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 Folk Songs (러시아 민요집)
Various Artists 노래 / 이엠아이(EMI)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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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민요는 거대한 대륙이 만들어낸 노래이다. 그 풍경 속에 살아가는 민중들이 이 노래의 주인공인 것은 당연하다. 헐벗고 굶주린 그들의 생생한 현실 속의 삶은 노래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노래는 얼마나 쓸쓸하고 서글픈지/고향 생각에 잠기게 하는 선율은 얼마나 애틋한지/차갑게 식어버린 내 가슴속에도/심장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생명과도 같은 땅을 뺏기고 도시로 쫓겨 유랑 생활을 해야만 하는 농민과 노동자의 설움을 담은 ‘종소리가 단조롭게 울려 퍼지고’, 1890년대 중반부터 노동요로 애창되었던 ‘인부의 노래’ 등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은 민중들이 처한 현실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국민 음악의 아버지 글린카는 “노래는 민중이 만들고 작곡가는 편곡할 뿐”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또한 러시아 특유의 음울한 선율과 강렬한 음색은 이 노래들을 더욱 애달프게 만들고 있다. 이는 베이스 디미테르 페트코프의 풍부하고 웅장한 저음의 역할도 크다. 그렇다고 수록곡 전체가 음울한 색채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강가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네/초원의 잿빛 독수리에 대한 노래를/사랑하는 이에 대하여/소중한 편지를 가슴에 품고”의 가사를 가지고 있는 ‘카츄사’가 대표적인 곡으로 이 노래는 밝고 활기찬 곡조로 이탈리아에서는 반 파시스트 찬가로 불릴 정도로 러시아를 넘어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이 노래들을 소화하고 있는 디미테르 페트코프는 러시아 태생이 아니라 불가리아 소피아 출신이다. 그는 1962년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 청년학생 평화 우호 축제’에서 금상을 받고 오페라에 데뷔했다. 풍부한 성량과 부드러운 음색이 특징인 그는 현재 유럽과 미국의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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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재즈일기 1 - 재즈 초짜, 어느날 리듬을 타다
황덕호 지음 / 돋을새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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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여타의 안내서와는 다르게 설명으로 되어 있는 이론서 형식이 아니라 이야기로 재즈라는 음악을 풀어간다. 우선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그 주인공이 쓴 일기를 통해 재즈의 여러 면을 살펴보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음악을 듣기 좋아하는 ‘재즈 초짜’이다. 그리고 직장을 막 그만두고 우연치 않게 재즈 전문 레코드점 ‘장수풍뎅이’를 운영하는 초보 사장이다. 그런 과정이 적잖이 재미있으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깨달은 음악에 대한 단상 또한 많은 흥미를 일으킨다.

“내가 요즘 음악을 들으며 가장 즐거운 일은 바로 재즈 리듬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스윙’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스윙이라는 단어 역시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스윙을 통해 재즈가 우아하며 사색적인 음악이 아니라 뭐랄까, 본능에 매우 충실한 유쾌한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며 가장 단순한 편성인 피아노 트리오에서 이 사실을 가장 생생히 느끼게 된다.”

주인공이 재즈를 알아가는 과정은 스스로 ‘질문하기’이다. 비록 타인에 의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음악관이 깨지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역시 스스로 조금씩 그 답에 알맞은 정답을 매긴다. 그렇지만 그 답이 옳은 것은 아니다. 금세 다른 사람에 의해 또는 더 나은 연주가의 곡에 의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런 시행착오 속에 음악은 자꾸 주인공 몸속에 배고, 마음을 살찌운다. “키스 자렛과 팻 매스니의 자유로움과 세련미는 내게 급속도로 잊혀졌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내게 침범한 이 주술, 즉 포비트에 대한 나의 독식적인 탐닉은 교조 내지는 섣부른 오만이 될 수 있음을 오늘 깨달았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그렇지만 주인공이 깨달은 음악은 독자가 따라가기에 조금 벅차다. 주인공은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음반가게 주인이지만, 독자는 음반가게 근처에도 가기 힘든 평범한 대중일 뿐이니까. 일기마다 나열되어 있는 음반들, 연주가들이 그래서 조금 부담스럽다. (이런 면이 음반이나 음악을 주인공으로 한 책의 단점이 아닐까?) 독자가 이것을 듣고 있으면 주인공은 벌써 저것을 듣고, 음악에 해석을 내리니까. 그러나 재미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음반을 직접 듣고, 평가를 내려보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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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은게 뭐지?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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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의 명성에 비하면 이 작품은 범작이 아닐까?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 구조는 너무 수다스럽고, 새롭지도 않다. 자칭 '도'를 깨우친 굿뉴스의 인물 됨됨이도 특이하지 않고, 굿뉴스에게 영향 받은 데이비드의 행동은 너무 과장되어서 읽기에 껄끄러웠다. 문제는 부부 관계인데, 작가가 마지막에 말했듯이 이 부부의 삶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일 듯하다. 그다지 할 말이 많지 않은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이 표지의 문제는 심각하다.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놓고 읽기에 너무 창피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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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동문선 현대신서 102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창실 옮김 / 동문선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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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슈나이더가 쓴 글렌 굴드의 전기. 그런데 책이 좀 특이하다. 전기문이지만 서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어디에서 태어나 무엇을 하고, 무슨 업적을 쌓다 죽었다는 큰 틀은 유지되고 있으나 인물의 일생을 일화나 사건,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추출해 이야기로 구성하는 일반적인 전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저자는 일반적인 관례를 과감히 깨고 곧장 굴드의 내면세계로 침투한다.

