 읽어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이 교수는 좀 아쉬움을 표한 것 같지만. 

더불어 관심가는 도서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복지국가의 전망을 얘기해온 책들이다. 최근에 읽은 조국,오연호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을 통해 알게 된 건데, 2007년에 다음 세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대한민국개조론]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복지국가혁명], 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의 [사회국가, 한국사회 재설계론]. 

 

 

 

 

 

 

이 외에도 이상이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나온 책들을 살펴보고 싶다. 복지국가이야기 시리즈로 1권은 [복지국가혁명]이고, 이어 2,3,4권이 2010년에 연이어 나왔다.

 

 

 

 

 

[박근혜현상]과 관련하여 프레시안의 대담이 정리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봤다. 책에서 안병진의 글<포스트모던 시대, 박근혜 정치의 작동방식>은 박근혜현상의 문화정치학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다른 글들과 다소 차별성을 갖는 듯했는데 끝까지 읽어보면 자신이 끌어대온 논리나 이론과 박근혜가 과연 맞는 예인지 아리송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안병진은 아무래도 박근혜를 자기가 시도하는 논리에 흥미롭게 시험해볼 대상으로 보고 있는 듯했다. 아님 박근혜의 '귀족적 우아함'을 흠모하는지도. 내참~.  

 

 

 

 

 

박근혜현상에 박근혜가 없다는 말은 본질의 일부를 나타내는 말인 것 같다. 30년 넘게 정치판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극적인 순간에 힘을 보여주는 정치인으로서의 파워도 보여줬고,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는 어째서 박근혜 거품론을 거품물고 지지하는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갖게 되는 편향적 견해일 수도 있다. 책에서도 필자들이 지적하듯이 박근혜가 가지고 있던 박정희의 아우라를 아이러니하게도 MB가 집권하면서 휘발시켜버렸다. 글쎄 사람들이 더 이상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박근혜를 통해 보려고 할까? 어른들은 어떨지 몰라도 20대, 30대에게 먹힐 수 있을런지. 그래서 박정희가 아니라 육영수라고? 내 참, 할말이 없다.  

그래서 문제는 대항마인데, 요즘 민주당을 비롯하여 범진보세력간에 연합이니 통합이니 난리도 아니다. 사람들의 의식이 중도,좌클릭함으로써 지형은 이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데 이들이 믿을만한 결과물을 내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리고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여자란 이해하기 무척 어려운 사람들이다. 무슨 여자의 마음잡기 이런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든 존재론적으로든 다루기 까다로운 주체라는 것이다. 일전에 로쟈님 덕분에 <다윈의 대답>시리즈를 읽게 됐는데, 그 세 번째 권이 [다윈의 대답3:남자 일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일자리의 열악함과 불안정함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어쨌든 일반적으로 생물학적인 성차와 성공에 대한 다른 정의, 일의 우선순위와 행복을 느끼게 되는 사안이 다른 점들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러니 여성들이 어찌 까다롭지 않을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다.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카피들은 이렇다.
"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홈에 대하여", "여자의 경제적 자립과 행복에 대한 도발적 담론". 원제목은 "여자들의 오류 The Femine Mistake"라는데, 오늘날 여자들이 하게 되는 오류, 실수는 무엇일지 들여다볼만 하겠다. 몇 장 읽지 못한 [안나카레니나] 3권. 안나가 저지른 오류가 뭐길래 기차에 몸을 던져야 했나, 아직도 알지 못했다. 결혼한 귀족 여성으로서 새 남자와 바람났기 때문에, 애까지 버리고... 같은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단순 연결이 아니라 안나 스스로 느꼈을 그 어떤 심리의 과정을 톨스토이가 어떻게 써놓았을지에 대한 기대가 있다.   

 

 

 

 

  

 

새로 머리맡에 둔 책들은 제러미 러프킨의 [노동의 종말]([박근혜현상]을 읽다 안병진의 글을 보면서 제러미 러프킨의 '종말' 시리즈를 모셔뒀음을 깨닫고 한 권 꺼내놓았다. 오래된 책인데 미래를 넘겨볼 수 있을만한지 궁금했다.)과 장하준이 소개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다. 꽤 오랫동안 머리맡에 있을 것 같다.  

 

 

 

 

 

작년 말부터 서서히 나의 독서성향이 소설로부터 사회경제서적으로 방향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 읽고 싶은 장르소설도 많지만 지금으로선 사회돌아가는 걸 좀 신경써서 봐야할 것 같다.  

책 생각하다 오전이 가버렸다. 점심 먹고는 일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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