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자 프레시안에 [계간 광장] 신년좌담회가 게재되었길래 흥미롭게 읽었다. 좌담회에는 이해찬, 유시민, 이정희, 정세균, 조승수가 참석했다. 복지국가를 둘러싼 심각하고 진지한 말들이 오가는 와중에 나온 유시민의 '국민들과 세미나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라는 말에 빵터졌다. 역시 귀여운 맛이 있는 사람이긴 하다.  

2007년에 나온 세 책을 읽었는데, 가장 재미없는 책은 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가 펴낸 [사회국가, 한국사회 재설계도]였다. 당 정책집 수준이었는데, 당위와 선언이 한데 뭉뚱그려져 불친절하기 그지 없는 책이었다. 뒷부분은 그야말로 대충 넘겼다. 중요한 얘기들이 잔뜩 들어있지만 정독하기엔 너무나 딱딱했다. 내 수준이 그렇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타협은 없다, 오직 정로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셔야만 한다 ... 

 

  

 

 

 

 

  

유시민의 [대한민국 개조론]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정책위원회가 펴낸 [복지국가혁명]이란 두 책은 쉽지 않은 책이었다. 유시민의 책은 유시민을 미처 잘 몰랐던 사람이라면 책을 다 읽은 다음, 제목에 이 엄청난 단어 '개조'가 들어간 것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다. 유시민을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볼수도 있다(유시민 자신이 아니라 출판사가 붙인 이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복지국가혁명]은 노무현 정부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시절의 복지와 경제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책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상이 공동대표는 유시민이 깊이 반성해야 함을 전제로 연대나 연합이 가능하다고 노골적으로 날선 발언을 하는 사람이니 언젠가 두 사람이 맞붙어 논쟁을 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프레시안의 이상이 대표 인터뷰 를 참조할만하다.)  

유시민의 책은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실행했던 제도와 정책들을 소개하면서 의미와 공과를 나름대로 평가하는 책이라서 그냥 읽을 수는 있으나 아무래도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다보니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복지국가혁명]의 앞부분 1부 복지국가창조와 2부 보편적 복지를 함께 참조하면서 조금이나마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뿐이다.  

[복지국가혁명]에서 정작 주의깊게 읽어야 할 부분은 3부 발상의 전환 편인데, 특히 '복지국가혁명을 위한 새로운 금융개혁'과 '복지국가혁명에 기여하는 새로운 재벌개혁'은 상당히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다뤄지고 있어서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질문과 답변식으로 꽤나 쉽게 풀어가며 쓴다고 노력을 기울였지만 개인적으로 좀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한듯 하다.   

왜 복지국가'혁명'인지 의미를 면밀히 살펴야 할 때다. 2007년과 2011년 뭐가 어떻게 달라졌나. 구체적인 지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걸 새삼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어쩌면 정책담론장에서 그만큼 관심이 멀어졌던 것도 사실이고. 선거에 휩쓸리기 전에 면밀한 논쟁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아, 국민들과 세미나를 할 수도 없고... 후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