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지음, 황보석 옮김 / 문이당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절판되었다가 다시 발간된 책. 부커상을 받았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 책이 우리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외국 서평 자료를 보면 이 책의 장점은 "언어의 묘미"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번역된 책을 보면 그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역자가 서문에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역자와 출판사의 불성실함이다. 지은이가 서술해놓은 인도의 문화(언어, 신, 관습)에 관한 설명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자료 조사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면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는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가 무수히 오가기 때문에 정독을 하지 않으면 흐르을 놓치기가 쉽다. 작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에게도 성실하게 생명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장황하고 복잡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곧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줄거리를 총체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본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은 아룬다티 로이의 문학세계가 문학의 본질에 근접해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현재 더 이상 소설은 쓰지 않고 환경운동과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에 치중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한가하게 소설 따위를 쓸 수는 없다"는 것이 그녀의 항변이다.

가라타니 고진이 말한 '문학의 본질'과 그녀가 더 이상 '소설 따위는 쓰지 않는다'는 뜻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이 작품을 읽고 난 뒤 그 두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그러나 그녀의 작품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겠다. 문학에는 두 사람이 말한 이상의 무엇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말한 본질적인 질문에 계속 답하면 하나씩 읽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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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눌 2007-03-17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룬다티 로이가 소설을 쓰지않고 환경운동 신자유주의 반대운동등에 힘쓰는 것 자체가 가라타니 고진이 말한 문학에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