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재즈일기 1 - 재즈 초짜, 어느날 리듬을 타다
황덕호 지음 / 돋을새김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여타의 안내서와는 다르게 설명으로 되어 있는 이론서 형식이 아니라 이야기로 재즈라는 음악을 풀어간다. 우선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그 주인공이 쓴 일기를 통해 재즈의 여러 면을 살펴보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음악을 듣기 좋아하는 ‘재즈 초짜’이다. 그리고 직장을 막 그만두고 우연치 않게 재즈 전문 레코드점 ‘장수풍뎅이’를 운영하는 초보 사장이다. 그런 과정이 적잖이 재미있으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깨달은 음악에 대한 단상 또한 많은 흥미를 일으킨다.

“내가 요즘 음악을 들으며 가장 즐거운 일은 바로 재즈 리듬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스윙’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스윙이라는 단어 역시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스윙을 통해 재즈가 우아하며 사색적인 음악이 아니라 뭐랄까, 본능에 매우 충실한 유쾌한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며 가장 단순한 편성인 피아노 트리오에서 이 사실을 가장 생생히 느끼게 된다.”

주인공이 재즈를 알아가는 과정은 스스로 ‘질문하기’이다. 비록 타인에 의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음악관이 깨지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역시 스스로 조금씩 그 답에 알맞은 정답을 매긴다. 그렇지만 그 답이 옳은 것은 아니다. 금세 다른 사람에 의해 또는 더 나은 연주가의 곡에 의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런 시행착오 속에 음악은 자꾸 주인공 몸속에 배고, 마음을 살찌운다. “키스 자렛과 팻 매스니의 자유로움과 세련미는 내게 급속도로 잊혀졌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내게 침범한 이 주술, 즉 포비트에 대한 나의 독식적인 탐닉은 교조 내지는 섣부른 오만이 될 수 있음을 오늘 깨달았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그렇지만 주인공이 깨달은 음악은 독자가 따라가기에 조금 벅차다. 주인공은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음반가게 주인이지만, 독자는 음반가게 근처에도 가기 힘든 평범한 대중일 뿐이니까. 일기마다 나열되어 있는 음반들, 연주가들이 그래서 조금 부담스럽다. (이런 면이 음반이나 음악을 주인공으로 한 책의 단점이 아닐까?) 독자가 이것을 듣고 있으면 주인공은 벌써 저것을 듣고, 음악에 해석을 내리니까. 그러나 재미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음반을 직접 듣고, 평가를 내려보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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