크게 봐서 책의 구성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같다.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변주를 거친 뒤 다시 아리아로 끝나는 구성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굴드의 내면과 외면, 정신세계와 존재감, 음악세계를 탐구한다.

서너 겹으로 된 모피 외투, 올이 굵은 모양 없는 스웨터, 두 켤레의 장갑, 늘 가지고 다니는 연주용 의자, 두툼한 약봉지 등으로 설명될 수 있는 외적인 모습과 더불어 굴드만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자신의 손을 잡았다고 상대방을 고소할 정도로 사람과의 접촉을 싫어했던 그를 그동안 사람들은 기행과 이단아라는 단어쯤으로 언급할 뿐 굴드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저자는 굴드의 갖은 행동들을 심리학과 존재론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덧붙인다.

곧 저자는 굴드의 세계는 “자신의 내부가 아닌 다른 곳,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며 설명하고 “완전한 동의와 상실 속에서 음악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내맡겨버리는”식으로 음악을 대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또 굴드의 육신의 병과 정신의 공포가 오히려 “기계의 작동에 대한 극도의 예민함과 섬세한 조음 감각, 그리고 그의 세련된 연주를 가능케 했다”고 말한다.

“음악에 오롯이 사로잡혀 있던 그는 절대로 음악이 그의 수중에 든 것처럼, 자신 안에 축적되고 정리되어 있거나 위협하는 것처럼 연주하지 않았다. 음악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그는 이를테면 아라우처럼 음악이 스스로 다가오도록 하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낳을 때처럼 안에서 밖으로, 위에서 아래로, 음악을 수행하는 식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따고, 들어올리고, 아니면 공중에서 낚아채는 듯했다. 언제나 밖에서, 뒤로 물러서며 끝없이 한계를 넓혀 가는 어떤 공간 속에 있듯이 그는 음악 속에 있었다.”

관념적인 문체와 색다른 전개방식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저자는 하나의 모습으로 굴드를 규정해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인용하는 등 여러 가지 예를 들어가며 굴드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낸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이 결국 굴드의 정신세계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실패작이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굴드는 누구였을까?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혹은 그렇다고 말하는 그 누구도 아니었다. (…) 굴드에 관해 쓰며 결국 알게 된 것은 나 자신이다.”

이 책을 쓴 미셸 슈나이더는 프랑스의 소설가이며 이 책으로 1989년 페미나 바카레스코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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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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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화평론가, 출판 평론가, 방송 진행자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김갑수의 음악 에세이집. 김갑수는 잘 알려져 있는 ‘음악광’이다. 근 20년 가까이 그는 음반을 모으고 수없이 오디오를 바꿈질해왔다. 그리고 약 1만 장의 음반을 보유하고 있고, 세 조의 오디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미 음악 에세이집을 출간한 바 있고, 여러 매체에 다양하게 음악에 관한 글과 방송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손짓에 수많은 표정이 있고 욕망의 몸부림이 있다. 그것을 인생이라고 번역해도 좋으리라. 음악을 사랑했고 거기에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맡겨온 셈이지만 궁극적으로 음악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물리적 시간을 넘어서는 의미의 시간, 아프도록 충만한 인생의 시간이 바로 음악듣기였다.”

이 말처럼 이 책의 내용은 ‘삶 속의 음악’이다. 따라서 음악책이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일상과 생각, 추억 등이 나열되어 있는 에세이인 셈이다. 곧 그가 어느 작곡가나, 작품에 대해 말을 하지만 그것은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그는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채워왔던 삶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때문에 클래식 관련 책이니 뭔가 자랑하고 싶어 그런 게 아니냐는 시각은 그의 글을 읽으면 금세 사라진다.

이 글의 매력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음악의 편력이나 정보에 있는 게 아니라 그가 추억하는 공간과 그것들을 판가름하는 인문적인 지식에 있다. 또 음악을 통해 끊임없이 서술되는 그의 글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동반하고 있어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들은 다시 음악으로 치환된다. 아무리 음악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의 골격은 음악이다. 그는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고 말한다. 그의 삶과 음악과의 관계는 실과 바늘처럼 붙어 있어야 내용이 나오고 형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생을 느끼게 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의 매혹이라면 그 구체적인 내용은 추억이다. 음악을 듣는 것은 어떤 추억과 만나는 일이다. 또는 추억을 만드는 일이다. 살아서 그다지 재미 못 보았다는 시구절처럼, 살면서 그리 즐거운 추억은 없다. 음악 앞에서 음악과 홀로 마주하고 있는 순간에는 온갖 쓰리고 아픈 기억과 후회들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차라리 음악을 듣지 말아 버릴까. 에이, 삶이 즐거웠다면 무엇 때문에 음악을 듣겠나.”

삶이 늘 괴로운 우리들, 그는 클래식은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제발 클래식 한 번 듣고, 나와 너의 삶에 대해 반추해보자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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